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의 너는 빛이었다

그 날에 내 시선이 머물렀던 단 하나의 빛

by 서령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마음 깊이 머무는 얼굴이 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아려오는 기억.

내게 그 이름은 너였다.

처음 너를 본 날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오후였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있었지만, 너만이 시간이 멈춘 듯 느껴졌다. 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담긴 깊은 생각들이 문득문득 내 마음을 건드렸다. 나는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너에게 이끌렸다.

무언가를 바라고 다가간 건 아니었다.
그저 네가 머무는 공간 가까이에 있고 싶었다. 너의 하루에 내가 있다는 것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공기처럼 아주 작게라도 머물 수 있다는 것이 내겐 충분했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어리석다 하겠지만, 나는 그 시간들을 사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너의 곁에 다른 그림자가 드리워진 걸 알아챘다. 네 눈빛이 머무는 방향, 네 미소가 향하는 곳이 더 이상 나와는 관계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말하지 못했던 마음은 결국 마음속에만 남았다. 너에게 닿기 위해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들은 그저 묵은 종이 위의 잉크처럼 스며들 뿐이었다.

가끔은 너도 내가 너를 바라봤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준 걸까. 그조차도 내겐 충분히 고마운 일이었다. 너는 나에게 사랑이었고, 나는 너에게 그저 조용한 계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그 계절이 돌아올 때면, 나는 여전히 너를 떠올린다. 잊히지 않는 이름, 바람처럼 스쳐갔지만 내 마음에는 영원히 머무는 존재.

너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닿을 수 없었던 단 하나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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