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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Feb 22. 2019

시뇨리아 광장과 보볼리 정원에서 만난 베를리오즈

벤베누토 첼리니와 로미오와 줄리엣

괴테는 왜 피렌체에 단 3시간을 머물렀을까? 정말 로마에 빨리 가고 싶은 이유뿐이었을까?


피렌체의 첫날은 벤베누토 첼리니 동상과 인사를 나누며 시작했다. 로마의 카스텔 산탄젤로에서 만났던 포병이자, 금세공사인 인물을 기억하시는지? 바로 그 첼리니도 피렌체서 태어났다. 베키오 다리를 지키는 그의 흉상은 1901년 라파엘로 로마넬리가 만든 것이다.

첼리니에 처음 열광한 사람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이다. 그의 나이 37세이던 1786년 9월에 감행한 이탈리아 여행은 1788년 4월까지 계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괴테는 피렌체에 얼마나 머물렀을까? 단 세 시간이라고 적었다. 그 이유는 “빨리 로마에 가고 싶어서”였다. 단 세 시간 동안 뭘 했을까? 끼니때였다면 본 것은 아무것도 없이 밥만 먹고 지나갔을 것이다. 만일 뭔가를 보았다면 세 시간 만에 이곳을 떠날 수 있었을까? 단지 서울에 빨리 가고 싶어서 경주를 스쳤다거나, 경복궁에 어서 가려고 창덕궁은 안 갔다는 말과 같지 않은가? 나로서는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괴테는 첼리니의 자서전을 독일말로 옮긴 사람이다. 첼리니 자서전은 백과사전 ‘자서전Autobiography’ 항목에 인용되는 저작이다. 첼리니는 자신의 자서전 <생애Vita>를 아래와 같은 말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뛰어난 일이나 그에 상응한 일을 한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기 손으로 자기 삶을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마흔 살을 넘기기 전에 그런 작업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첼리니의 자서전은 예술가가 남긴 첫 번째 자기 기록으로 꼽힌다. 분야를 특정하지 않더라도 선례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정도가 있을 뿐이다. 첼리니는 1558년에서 1563년 사이에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았는데, 필사본이 책으로 출판된 것은 1백 년도 더 지난 1728년의 일이다. 1771년 영국의 토머스 뉴젠트라는 여행가가 영어 번역본을 내놓았고, 괴테가 이를 중역해서 1803년에 독일어판을 냈다.

만들어 두니 다 쓸 데가 있네

시점이 중요하다.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을 낸 것이 1816-17년이니 오히려 첼리니 번역이 앞선 것이다. 괴테가 쓴 또 하나의 자서전 <내 생애에 대해: 시와 진실Aus meinem Leben: Dichtung und Wahrheit>도 1811년부터 사후인 1833년까지 4부로 나뉘어 발간되었다. <이탈리아 기행>과 <시와 진실> 모두 첼리니의 “40대 자서전론”에 영향을 받아 썼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첼리니 자서전의 전반부는 앞서 로마에서 살펴본 사연이 주를 이룬다. 교황 가까이 일하다가 누명을 쓰고 카스텔 산탄젤로에 수감되었다가 탈출했던 경험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그는 자신의 최고 걸작을 언급한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를 위해 만든 <소금그릇>과 피렌체의 코시모 1세를 위해 만든 <메두사의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 상>이다. <소금그릇>은 현재 빈의 미술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소금은 어디에? 후추도 같이?

첼리니의 파란만장한 일생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특히 걸작 <소금그릇>과 <페르세우스 상>의 제작은 ‘예술을 위한 예술’의 좋은 소재였다. 카미유 생상스는 1852년에 <소금그릇>의 탄생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아스카니오>를 썼다. 첼리니 대신 그의 제자 아스카니오를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이미 선배 베를리오즈가 1838년에 <벤베누토 첼리니>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라리 <소금그릇>이라 제목을 정하는 편이 오랜 망각을 피하는 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괜찮은 부분이 있는 음악이지만, 전곡 음반이 처음 나온 것은 2018년의 일이다.


