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주 울리던 그 소리가 이제는 멈춰버렸다.
책상 한쪽에 놓인 전화기는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먼지가 얇게 내려앉아도, 모서리는 한 번도 방향을 바꾼 적이 없다.
가끔은, 그 위에 얹힌 공기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한때는 하루를 시작하는 소리였다.
낯선 새벽에도, 익숙한 저녁에도,
그 작은 진동과 짧은 멜로디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곤 했다.
화면 속 이름은 늘 같았고, 그 세 글자만으로도 마음은 단숨에 풀렸다.
밤이 깊어질수록 목소리는 느려졌다.
긴 문장 끝에 내려앉는 숨, 그 숨 사이사이의 공백.
아무 말 없이도 서로를 듣고 있다는 것이
그때는 참 다행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였을까.
벨이 울리기 전에 먼저 멈추는 소리들이 많아졌다.
걸려오지 않은 날들이 길어졌고,
나도 모르게 손끝이 머뭇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마지막 통화는, 오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목소리가 끝나기 전에 무언가가 끊겼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수화기 너머에는 종종
낯선 기계음이 흘러들어왔다.
번호는 지우지 않았다.
다만, 숫자를 누르다 멈추는 습관이 생겼다.
그 끝에서 무엇을 듣게 될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이따금, 아주 조용한 밤이면
전화기를 들어 손에 무게를 느껴본다.
아무 소리도 없는데, 귀는 자꾸 그때의 온도를 찾아간다.
전화기는 오늘도 침묵하고 있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배운다.
어떤 목소리는, 끊기는 순간부터
다시 울릴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