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해가 뜨지 않기를

by 서령

밤은 늘 내게 양면성을 가지고 다가온다.


하루가 끝나 안도해야 할 시간임에도, 나는 자꾸만 내일을 두려워하며 침대에 눕는다. 내일이 오면 또다시 견뎌야 할 수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눈꺼풀을 무겁게 눌러 잠을 막는다. 그래서 나는 바람처럼 터져 나오는 한숨을 반복한다. 길고, 깊고, 끝이 없는.


그 한숨 속에는 알 수 없는 바람결이 섞여 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나뭇잎을 스치며 사각거리고, 멀리 서는 개 짖는 소리가 공기를 흔든다. 아주 가까이서는 냉장고가 내는 낮은 웅웅 거림이 들리고, 간헐적으로 빗방울이 지붕에 떨어지며 철썩거린다. 그렇게 사소한 자연의 소리들이 이 밤을 채우지만, 오히려 내 마음은 그 소리들에 갇혀 더욱 복잡해진다.


한숨을 내쉴 때마다, 나는 내일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하다. 내일이란 단어는 어쩌면 희망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는 무거운 짐으로만 다가온다. 차라리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시간의 바늘이 여기서 멈추어 버렸으면. 그렇게 늦은 새벽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점점 커져 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마음은 또 다른 불안을 낳는다.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내일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이 될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채로, 이 밤에 고여버린다면 나는 더 깊은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 모순적인 생각이 내 한숨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자연의 소리들은 마치 내 혼란을 부추기기라도 하듯 리듬을 잃은 합창처럼 겹쳐진다. 풀벌레 소리는 멈추지 않고 울고, 바람은 들쑥날쑥하게 불어 창문을 두드린다. 그 사이에 내 심장은 규칙을 잃고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며 반응한다. 마치 세상이 내 마음의 불안을 대신 울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이 소리들 속에서 희미한 안도감을 찾기도 한다. 아무리 혼란스럽고 괴로운 밤이라도, 적어도 나는 살아 있고,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한숨은 단순히 지친 호흡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것이 유일하게 나를 붙잡는 희망일지도 모른다.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또다시 길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한숨은 내 가슴속에서 터져 나와 공기와 뒤섞이고, 곧 자연의 소리 속으로 흩어진다. 그러면 풀벌레 울음과 빗소리와 바람이, 마치 내 한숨을 품어주는 듯 함께 흐른다.


이렇게 새벽은 나를 지치게 하면서도, 동시에 버티게 한다. 모순적이고 모호한 감정들 속에서 나는 여전히 한숨을 쉬며 오늘을 살아낸다. 어쩌면 밤이란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내일을 두려워하면서도 결국은 맞이하게 하는, 끝없는 숨결의 연습.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면서도 또 하나의 한숨을 내쉰다. 그 한숨은, 두려움과 안도의 경계 위에서 흔들리는 내 마음이 내는 가장 솔직한 소리이자, 내일로 이어지는 가장 고통스럽지만 확실한 다리다.


저에게 밤은 위로받는 공간이자 걱정을 만들어가는 공장과 같은 느낌이에요.

많은 사람의 밤이 걱정보다는 힘찬 내일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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