존경하던 괴테의 영향으로 첼리니를 알게 된 프랑스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는 그의 연애담과 <페르세우스 상> 제작 과정을 엮어 얘기를 만들었다. 생상스만큼은 아니더라도 베를리오즈의 첫 오페라도 철저한 홀대를 받았다. 이는 매우 부당하다. 굳이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 첼리니 생애의 여러 단편을 하나로 엮어낸 대본도 짜임새가 있고, 베를리오즈 특유의 화려한 음악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첼리니는 1545년 12월 그의 나이 45세에 메디치 대공 코시모 1세로부터 시뇨리아 광장 로지아 데이 란치에 놓을 <페르세우스 상>을 주문받는다. 광장에는 이미 첼리니가 존경하는 선배 도나텔로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와 미켈란젤로의 <다윗>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오만한 적장을 처단하는 열혈 여인과 자신만만하게 거인을 바라보는 소년 용사의 모습에 괴물 메두사를 퇴치한 신화의 영웅 페르세우스가 더해지는 것이었다.

도나텔로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와 미켈란젤로의 <다윗>. 모두 원래 자리로부터 각각 바르젤로 미술관과 아카데미아로 옮겨졌다.

그러나 베를리오즈의 오페라에서 <페르세우스>를 주문하는 사람은 교황 클레멘스 7세로 바뀐다. 또 첼리니는 교황의 재무관인 발두치의 딸 테레사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두 사람은 로마의 사육제를 틈타 야반도주하려다 들킨다. 심지어 결투 끝에 살인까지 저지른다. 그가 사면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페르세우스 상>을 완성하는 것뿐이다.

본인이 만든 인물 관계도: 적색은 호의, 청색은 적의를 뜻한다

첼리니는 피렌체 군주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비로 일꾼을 고용하고, 화덕을 짓는 데에도 사비를 들였다. 베를리오즈는 그가 마지막에 거푸집에 철물을 부을 때 쇠가 부족해 곤란을 겪는 것으로 그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일꾼들이 고의로 저지른 실수로 용광로의 쇠가 굳어 못쓰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첼리니는 군불을 때는 데 쓰는 소나무 대신에 화력이 센 도토리나무를 가져오게 해 쇳물을 살려내는 기적을 만든다.


베를리오즈는 쇠를 녹여 청동상을 만드는 것처럼 첼리니의 이야기를 여기저기 가공해 새롭게 만들었다. 동시에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을 통해 자신의 주인공이 부인할 수 없는 첼리니임을 입증했다. 바로 ‘이 거친 골짜기에서Sur les monts les plus sauvages’라는 테너의 아리아이다.

초연자인 19세기 명테너 질베르 뒤프레에게 헌정한 존 오스번의 앨범
이 거친 골짜기에서
왜 나는 평범한 양치기가 되지 못했을까
그랬으면 들판에서 들판으로
날마다 정처 없는 가축을 돌보았을 것을

자유와 고독, 고요함 속에
고된 노역도 없이
마을의 소란을 멀리하고
종달새처럼 노래했을 텐데

그러면 밤마다 내 오두막에
바닥을 침대 삼아 홀로 누워
평온하게 잠들었겠지
어머니의 품속처럼

베키오 궁전 앞에 서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윗>은 모조품이다. 옥외에서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카데미아로 옮긴 뒤에 그 자리에 카피를 세웠다. 그런데 첼리니의 <페르세우스> 뒤편에서 보면 미켈란젤로의 <다윗>이 페르세우스가 치켜든 메두사의 머리를 보고 돌이 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더라도 부러움과 질투의 눈으로 페르세우스를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진품을 옮긴 것인가?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밟고 머리를 베어 들고 있다. 베키오 궁전 앞에 있는 <다윗>은 복제품이다

거꾸로 첼리니의 <페르세우스>는 실내로 옮겨질 뻔한 것을 면했다. 대공 부인은 남편에게 이 멋진 조각이 밖에서 상하면 어찌하냐며 안으로 들이자고 했다. 이를 들은 첼리니는 틈을 타서 청동상을 받침대에 녹여 붙였다.

2007년 잘츠부르크 축제 실황을 누가 함부로 올려놓았다. 마지막 주조 과정과 대단원

물론 첼리니가 미켈란젤로에게 조금이라도 오만한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는 코시모 대공에게 부탁해 노년의 미켈란젤로를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했다. 대공도 그를 상원의원으로 위촉한다는 편지를 보내라고 허락했다. 이때 첼리니는 미켈란젤로에게 자신의 열 배나 되는 봉급을 준다는 제안을 꾸몄다. 공작도 당연히 그럴 만하다며 동의했지만 거장은 답장하지 않았다. 피렌체의 공화정을 끝낸 대공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도 로마의 공방에서 본 첼리니의 조각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네가 그저 뛰어난 금세공사인 줄만 알았는데, 이 조각을 보고 우리와 똑같은 조각가로 인정해야겠네.” 첼리니가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이 간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아레초에서 다시 하기로 한다.

