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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촬영감독 김정욱 Mar 19. 2020

내 남편은 낭만 짠돌이

인간극장 1 

내 남편은 낭만 짠돌이     

내가 처음 부부를 만난 것은 서울의 kbs 별관~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의 녹화 현장이었다. 국민 짠돌이 강주찬(33)씨 와  방송국에 남편을 재보 한  아내 박선미(33)씨, 부부는 녹화 준비에 정신이 없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부의 3살 난 여자아이 다미는  아내인 선미 씨의 손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방송국 대기실은 복도를 울리는 아이의 울음소리로 긴장감을 더하고 있었다. 

선미 씨는 3년 전 결혼 이후 처음으로 해보는 메이크업에 긴장한 듯 보이나 의외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주째 우승하여 오늘이 세 번째 방송국 방문이었다.

KBS 안녕하세요?  녹화 현장은 이영자 신동협. 컬투의 MC로 월요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하는 시청자들의 막장 사연이나 고민거리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주 강주찬 씨는 방청객으로부터 자린고비 짠돌이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를 이어 주찬씨가 오늘만 우승을 하면 정상 등극을 하는 날이다.  도전자들이 2주 연속 우승한 강주찬 씨에게 짠돌이 도전장을 내미는 날인 것이다. 녹화장은 배터랑 MC들로 화기애애했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인간극장 촬영 첫날!

촬영감독의 직감으로  촉수를 세우고 관찰하는 순간이다. 아주 짧은 시간에 촬영감독의 의식과 소양으로 부부를 관찰해야 한다. 짠돌이 강 주찬씨는 서글서글한 느낌에 약간 들뜬 표정이었고, 아내인 선미 씨는 침착했다... 젊은 나이에 두 사람은 상당히 침착해 보였다.

나는  휴먼다큐 촬영 시 출연자가 제작진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친근감을 느끼며 , 산만해지지 않도록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하며, 출연자의 시선을 피해 있으려 한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도  표정의 변화 없이 지켜보려고 한다. 스텝이 마치 관객처럼 행동하여 웃거나 반응하면 출연자는 연예인이 되려고 하고, 그렇게 될 경우 출연자는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 자꾸 보여 주려고 하기 때문에 진실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특히 TV 녹화날이라 두 부부와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녹화가 길어졌다.

촬영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출연자들의 감정이 이 여지고 있었고, 그런 감정을 살리기 위해 나는 계속 촬영해야 한다. 촬영감독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객관적이길 노력하며 촬영을 자주 중단하지 않는 게 좋다. 자주 촬영을 중단하면 출연자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어 웬만하면 촬영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 가끔은 출연자와의 감정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 없음을 알고도 계속 촬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군가는 같은 상황을 왜 계속 촬영하느냐?  한다. 휴먼다큐의 촬영감독은 작가와 피디의 사전밑팅 과정을 최대한 존중하여 구성안과 현장에서의 피디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듣고 촬영할 때 그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영상으로 표현해야 한다. 

방송 녹화 중  오늘의 출연자 중 짠돌이 주찬씨보다 더 양심 없는 짠돌이가 나타났다. 그는  주찬씨의 116표 보다 2표 앞선 118표로 26세에 마샬아츠 (투기와 텀블링을 기초로 하는 익스트림 운동)를 하는 철없는 남편이었다. 원치 않는 아이를 낳아 아내와 결혼했고 , 결혼 후 수입이 없어 통장 잔고가 제로인 그는 정말로 철없는 짠돌이였다. 아니 무책임한 남편이었다..

결국 방청객은 철없고 무책임한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사실 프로그램에 제보를 넣어 채택된 짠돌이 아내 선미 씨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결혼과 함께 그녀는 너무나도 힘든 세월을 보냈고 , 그런 힘듬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픈 답답한 심정과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방송국에 보낸 편지가 채택된 것이다. 그 후 선미 씨는 매스컴에 남편의 지독한 짠돌이 행각을 알리고 싶었고 , 방청객과 주위 사람들은 선미 씨 에게 위로에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인 주찬씨는 방송에서  아내에게 듣는 마음의 소리에 주찬씨는 당황했고. 정작 본인은 아내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지는 정말 몰랐다며 이번 기회에 아내의 고민을 알게 됐다고 했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새롭게 우승한 짠돌이보다는 본인이 양심이 있지 않느냐며 " 주찬씨는 아내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짠 돌리 남편이었다. 


