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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soul Mar 12. 2022

아이는 모르는 엄마의 속 마음

엄마는 걱정이라 말하고, 아이는 비난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교길에 진아 어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진아가 다가와 제 손을 잡고 이 쪽으로 와보라며 잡아 당겼습니다

" 무슨 일이야? 저 쪽에 무엇이 있니?" 

진아가 가르키는 쪽을 보며 물어보는 데, 어머니가 순간 진아의 손을 잡아 어머니쪽으로 확 끌어 당겼습니다.

" 진아야. 엄마와 선생님이 말씀 나누는 중이잖아. 가만히 기다리지 못해!"

어머니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진아를 쏘아보며 말했습니다. 진아가 얼굴이 새빨개져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저 또한 난처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어머님이 하실 일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진아를 향해 인상을 쓰며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갔다 대며 " 뚝!"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서러운 마음에 터진 눈물이 금새 멈출리 없었습니다. 제가 진아의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 괜찮아? 진아가 속이 상했구나?"

진아가 울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선생님한테 할 말이 있었어? 무슨 말일지 궁금하네." 

아이의 울음이 조금 잦아지더니 훌쩍거리며 이야기했습니다.

" 저기 꽃이 피었어요. 훌쩍."

" 아. 저기 꽃이 피었구나. 어떤 꽃인지 선생님이랑 가까이가서 볼까?"

진아는 그제야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저와 함께 꽃을 보러 갔습니다.

이번에는 엄마가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에휴, 선생님 죄송합니다."

" 아니예요. 어머님, 저도 어떤 꽃인지 궁금해서요."

저는 진아와 함께 꽃을 보았습니다. 금새 진아 얼굴에 웃음 꽃이 피었습니다.


   며칠 뒤 진아 어머니와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진아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 선생님, 자꾸 진아에게 화를 내게 되요. 저는 진아가 외동아들이라 혹시나 다른 사람들한테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너무 걱정이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엄청 엄격하게 지도하거든요. 그래서 인지 아이가 자꾸 위축되는 것 같기도 해요."

   어머니 진짜 속이 상한지 울먹이기까지 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그동안의 진아 행동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학기 초에 진아 옷에 점토가 묻어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제가 "옷에 점토가 묻었네." 하고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진아가 울면서 저를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 진아야, 선생님을 갑자기 왜 때렸어?" 하고 물었습니다.

" 선생님이 나 혼냈잖아!"  

진아의 말이 참 어이없게 느껴졌지만 다시 한 번 물었습니다.

" 선생님이 혼내는 것 같았어?"

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 어!" 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진아가 화가났어?"

진아는 이번엔 더 크게 "어!" 하고 대답했습니다.

" 아. 선생님이 혼내는 것 같아 진아가 화가 났었구나! 혼내는 것은 아니었어. 그렇게 느꼈으면 미안해."


  진아는 자신의 옷에 점토가 묻었다는 것이 제가 혼을 내는 일이라 생각하고 반발을 한 것입니다. 물론 제 마음은 옷에 묻은 걸 알려주어 점토를 떼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진아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 우연적인 문제상황에 대해 이야기 듣는 것 모두 혼나는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싫다는 표현으로 주먹질을 한 것이지요. 아마도 어머니가 엄격하게 지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쌓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하는 말은 혼내는 것이고, 비난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자존감은 떨어지고, 타인과의 관계도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되기 전에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이해가 안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왜 저렇게 말하지? 

    왜 아이에게 저렇게 행동하지? 

 그런데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의 마음이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진아의 어머니도 말씀처럼 외동 아들인 진아가 버릇없다라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을 하셨을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진아의 작은 행동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행동을 제재하거나 야단을 치게 된 것이지요.  흔히 듣는 " 다 널 위한거야." 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진아는 어머니의 걱정스런 마음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엄마가 말할 때 밉고, 서럽고, 슬프고, 화나는 감정만을 기억할 뿐이었죠. 이런 경험은 비단 진아네 이야기만은 아닐겁니다. 저 또한 아이들에게 훈육이라는 명목아래 이야기했지만, 아이의 마음 속에는 억울함, 화남, 슬픔, 서러움 등의 부정적인 기억만을 남겼던 적도 있습니다. 훈육이 아니라 아이에게는 상처만 주게 된 꼴이지요. 


 사실 아이에게 상처만 되는 훈육은 안하는 것만도 못합니다.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지고, 부모와의 관계 뿐만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엄마는 아이가 걱정스런 마음으로 훈육을 했는데,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되는 것입니다. 부모입장에서는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바르게 잘 키워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좋은 소리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자녀양육에서 훈육은 꼭 필요합니다. 부모의 훈육을 통해서 아이들은 기본생활습관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훈육은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훈육을 어떻게 하면 잘하는 것일까요? 

상처없이 행동이 개선될 때 성공한 훈육이 되는 법입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문제로 자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스스로 자각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하브루타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며 어떤 점이 잘못되고, 서로의 감정이 어떤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는 방법입니다. 비난, 판단, 지적을 하는 감정적인 표현이 아닌 자신의 욕구와 느낌을 표현하며 나누는 대화인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 번씩, 조금 씩 반복하고 훈련하다 보면 어느 새 훈육을 한 후에

, 엄마의 속마음이 자녀에게 잘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부모의 속마음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고, 이끌어주기 위함을 마음으로 느끼며,  부모를 믿고 따를 때 훈육의 효과가 나타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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