시뇨리아 광장 로지아 데이 란치에 놓인 <페르세우스>의 앞모습

베를리오즈가 첼리니에게 빚진 것이 비단 페르세우스 상에 얽힌 일화뿐은 아니다. 그는 거장의 지침대로 자서전을 썼다. 첼리니의 것이 첫 번째 예술가 자서전이라면, 베를리오즈의 것은 거의 유일무이한 음악가의 자서전이다. 그 문체는 거의 첼리니를 읽는 듯하다. 첼리니가 묘사한 악당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라이벌들에 대한 베를리오즈의 태도에서 다시 읽게 된다. 스승 케루비니의 부당함에 대한 불평과 벨칸토 작곡가들에 대한 분개가 그것이다.


괴테는 피렌체를 사흘도 아닌 세 시간 만에 지나쳤지만, 베를리오즈는 이탈리아 체류 중에 피렌체에서 머문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고백한다. 단테와 미켈란젤로를 생각하고 셰익스피어를 읽은 한 때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어느 날 베를리오즈는 피렌체 페르골라 극장에서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카풀레티 가문과 몬테키 가문I Capuleti e i Montecchi>이 상연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에 부풀어 달려갔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엄청난 실망감뿐이었다. 무대회도 유모도, 로렌스 수사도 없는 데다가 로미오까지 여성에게 맡기는 낡은 전통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 음반의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가 현재 피렌체의 음악감독이다
줄리엣이 남자라면 어쩔 거냐? 투.. 투투.. 투.. 투 하우스홀즈..
베키오 다리 위의 보석상. 하필이면 이름이 벨리니이다. 첼리니였으면 좋았을 것을!

이 경험이 뒷날 그에게 드라마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작곡하게 한 것이 아닐까? 이 숨은 걸작이 점점 여러 지휘자의 손에 거듭나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더 좋기도 하지만 말이다.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교향곡이라는 데 내 음악 감상 이력과 내 머리카락 전체를 걸겠다. 솔직히 파가니니의 가장 큰 업적이 무반주 기상곡이 아니라, 베를리오즈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촉한 것이라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보볼리 정원에 있는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의 분수

모리스 베자르는 피렌체 피티 궁전(Palazzo Pitti) 안에 있는 보볼리 정원에서 이 작품을 안무했다. 유럽의 모든 궁전이 베르사유를 모델로 한 것이지만 사실 베르사유의 원조는 피티 궁전이다. 이 또한 코시모 1세 때 완성되었다. 베자르의 아이인 호르헤 돈과 발란신의 품을 벗어난 수전 패럴은 베로나에서 막 데려온 것만 같다.

보볼리 정원의 <로미오와 줄리엣>. DVD도 있지만 유튜브나 화질은 같으니 참고.
위 공연의 2부
다니엘레 가티가 지휘하는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의 전곡 공연. 아래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콘트랄토 언니는 줄리엣은 아니다

Acte I

1. Introduction
01:45 다툼 - 소동 – 공작의 중재
06:50 프롤로그


CONTRALTO ET PETIT CHOEUR
오래 묵은 원한이 잠시 잠복해 있다가
지옥에서 올라오는 불덩이처럼 터졌습니다
케퓰릿가와 몬태규가, 두 적대 가문은
베로나에서 칼을 부딪치며 싸웠지요.
하지만 이 피 흘리는 소요는 영주의 중재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훈령을 거부하고 또다시 법 대신 검을 쓰는 사람은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협박했거든요.
평온한 시기에 캐퓰릿가 수장 댁에서 무도회가 열리게 되었어요.

