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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촬영감독 김정욱 Mar 14. 2020

소귀에 경 읽기?

멘토링 2_ 어른 노릇

무릇 타국을 방문할 때 예절은 최소한 그 나라의 인사말 정도는 알아가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얼마 전 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기 전에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선생님이 이야기하셔도 소귀에 경 읽기로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씀을 듣지도 않을 겁니다” 

“소귀에 경 읽기” 일 거예요!!

하는 부정적인 이야기부터 들려왔기 때문이다.


소귀에 경 읽기는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주어도 귀담아듣지 않을 때 하는 말입니다. 그와 비슷한 의미로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란 말도 있죠.


마이동풍[馬耳東風]_ 봄바람이 말의 귀를 스쳐 감의 뜻으로, 아무리 애를 쓰며, 뜻이나 충고를 전하려 해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 상대를 가리킬 때 쓰는 말


하지만 이 말들 에는 모순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소)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우리는 소들의 의사소통과 방법 등 말을 배워서 전달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엔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인간이 인간의 말로 (소)에게 하면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Y는 아주 잘생긴 청년입니다. 키도 크고 성격도 좋고 사교적이었습니다. Y가 지금 이곳에 왜? 있는지 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C는 저와 눈을 마주치는 이쁘고 밝은 여학생입니다. 그녀는 어떤 사정으로 소년원에 다녀왔는지 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사실밖에 자세한 이야기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라 알려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오늘 처음 만난 학생들이 멘토링 시간에 다른 학생들 앞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다른 친구들 앞에서 본인들이 이야기하고픈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소귀에 경 읽기로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나 혼자 떠드는 꼴이 됩니다. 소통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일 겁니다. 얼마 전 학교 밖 청소년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의 도움을 얻고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학교 앞이나 지하철 역 앞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전단지를 받아보고 주머니에 구겨 넣거나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자세히 읽어 보는 경우는 드물지요? 확실히 눈에 띄는 문구나 우리가 관심이 있는 부분에 눈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입니다. 아빠의 강의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전단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랗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 까요? 어떻게 하면 그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요?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이 있습니다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라는 뜻으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는 말처럼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되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는 것을 깨우치도록 해야 합니다 깨우침이 늦되면 매를 들어서라도 알게 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고쳐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은데 아이들에게 놓인 환경은 너무 크게 보였습니다 잘못된 것을 알고도 꾸짖지 못함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미워하는 것이고, 어른이라면 청소년을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라면 잘못된 것을 꾸짖고 가르쳐야 합니다 


첫 번째 만남 저는 아이들에게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지난해의 자유학기제 중학교 멘토링의 경험으로 게임 용어인 오버워치. 페드 립 그들의 관심사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며 나는 너희들의 생각을 안다는 아주 거만한 생각으로 아이들과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청소년 시절 불우했던 환경을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들이 불행하다는 선입견을 품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나의 교만이었습니다.

역시나 아이들은 곧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개인 활동을 하고 이야기 중 핸드폰을 받기도 하고 SNS를 통해 영상을 보기도 했습니다. 멘붕이 왔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야기를 잘하는 편으로  어디 가서 재미없게 이야기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의무적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듯했고 으레 그렇듯 시간만 때우거나 뻔한 이야기를 하겠지 하는 마치 길거리 전단지를 주는 사람처럼 나를 대하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 내가 왜 아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지? 하는 의문점이 생기며 부끄러웠습니다. 대학에서 강의 중 학과장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는 게 싫어 학교 수업을 그만둔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나는 아이들의 집중력을 끌어내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수많은 시간 나의 삶과 함께했던 다큐멘터리 영상들이었습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다섯 공주의 이야기 <KBS 인간극장>,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리즈벨라스테스>, 자기 직업과 삶을 포기하고 베트남 보트피플 96 명을 구한 감동적인 선장 이야기 <어떤 인연> 등 타인의 삶을 보며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합니다. U-tube 에는 매분 6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고 온라인 영상들은 매일 40억 회 이상 재생되고 있으며, 구글은 매월 12억 원 정도를 업데이트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많은 메시지가 밖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다양한 미디어로 접하는 영화 드라마 음악 광고 뉴스 오락의 대중문화에 우리는 24시간 노출되어 있고 특히 우리 청소년들은 매스미디어의 강력한 영향으로 타락하고 파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올바른 미디어가 무엇인지? 청소년에게 알려주고 청소년들이 올바른 미디어를 선택할 수 있는 분별력과 이해력을 키워야 합니다.
바야흐로 이목구비(耳目口鼻)_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귀(耳)를 가장 먼저 중시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보는 것을 중시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영상을 볼 때만큼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한주의 시간이 지나 아이들을 만나는 두 번째 시간, 만남이 두려웠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지난번 영상을 보고 감사일기를 쓰기로 했는데 감사일기를 통해 아이들이 처한 환경을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가는 길이 멀기만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지난주 보았던 영상을 기억하고 감사일기를 작성했습니다. 감사일기는 아이들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역시 아이들의 소통 방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소통 방법하고 틀렸습니다.
당구 300으로 올리기. 연봉 10억. 바리스타. 군면제. 소설가. 만화가. 가수. 카메라 배우기.. 그리고 어렵게 쓴 편지까지 도저히 제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꿈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감사일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꿈들을 꾸고 있었던 것입니. 그리고 저는 강의 중 성격이 좋고 활발했던  Y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한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었고. 아빠였습니다. 그의 편지에는 가장으로서 다짐이 있었고 가족을 위해서 기도하는 훌륭한 아빠였다. 이제야 나는 그들이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들을 알 수 있었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랑이 기본에 깔려 있는 충고이어야 한다.


마지막 시간 이제 저는 어른 된 도리를 하려고 합니다. 물론 사랑이 기본에 깔려 있는 충고이어야 합니다. 나눔의 시간에 핸드폰을 내려놓게 할 것이고 개인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말을 걸 것이며 아이들 눈치를 보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통해 믿음을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나의 생각이 옮음을 알고 어른 노릇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어른은 아이들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어른 된 도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소귀에 경 읽기가 되지 않으려면 아이들이 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한 주가 지나고 오면 또 새로운 만남이었습니다. 이어지는 교육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학교 밖 교육이 일관성이 있어야 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래도 천박한 푸념이 되지 않기를 바랐고 아이들에게 맞추느라 나의 말을 바꾸지 않고 나의 말이 그들을 바꾸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콩나물을 키울 때 콩나물시루에서 물은 금방 새어 나가도 콩나물은 계속 자라듯이 우리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금방 잊힐지는 몰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충고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르침이나 충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미워하는 것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제목은 <내 인생 주인공은 나야 나!>입니다. 요즘 한창 인기인 11명의 인기 한류스타 워너원 (wanna one)의 노래 중 최고의 인기 노래인 “나야 나” 는 워너원의 멤버인 강 다니엘(96년생)이 모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 연습생으로 참가해 최종 1위 캐스팅되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너만을 기다려 온 나야 나~ 나야 나
네 맘을 훔칠 사람 나야 나~ 나야 나
마지막 단 한 사람 나야 나~ 나야 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한류스타 워너원의 “나야 나” 가사처럼 특별한 아이들로 인생에 주인공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바람이 가는 곳을 알지 못하니 그들에게 펼쳐질 인생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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