오늘 우리의 촬영 내용은 아내의 제보로 방송국에 입성한 주찬씨 약간은 설레고 흥분된다.

녹화가 시작되고 내가 마치 연예인 이 된 것처럼 우쭐하다. 방청객에서 나의 검소함? 절약정신을  알아줄까? 

비록 결승에서 탈락했지만 나는 즐겁다. 나의 검소하고 절약하는 방법이 방송 소재로 방송국에서 녹화라니 갑자기 유명인이 된 듯 어리둥절하다. 

우리는 추후 극적인 요소 에서의 인터뷰를 감안하여 궁금함을 뒤로하고 사전 인터뷰를 자제해야 한다. 사전 촬영에서 연기자의 감정선이 무너 지면 촬영 후반부에 똑같은 감정선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2/1/10일)


2012년 1월 겨울  경남 사천은 청정의 바다인 남해 바다를 끼고  있었다..

부부가 사는 곳은 사천 비행장의  공단 근처로 경치 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그곳에서 부부는 닭갈비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강주찬(33) 그는 방송“안녕하세요? 에 소개될 때 전설의 자린고비로 한겨울에도 -기름값 무서워 보일러를 안 튼다는 짠돌이. 쓰레기봉투가 아까워 남의 쓰레기봉투의 여분에 쓰레기를 버리고. 생선 반찬은 직접 바다에서 잡아 온다는 국민 짠돌이로 소문난 그였다.

우리는 사전에 그에 대하여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또 다른 짠돌이 행위가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왜? 그는 그런 행동을 하는지? 

신혼초 부부는 온재산을 털어 가게 전세를 얻었고 잠자리가 없어 가게 옆에 컨테이너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추운 날씨 아내인 선미 씨가 가장 서러웠던 기억이고 그 기억은 지금의 행복을 알게 해 주는 듯했다. 집으로 가는 길 2월 초 추위는 아직 매서웠다.  부부가 사는 집은 가게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주택가로 1층을 전세로 방하나에 작은 주방 그리고 화장실이 있는 10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었다.

부부의 집은 기름보일러를 때는 옛날 주택으로 현관문을 열자 찬 공기가 몰아쳐 밖에 기온보다도 더 추운 듯 느껴졌다. 난방비 절약을 위해  전기장판 2개를 붙여 놓았고 방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그는 아무리 추워도 보일러를 못 틀게 하는 말 그대로 이 시대의 자린고비 짠돌이였다. 난방비 절약을 위해 창문 틈에 외풍을 막으려 아내인 선미 씨와 비닐을 치고 있다. 부부는 오늘 저녁을 따뜻하게 잘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사실 주찬씨의 자린고비는 방송에 보인 것 외에 다 많은 짠돌이 행각이 나타나고 있었다  


길거리 물건 줍기는 기본이고, 다 쓴 샴푸에 물 넣어 머리 감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도시락 먹기, 구멍 난 고무장갑 안에 비닐장갑 끼기, 찢어진 주방 신발 꿔 매 신기. 아프지 마라 돈 든다.

공짜는 포기하지 마라. 돈 모으는 목표를 세워라. 은행을 제 집 드나들듯해라. 더 이상 신을 수 없는 양말도 재활용해라.  경품에 도전하라. 주말에 놀지 말고 일해라. 물물 교환을 생활화해라 등 그의 짠돌이 노하우는 대단했다.


이 프로그램은 짠돌이의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매스컴에 노출되지 않은 두부부의 내면적인 내용들을 어떻게 찾아낼지가 프로그램의 승패를 좌, 우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의 깊이를 더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주찬씨는 어려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7살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고 주찬씨에게 많은 영향을 주신 어머니는 길에서 붕어빵, 토스트 장사를 하며 힘들게 네 남매를 키우셨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과 사별하기 전에 모든 물건을 남편이 사다 주었고, 남편과 15년 사는 동안 시장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남편은 알뜰했다고 한다. 일직 아버지를 여읜 주찬씨는 동전 한 닢도 허투루 쓸 수 없었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며 절약정신을 어머니에게 배웠다. 이런 주찬씨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설 명절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가서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타인의 삶에 개입하고 외나무다리를 걷듯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에 개입하기도 한다.

그들의 삶에 관여하게 된다. 