CONTRALTO
자기 운명을 슬퍼하는 젊은 로미오는
딱하게도 저택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그건 그가 가문의 원수의 딸인 줄리엣을
미칠 듯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CONTRALTO ET PETIT CHOEUR
음악이 술 마시고 떠드는 사람들을
춤과 즐거운 환락으로 흥을 돋우는
황금빛 홀에서는 노랫소리를 뚫고
악기와 사람의 소음이 흘러나왔습니다.
무도회가 끝나고 시끄러운 소리가 모두 그쳤을 때,
지친 춤꾼들이 아케이드 밑으로
노래를 부르며 떠나는 소리가
잦아드는 게 들립니다.
아아! 로미오는 한숨을 쉽니다.
줄리엣 곁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가 숨 쉬는 공기를 함께 다시 마시고 싶어,
그는 정원 담을 뛰어넘습니다.
줄리엣은 이미 발코니에 나와, 달빛을 받으며 하얗게 서서,
동틀 무렵까지 혼자 생각에 잠겨,
어둠을 향해 사랑을 고백합니다.
로미오는 조마조마한 기쁨에 떨며,
줄리엣에게 자기 신분을 밝히고,
이번에는 자기가 마음속에 담아둔 정열을 터뜨립니다.


12:09 스트로프


CONTRALTO
이탈리아의 별 아래에서 사랑하는 연인들의
첫사랑의 고백, 첫사랑의 맹세여!
오렌지 꽃 향기 가득 실은
뜨겁고 바람 한 점 없는 공기 속에서
나이팅게일은 길게 한숨 쉬며 탄식하는구나!
말솜씨가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너희의 천상의 기쁨을 어떤 예술이 표현할 수 있으리오?
시와 어울리는 노래로는 들리지 않는
첫사랑은 너희들을 축복하지 않았고,
저 숭고한 시의 영원불멸성은,
그 가치가 결코 희미하게 사라지지 않는
셰익스피어 혼자만의 간절한 사랑을 노래한 것이었으니.

행복한 아이들이여! 너희들의 불붙은 가슴은,
첫눈에 반해 사랑의 행복으로 하나가 되고,  
하나의 정신으로 인생을 함께 하려 하는구나.
너희들을 불태우는 성스러운 불꽃은
꽃으로 뒤덮인 그늘 속에 잘 숨겨라.
너무 순수한 열정은 눈물밖에 남을 것이 없는 법이니라.
제왕이라도 너희들의 빛나는 황홀경과  
똑같은 기쁨을 상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행복한 아이들이여! 그리고 아무리 부자라도 너희들의
한 자락 한숨에 대한 값을 지불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 이 꿀이 가득한 잔을 맛있게 비우라.
너희들의 행복을 시샘하는 하느님의 천사들이 내려주신
그 어떤 성배보다 더 달콤한 꿀 잔을,
천상의 행복을 마셔라!

PETIT CHOEUR
.....천상의 행복을 마셔라!


19:27 스케르체토


TENOR ET PETIT CHOEUR
로미오의 창백하고 얼빠진 표정은
금방 모든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네.

TENOR
“여보게” 하고 씩씩한 머큐쇼가 말했다네,
“난, 마브 여왕이 자넬 유혹했다는 데에 내기를 걸겠네.”


TENOR ET PETIT CHOEUR
마브! 호리호리하고 가벼운 꿈의 심부름꾼,
그녀의 전차는 호두껍질이야.

TENOR
다람쥐가 만들었는데 그녀의 마구는 거미의 손가락으로 짠 거야.

TENOR ET PETIT CHOEUR
밤이면 밤마다 이 요정은 이 작은 전차를 몰고
맘에 드는 시동의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질주해 들어가거든?

TENOR
그러면 시동은 꿈속에서 즐겁게 장난치거나 달빛 찬란한 탑 아래서

TENOR ET PETIT CHOEUR
달콤한 세레나데를 부르지. 작은 여왕은 계속하여 달리다가

TENOR
어느 병사의 햇볕에 그을린 목 위에

TENOR ET PETIT CHOEUR
사뿐히 내려앉지.

TENOR
그러면 그는 연속 포격, 작은 전투, 갑작스러운 공격,
북소리와 나팔소리 요란한 꿈을 꾸게 돼.
그는 깜짝 놀라 일어나서 욕을 하다가
기도도 한두 마디 하다가 다시 욕을 하지.

TENOR ET PETIT CHOEUR
그는 다시 잠들어

TENOR
전우들에게 둘러싸여 코를 곤다구.

TENOR ET PETIT CHOEUR
마브는 이 모든 소란을 일으키는 요정이야.
어린 소녀에게 꿈의 의상을 입혀서 무도회로 인도하는 게 바로 마브지.

