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잔잔한 호수에 네가 다가왔어.
처음엔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마음이려니 하고 넘길 수 있을 만큼,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을 만큼 작고 잠잠했다.
그런데 너를 보고 난 뒤로
마음이 조용히 흔들렸다.
파도라고 하기에는 얌전했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번져갔다.
어디까지 퍼질지 알 수 없어
조금 무서운데도,
그 흔들림이 이상하게 좋았다.
내가 좋아지는 게 표 나지 않도록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연습하면서도
너를 보면 속으로는 호수처럼 잔잔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 눈짓 하나,
작은 장면 하나에도 괜히 마음이 크게 일렁였다.
너는 그냥 네 하루를 살고 있었고
나는 괜히 너를 중심으로 하루가 기울었다.
네가 웃으면 이유 없이 좋았고
멀어지면 이유도 없이 허전했다.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때의 나에게는 충분히 커다란 감정이었다.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이 일으킨 물결은
너에게 닿지 않는다는 걸.
너는 여전히 물가에 서 있고
혼자 흔들리는 건 나라는 걸.
그런데 이상하게 아프기만 한 건 아니다.
닿지 않았던 마음인데도
그 안에 따뜻한 빛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이렇게 부드럽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일이었구나
처음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물결은 잦아들었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아주 작게, 아주 느리게,
계속 남아 있다.
이제는 네 얼굴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손을 뻗어보던 순간,
바라보기만 해도 벅차던 마음,
마음속에서 조용히 노래처럼 흘러가던 감정.
덧나지 않아서 다행이고,
사라지지 않아서 고맙고,
그립지 않아서 편안한,
이상한 평온 속에 머물러 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누구와 함께 있어야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마음에 품었던 시간 자체가
그 사람의 마음을 빛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너로 인해 해로웠던 건 아니고,
나로 인해 끝난 것도 아니며,
그저 어떤 좋은 감정이
한 번 크게 흔들리고
지금은 부드럽고 고요하게 남아 있는 것뿐.
오늘 밤도 호수는 잔잔하고
아주 작은 물결이 천천히 숨을 쉰다.
그게 사랑이었는지
아직 말할 수는 모르겠지만
그때의 마음이 참 좋았다는 건
지금도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