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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화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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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ille Nov 11. 2024

영화<갈증>비평

B급인 척하는 A급 영화

타란티노의 향기
출처: 왓챠피디아

개인적으로 일본 영화를 즐겨보는 타입은 아니다.

일본 영화는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있는데 그런 분위기는 왠지 때를 타야 한달까,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근데 나라는 인간은 그런 때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

다만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라면 다르다.


테츠야 감독 영화는 총 두 편을 봤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그리고 갈증.

두 작품 모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다. 아마 일본 영화의 감성이 없어서,

그리고 이 양반 특유의 B급 감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요즘엔 작정하고 B급 영화 만드는 게 더 힘들다.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B급 영화를 만드는 건 쉽다. 그냥 대충대충 하면 나오니까.

정말 어려운 건 B급 감성을 내는 거다.

근데 테츠야 감독은 이걸 기가 막히게 잘한다.

사심 좀 보태서 아시아의 타란티노라고 표현하고 싶다.


위 두 편의 공통점은 B급 감성이 제대로 묻어 있는 영화라는 점과 내용이 매우 어둡다는 점이다.

그냥 어두운 것도 아니고 심각하게 어둡다.

미칠 듯이 어두운 B급 영화라니, 상상이 가는가?

두 영화 호불호의 핵심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고 3일 간 우울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 영화의 초반 호흡은 매우 빠르다. 과거와 현재를 쉴 새 없이 오가는 것으로 모자라 컷간 간격도 좁다.

게다가 주인공을 맡은 야쿠쇼 코지의 화면상 배치도 뒤죽박죽이다.

180도 법칙이고 뭐고 자기 있고 싶은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난 이 어지러운 초반 시퀀스를 보고 이 영화가 내 취향을 저격할 것이란 기대를 품었다.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아키카주란 인물은 상당히 괴팍하고 폭력적인 인물이다.

거친 성격에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친다. 사람 때리는 건 우스운 일이다.

이 영화는 초반 빠른 호흡으로 아키카주를 조명하며 이 인물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가를 나타내고 있다.

영화는 보여주는 것이다. 대사가 과도하게 많으면 그건 영화가 아닌 드라마다.

후에 고마츠 나나가 연기한 카나코를 이야기할 때도 테츠야 감독은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이 영화는 아키카주가 행방불명된 딸 카나코를 찾으며 카나코의 진상을 깨달아가는 내용이다.

극 중 카나코는 마약에 손을 댄다. 그리고 친구들을 유혹해 마약을 먹이고 변태 성욕자에게 상납한다.

이 부분을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카나코는 극 중에서 '그저 재밌는 파티'라며 친구들을 마약 파티에 초대한다.

피해자 친구들의 시선에서 본 이 파티는 그저 흥겨운 파티처럼 보인다.

테츠야 감독은 이 장면을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찍었다. 파티 송의 뮤직비디오 같다.

어안렌즈로 촬영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는 것처럼 중간중간 화면이 정지하기도 한다.

색감도 매우 화려하다. Yeah! 같은 타이포그래피도 본 것 같은데 이건 확실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씬의 컷간 간격 역시 좁다는 것이다.

호흡이 빠르다는 것인데, 덕분에 관객들은 이 파티가 매우 흥겹다는 사실과 동시에 지나칠 정도로 광기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파티 씬이 등장하고 잠시 후 선정적인 씬이 나온다.

아주 적나라하게 말이다.


이 영화는 가정폭력으로 사라진 딸이 무서운 악마가 되어 친구들을 팔아넘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만 보자면 섬뜩하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대단한 건 테츠야 감독이 이 섬뜩함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은유적으로 표현하거나, 아예 싹 다 보여주거나 하지 않는다.

테츠야 감독은 영화 중간중간에 B급 감성을 녹여내며 인물들의 광기를 표현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타란티노의 향기를 느꼈다.


난 갈증에 평점 5점 만점 중 4점을 줬는데 이유는 B급 감성으로 가리지 못하는 높은 완성도를 봤기 때문이다.

진짜는 진짜를 증명한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이 외에도 이야깃거리는 많지만 영화를 보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쓴 글이기에 여기서 마무리하려 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긴 하나 개인적으로 배운 점이 많았기에 추천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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