TENOR
하지만 수탉이 울고, 날이 밝으면,
마브는 희뿌연 새벽 공기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구.

PETIT CHOEUR
......희뿌연 새벽 공기 속으로.

PETIT CHOEUR
이윽고 죽음이 모든 걸 정복하게 됩니다.
케퓰릿가, 몬태규 가는 처절한 고통에 굴복하여,
그렇게 많은 피와 눈물을 흘리게 했던 증오를 버리고,
마침내 화해를 하게 됩니다.

Acte II
2. 로미오 홀로
23:13 슬픔 – 멀리서 들리는 콘서트와 무도회의 소리
30:50 캐퓰릿 가의 잔치

3. 사랑의 장면

37:30 고요한 밤 – 고요하고 적막한 캐퓰릿 가의 정원 – 무도회 음악 소절을 부르며 파티를 떠나는 캐퓰릿 가의 젊은이들


CHOEURⅠ ET CHOEUR Ⅱ
어이, 캐퓰릿 청년들! 잘 가게, 잘 가!
어이, 잘 가게, 기병대들, 또 보세!
아! 정말 기막힌 밤이로구나! 훌륭한 연회이고!
참으로 완전무결한 무도회야! 훌륭한 연회이고!
얼마다 말도 안 되는 대화가 오갔는지!
커다란 낙엽송 나무 밑의 베로나의 미녀들이여!
가거든 동틀 때까지 사랑을 꿈꾸어라!
트랄랄라......

4. 스케르초
59:33 꿈의 여왕 마브

Acte III
5. 어린 줄리엣의 장례 장면
01:07:59 “죽은 처녀에게 꽃을 던지세”


CHOEUR DES CAPULETS
무덤까지 가는 길 내내 죽은 아가씨를 위해 꽃을 뿌려라.
그리고 무덤으로 따라가라.
우리의 소중한 여동생 무덤으로!

6. 캐퓰릿 무덤의 로미오
01:18:43 기원: 깨어난 줄리엣 – 기뻐서 흥분함, 절망 – 두 연인의 마지막 고통과 죽음
7. 피날레
01:26:59 묘지에 몰려든 군중 – 캐퓰릿 가와 몬태규 가의 싸움


CHOEUR DES CAPULETS ET CHOEUR DES MONTAGUS
Capulets:
뭐야! 로미오가 돌아왔어? 로미오가?
몬태규 놈이 새벽에 죽은 줄리엣의 무덤에 침입하였어.
아, 놈들에게 신의 저주가 내리라!
줄리엣! 이럴 수가! 그들이 죽었어, 둘 다 죽었어!
그들의 피는 아직도 따뜻해!
대체 무슨 일일까, 아! 무슨 끔찍한 비밀이라도 있는 것인가!

Montagus:
뭐라고? 로미오가 돌아왔어? 로미오가?
줄리엣을 위해서 그는 가문의 원수인
캐퓰릿 가의 무덤 속에 스스로 갇힌 거야.
로미오! 이럴 수가! 그들이 죽었어, 둘 다 죽었어!
그들의 피는 아직도 따뜻해.
대체 무슨 일일까, 아! 무슨 끔찍한 비밀이라도 있는 것인가!


PERE LAURENCE
내가 비밀을 털어놓겠습니다.
이 시체는 줄리엣의 남편이었던 그입니다.
당신들 눈앞에 있는 몸뚱이 말입니다.
아아, 저것은 로미오의 아내의 몸입니다.
나는 둘을 결혼시켰습니다.

CHOEUR DES CAPULETS ET CHOEUR DES MONTAGUS
결혼했다고!

PERE LAURENCE
그렇습니다. 부인하지 않겠어요.
나는 둘의 결합이야말로 당신네 두 가문의
미래의 화해를 위한 희망의 보증이라고 보았거든요.


CHOEUR DES CAPULETS
몬태규 가의 패거리들! 우리는,
우리는 그 놈들을 저주합니다!

CHOEUR DES MONTAGUS
캐퓰릿 가의 패거리들! 우리는,
우리는 그 놈들을 저주합니다!


PERE LAURENCE
그러나 당신들 가문 간의 불화가 다시 불붙었습니다.
불행한 소녀는 마음에 없는 결혼을 피하려고
완전히 절망한 상태에서 나에게 왔습니다.
“오직 신부님만이,” 그녀는 울며 말했습니다.
“저를 살릴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녀를 강제결혼의 숙명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이러한 비상수단을 썼습니다.
같은 날 저녁에 잠자는 약을 주어 그녀를
죽은 시체처럼 창백하고 차디차게 보이도록 했습니다.

