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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국진 Jan 24. 2018

지르고 보는 습관

부제 : 동유럽행 항공권 결재

스페인 여행기를 채 다 쓰기도 전에 동유럽행 항공권을 결재했습니다. 추석을 끼고 11박 12일입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여름휴가라고 할 것이 특별히 없고, 연차를 3일 또는 4일을 붙여서 써요. 짬이 좀 되면 5일까지 가능하고요. 누가 눈치주진 않지만, 스스로에게 눈치를 주는 타입이라 이제껏 3일을 초과해 연차를 내본 적이 없습니다. 유럽여행을 또 가고 싶은데 그럴 틈이 보이지 않아 그냥 지르고 봤습니다. 잘 모르게쒀요. 그냥 쓸래여. 이번엔 눈치보지 않고 4일 연차를 쓰려고 합니다. 

작년 스페인 여행은 운 좋게 추석연휴가 붙어 있었고,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어요. 생애 첫 유럽여행을 다녀와서는 여행의 깊고 진한 맛을 알았거든요. 아깝다는 생각없이 내가 경험하고 즐기는 것에  돈을 쓰는 재미를 알았다는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일 마치고 붕괴된 멘탈을 일으키려고, 술값으로 수십만원을 날린 것 보다야 훨씬 가치롭다고 생각했거든요.

오스트리아와 부다페스트의 밤. (사진 : 스페인여행 동행이자 언니 ⓒecokja / http://www.grafolio.com/ecokja)

나의 세계가 넓어졌다는 것도 내가 여행뽕에 취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번도 발 디디지 못한 공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쓰는 낯선 사람들, 남의 나라 영웅들,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 군침이 도는 그 나라만의 음식들. 이 모든 몰랐던 것들이 아는 것이 됐을 때 느꼈던 희열을 잊지 못합니다. 그걸 알아가는 시간 동안 이미 내 세상이 넓어졌음을 느꼈거든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확장된다는, 나만 아는 그 쾌감때문에 여행뽕에 취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나는 또 동유럽행 티켓을 끊었습니다. 올해도 일본을 경유합니다. 이번에는 혼자 갑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 체코 프라하 아웃으로 정했습니다. 부다페스트 숙소도 벌써 예약했습니다.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의 모티브가 된 호텔입니다. 숙박하면 1회 온천이 가능해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겼어요. 오스트리아와 체코 일정은 아직 짜지 못했습니다. 그건 3월쯤으로 미뤄두고 있습니다. 

갤레르트 호텔. (일러스트 : 스페인여행 동행이자 언니 ⓒecokja / http://www.grafolio.com/ecokja)

지난 번 여행이 그랬듯, 동유럽 여행을 기점으로 조금 더 성장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큰 욕심없이, 조금 더 많은 사람과 열린 마음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내 진심이 통할 수 있도록 어학능력을 조금 더 기르고, 다이어트도 지속하려고 해요.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해나가야겠지요. 스트레스 받지 않고, 동유럽을 누비고 다닐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서요.


올해 여행계획을 다 세우고 보니, 내년엔 어디가지 생각합니다. 마음이 잘 아문다면 가야할 곳이 있거든요. (나중에 이 글 보면 하이킥할 듯) 티켓을 끊으면 또 기록해아겠지요. 


여행을 기다리는 이 시간이 얼마나 설레는지 모릅니다. 여행에 있어 티켓을 지르고 보는 습관은 참 좋은 습관인 것 같아요. 사실 그때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을지, 아플지, 살아있을지, 전 재산을 날려서 돈이 없을지는 모르는거잖아요. 일단 간다고 정하고 지르고 보는 겁니다. 그때가서 안되면 그때 고민하면 됩니다. 못 가게 되더라도 그날을 기다리며 행복했던 순간들이 남아있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면 그냥 지르세요. 그냥 어디든 가세요. 자신의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고, 가까운 곳이라도요.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세계가 넓어질겁니다 :-)


+ 추신 : 사진과 삽화를 제공해주신 나의 여행 동행이자 언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http://www.grafolio.com/ecok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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