술과 음식을 올리고, 절을 올리며 , 어머니로 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럴 경우 나는 직감적으로 나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주찬씨나. 그의 어머니의 선미 씨의 감정에 주위를 기울여야 하고  출연자들이  눈물을 보이거나 감정 변화를 보일 때는 클로즈업을 사용하여 출연자들의 감정선을 쫒아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수건을 꺼내 건네어야 한다. 

산소를 다녀오며 가족들과 함께한 우리는 주찬씨가 짠돌이로 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 주찬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는 전혀 짠돌이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손님들에게는 음식과 반찬 서비스에 넉넉한 주찬씨였다. 손님들은 이번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그의 짠돌이 행각? 을 처음 알았고 선미 씨는 손님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가게에 서비스로 주는 배추는 사실 주찬씨가 배추값이 폭락한 지난겨울 배추밭을 2만 원에 사서 직접 배추밭에서 팔리지 않은 배추를 선별하여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넉넉하게 드릴수 있었다. 또한 가게 손님이 없을 때는 길거리에서 주운 냄비나 재활용 물건들을 고물상에 팔았다. 어떤 날은 사천 군에서 주최하는 가족사진 상품 타기를 위해 가족들과 공원에서 가족사진으로 상품을 타오기도 했다. 


주찬씨와 선미 씨는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3번째 만나 결혼을 결심했고. 주찬씨는 선미 씨와 일곱 번째 만나 네이트온으로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선미 씨는 주찬씨의 생활력과 검소한 그의 모습을 보고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상견례 날 주찬씨는 손님들을 위해 아니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마음으로 닭갈비 집에서 장사를 했고.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장사를 했다. 어느 날은 손님의 2인분 주문에도 가계 문을 열었다. 

촬영은 막바지에 오고 있었다.

이제 그가 방송을 통해 깨달은 것들에 결과가 있어야 한다. 마침 우리가 떠나기 전날 주찬씨는 아내 선미 씨의 생일을 맞아 이벤트를 계획했다.

불게 노을 지는 사천의 남쪽 바닷가. 실루엣으로 짐차가 한대  방파제를 위를 달리고 이윽고 차 안에서 그녀를 위한 편지가 읽힌다. 주찬씨의 기타 연주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이야기 " 와 함께 


" 처음 사랑하는 소중한 당신께... 편지를 적네요.

   지금 뭐라 적을까? 무슨 말을 쓸까? 고민 돼지만

   당신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적어 볼게요

   못난 남편 안 버리고 도망가지 않은 것 만도 정말 감사해요...

   지금껏 잘못했으니 이제부터라도.

   당신을 위해... 단이 를 위해.. 시간을 많이 내어

   부자보다 추억이 많은 그래서 잘 사는 가족으로 만들어 갈게요..

   고마워요.

   지난 2년 8개월 동안 이런 남편에게 사랑한다. " 최고 라말해주고  

   어디 가서 기죽지 말라고. 앞집 할머니 빈방을 얻어 핏덩이 아기를 안고는 외로움 서로 움 등을 참아 냈죠.

   미안해요.


   그와 선미 씨는 울고 있었다.

    노을빛 물든 바닷가에 BGM과 함께 내레이션이 흐른다 


" 이제야 알았다 유난 떨며 아끼고 살았던 그 이유는 가족,  바로 삶의 이유는 가족이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아끼고 아등바등 살아 가는가? 가족의 행복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가? 

강주찬 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려서 어렵게 자라오면서 아끼고 아꼈던 짠 돌이 행각이 들킬까 봐 부끄러웠다고 남들에게 숨겼으면 하던 그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이렇게 인생이 바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숨기고 싶었던 일들이 알려지면 안 되는 일들이 인생을 바꾼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른다. 내일일은 아무도 모른다. 젊었을 때 아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일어날 일을 모르는 우리들은 우리의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주찬씨는 이번 촬영을 통해 많은 것을 깨우쳤다 강원도 처갓집에 가서 장인 장모의 마음도 알았고. 자기가 만약 나 같은 사람의 아내라고 가정했으면 벌써 도망갔을 거라고 아내에게 너무너무 고맙다고 했다.











촬영 일지 중 _ 

2012년 올해 첫 출장입니다. 

새로운 해를 맞으면 설래 입니다, 무언가 새로운 계획을 만들 수 있고, 귀찮아서 잊고 있던 일들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8시 40분 터미널 진주행 버스를 타고 경남 사천으로 향합니다.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하늘땅 사람들을 섬기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사천행 버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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