CHOEUR DES CAPULETS ET CHOEUR DES MONTAGUS
잠자는 약이라고!


PERE LAURENCE
그런 다음 나는 그녀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려고 아무 걱정도 않고 왔었지요.
그러나 일이 잘못되느라고, 로미오가 나보다 먼저
꽉 막힌 무덤으로 왔더라구요.
그의 진실한 사랑의 주검 위에서 함께 죽으려고;
그런데 줄리엣은, 깨어나기가 무섭게
이미 죽음이 덮친 그를 감지하게 되자,
로미오의 단도로 자기 자신을 찔러
내가 나타났을 때엔 이미 영원히 가버린 뒤였습니다.
이건 전부 진실입니다.

CHOEUR DES CAPULETS ET CHOEUR DES MONTAGUS
결혼을!


01:31:19 로렌스 수사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PERE LAURENCE
가엾은 아이들아, 너희를 위해 눈물을 흘리노라.
너희는 좋은 시절도 못 보고 함께 급사하였으니,
너희의 비극적 무덤 위에
후세 사람들이 와서 눈물을 뿌릴 것이다.
역사 속에서 너희들로 말미암아 유명해진
베로나는 자기들도 모르는 결에 어느 날부터,
너희 둘만을 추도하는 것으로
도시의 슬픔과 영광을 찾아낼 것이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소?
이 고집불통 적대 가문, 캐퓰릿, 몬태규 사람들이여!
와서, 보고, 만져보시오!  가슴속에는 미움을,
입술에는 욕설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여!
이 창백한 연인들에게 가까이 오시오, 잔인한 사람들이여!
신이 당신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통해
당신들을 벌준 것이오.
신의 응징과 복수의 천둥번개가,
감추고 있는 우리의 공포심을 간파했소.
우레 같은 그분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잊어라, 너희들의 미친 짓을 잊어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노여움을 풀고 너희들을 용서하겠노라.


CHOEUR DES CAPULETS ET CHOEUR DES MONTAGUS
Capulets:
하지만 놈들의 검에는 우리 피가 묻어있어요.
그들은 티볼트를 죽였습니다!
파리스는 또 누가 죽였지요?
배신자들, 평화는 없죠, 없어요!
안 돼요, 겁쟁이들! 휴전은 안 돼요. 안 돼!

Montagus:
하지만 놈들의 검에는 우리 피가 묻어있어요.
우리도 그들에게 큰소리 칠 말이 많습니다.
누가 머큐쇼를 죽였지요?
그리고 벤볼리오는?
배신자들, 평화는 없습니다. 없지요!
안 돼요, 비겁자들! 휴전은 안 돼요, 안 돼!


PERE LAURENCE
시끄럽소! 한심한 사람들 같으니!
어찌 그리 양심의 가책이 조금도 없단 말이요!
사랑이 지나쳐서 증오심으로 변한 것이요?
저 죽음으로 증오의 불길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이요?
영혼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시는 하느님,
당신은 저의 약속이 공정했는지 아닌지 잘 아십니다.
하느님, 당신의 불꽃으로
이들의 응어리진 가슴을 어루만져주소서.
그리고 당신의 지혜의 숨을,
내 약속대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어주시어
바람 앞의 밀기울처럼 그들의 분노를 날려 주소서.


CHOEUR DES CAPULETS ET CHOEUR DES MONTAGUS
Capulets:
오, 로미오! 젊은 별이 갑자기 꺼졌구나!
이 기막힌 순간에 캐퓰릿 사람들은 스스로 너의 죽음을
눈물로서 참회할 준비가 되어 있단다.
신이여, 이 무슨 기막힌 일입니까!
소름 끼치는 증오, 원한은 사라지고,
하늘의 눈물은 우리의 영혼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Montagus:
오 줄리엣! 사랑스러운 꽃이여,
이 기막힌 순간에 몬태규 사람들은 스스로 너의 죽음을
눈물로서 참회할 준비가 되어 있단다.
하느님, 이 무슨 기막힌 일입니까!
소름 끼치는 증오, 원한은 사라지고,
하늘의 눈물은 우리의 영혼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01:40:20 화해의 맹세: “소중한 상징에 두고 맹세하시오”

PERE LAURENCE / Choeur du Prologue:
그럼 맹세하시오, 이 무서운 상징인,
당신들의 딸과 당신들의 아들의 몸에 걸고 맹세하시오.
십자가에서 고통받으신 그분의 이름을 걸고,
여러분 모두, 십자가에 대고 맹세하시오.
당신들 사이에 그리스도의 사랑과 형제애로
영원한 화해의 띠를 맺겠다고 맹세하시오.
그리하면 온 세상을 손아귀에 넣고 심판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용서의 책에 이 서약을 적어 넣으실 것이요.


CHOEURS 
Choeur du Prologue:
그럼, 맹세하시오, 이 무서운 상징인,
당신들의 딸과 당신들의 아들의 몸에 걸고 맹세하시오.
십자가에서 고통받으신 그분의 이름을 걸고,
모두 맹세하시오, 십자가에 대고 맹세하시오.
당신들 사이에 그리스도의 사랑과 형제애로
영원한 화해의 띠를 맺겠다고 맹세하시오.
그리하면 온 세상을 손아귀에 넣고 심판하는 하느님께서는
용서의 책에 이 서약을 적어 넣을 것이오.
마침내 당신들 모두의 원한을 꺼버리겠다고
모두 맹세하시오.
영원한 친구가 되시오!


Choeurs des Capulets et Montagus:
우리는 이 무서운 심벌로,
당신의 딸과 당신의 아들의 몸에 걸고 맹세합니다.
십자가에서 고통받으신 그분의 이름을 걸고,
우리는 모두 십자가에 대고 맹세합니다;
우리 사이에 그리스도의 자비심과 형제애로
영원한 화해의 띠를 맺겠다고 맹세합니다.
그리하면 온 세상을 손아귀에 넣고 심판하는 하느님께서는
용서의 책에 이 서약을 적어 넣을 겁니다.
우리는 마침내 우리 모두의 원한을  
꺼버리겠다고 모두 맹세합니다.
영원한 친구로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로미오 홀로의 시작과 끝이다(23:13).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그리고 말러의 드라마틱한 교향곡을 정확히 예고하는 것이다. 사랑의 장면(37:30) 또한 <트리스탄과 이졸데> 가운데 ‘사랑의 동굴’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마지막 로렌스 수사의 훈계(01:40:20)는 원작에는 베로나 공작이 남긴 것이다. 이 비극을 교훈 삼아 두 가문이 화해하라는 것이다. 베를리오즈는 여기에 프랑스혁명의 표어를 대입한다. 자유, 평등, 형제애(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 가운데 마지막 형제애를 두 원수 집안에 명세하도록 한 것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에 화답한 것이리라!

“백만인이여, 서로 포옹하라
Seid Umschlungen, Millionen!”

피티 궁전의 끝자락에서 유채처럼 흐드러지게 핀 노랑 장미 너머로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떠올리며 조토의 종탑과 두오모를 바라보니 이 러브스토리의 고향 베로나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장미는 향만으로도 알 수 있다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에 바로 이곳에 어울리는 노래가 나온다. ‘피렌체는 꽃피는 나무처럼Firenze è come un albero fiorito’

피렌체는 꽃피는 나무와 같아

시뇨리아 광장에 그 밑동과 가지가 있네

하지만 그 뿌리는 맑고 기름진

계곡으로부터 새 생명을 끌어오지

그렇게 피렌체는 자라네

견실한 궁전과 날씬한 탑들이

별들을 향해 솟구치지


아르노 강은 수원으로부터 흘러와

노래하며 산타 크로체 광장에 입을 맞추네

그 노래가 달콤하고 낭랑하여

작은 시냇물들이 합창을 하며 흘러드네

마찬가지로 예술과 과학의 전문가들이

피렌체를 더욱 풍요롭고 빛나게 하도록 

이곳으로 내려오기를!


엘사 계곡의 성에서 온 아르놀포(디 캄비오)가

이곳에서 환영받으며 아름다운 탑을 지었지!

조토는 숲이 우거진 무젤로에서 왔고

용감한 상인 메디치 가문도 그랬지!

편협한 증오와 원한 따위는 가버려라!

새로운 손님들과 잔니 스키키 만세!


잔니 스키키의 이야기는 뒤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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