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들국진 Mar 08. 2022

코로나19 확진 기록

오미크론 당신인가요

회사 내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왔다. 기분 탓인지 아닌지 목이 따끔거리는 느낌을 안고 출근해서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신속항원검사(라고 해봤자 내 코 내가 찌르기)를 받았다. 선명하게 그어진 한 줄에 안도하는 일상이 계속됐다. 


삼일절이었다. 전날 밤부터 이상했던 목이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확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목이 찢어질 듯이 아픈 통증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이상해 자가진단키트로 아침, 저녁 검사했지만 모두 음성. 남자친구는 두줄이 떠 양성이었다. 주말을 같이 보냈기에 분명 나도 양성일텐데, 자가진단키트는 여전히 한 줄. 온갖 고민을 하다, 결국 회사에 병가를 쓰겠다 말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삼일절 전날부터 이 날 아침까지 3종류의 자가진단키트 7개를 테스트했지만 모두 한 줄이었다. 너무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에 정말 음성인지 확인해야했다.

내 돈...

병원으로 가는 길엔 보건소를 지나야 하는데, 세상에. 보건소를 돌아 나와 세 블록 하고도 코너를 돌아 두 블록 남짓한 길이만큼 사람들이 서있었다. 날이 너무 추웠다. 긴 줄을 지나쳐와서 PCR 검사가 가능한 병원에 도착했다. 진료를 받고 의사소견서를 받아 PCR을 할 참이었다. 그러나 병원 줄도 만만치 않았다. 


의사 진료까진 접수하고 1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신속항원검사 후 또 30분, 그리고 PCR을 받기까지. 못해도 2시간은 바깥에서 오들오들 떨어야 할 각이었다. 아파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겠는데 어쩌지. 접수하는데 약 30분을 기다리고, 드디어 내 차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PCR을 받겠다고 했더니 9만 원 비용이 발생한단다. 그래, 돈 벌어 뭐하나. 검사받겠다고 했다. 양성이어도 돈은 환급되지 않는다는 고지를 듣고 대기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픈 사람들이 많았다. 몸은 대기실에, 얼굴은 뚫려있는 바깥쪽으로 내밀고 대기했다. 역시 돈이 좋지. 내 순서는 금방 돌아왔다. 별로 아프지 않은 PCR 검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병원까지 도보이동시간, 대기시간과 검사시간 총 2시간이 걸렸다. 


아프기도 정말 아팠지만 회사에 눈치가 보였다. 음성이면 어쩌나. 예민보스로 찍히겠지. 남한테 피해주기 싫어서 그랬는데 음성이면 정말 유별난 애로 생각할 거야.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코로나19 핑계삼아 병가냈다고 오해하면 어떡하나. 역시 타인을 의식하는 습관이란. 별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결과는 양성이었다. 쌓여있는 자가진단키트를 원망하며, 재택치료에 돌입했다.


재택치료 방법은 이렇다. 

- 보건소에는 전화할 필요 없다 왜냐면 연결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보건소 연락 오기 전에, 양성 판정 문자가 오면 바로 재택치료로 돌입해야 한다.

- 네이버에서 '코로나19 전화상담 병의원'을 검색해서 가까운 병원에 전화한다.

- 약을 받아올 동거인이 있거나 지인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병원에 보호자가 가서 처방전을 받고, 약을 지어 확진자에게 비대면으로 전달하면 된다. 

- 약을 받아올 보호자가 없는 경우에는 퀵으로 받을 수 있다.

- 퀵으로 받는 방법은 병원에 전화해서 병원과 연결된 약국(같은 빌딩 등)이 있는지 묻고, 있다면 그쪽으로 처방전을 보내달라고 하고, 퀵으로 받겠다고 말한다.

- 네이버에서 지역명_퀵배달 치면 퀵센터 여러 개가 나온다. 퀵센터에 전화해 약국에서 집으로 약을 받겠다고 하면 절차를 안내해준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이어야 퀵 비가 싸다. 그래도 기본 만원이겠지만.


내 증상은 침을 삼키기 힘들 정도의 고통스러운 인후통,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 온몸이 쑤시고 아픈 근육통, 간헐적인 기침이었다. 입맛 없는 건 물론이고, 미각 후각을 잃었다. 먹는 즐거움을 빼앗겼어. 


보건소 연락은 기다리면 자가격리 해제 전엔 오게 되어있다. 동선을 확인하는 문자가 오는데, 링크로 들어가면 PCR 검사일, 증상 발현일, 동거가족 등을 기입하게 되어있다. 동선확인이지만 실질적으로 어디 방문했는지 등은 묻지 않는다. 약 기운 때문에 비몽사몽 하게 입력하느라 PCR 검사일 잘못 입력해서 보건소에 연락해 수정했다. 연결 시도 5번 만이니까 그래도 빨리 된 편. 확진 2일 차에 자가격리 통지서를 문자로 보내줬다. 우리 구 보건소는 그래도 일처리가 매우 빠른 듯했다. 


참고로 더이상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밀접접촉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나 밀접접촉한 사람이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고 해도 보건소에서 따로 연락을 주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밀접접촉이 아니더라도 증상이 있다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아야한다.

살인적인 보건소의 업무량을 생각하면. 이들은 얼마나 쫓기면서, 두려워하며 일하고 있을까. 감사할 따름이다. 


감기약이 사람을 비몽사몽으로 만들기 때문에 3일간 정신없이 지냈다. 어쩔 수 없이 밥을 챙겨 먹고 약을 챙겨 먹으면 시름시름 잠이 왔고, 견디지 못해 누울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날은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아프지만 최대한 맛있는 요리를 해본다. 맛이 느껴지지 않지만! ^^

오늘은 확진 7일째다. 오늘만 지나면 격리가 해제된다. 기침과 콧물이 아직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이비인후과에 전화해서 다시 약을 처방받았다. 내 경우에는 귀 밑이 부어오르는 증상도 있었다. 볼거리처럼? 이틀 지나니 가라앉아서 다행이었지만 아직 귀가 먹먹하다. 


이제 코로나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공포는 사라졌다. 일상으로 복귀해서 근손실도 채우고, 밀린 업무도 해내고, 쉬면서 세운 올해의 버킷리스트도 하나씩 해나가야겠다. 확진 기록 끝.

작가의 이전글 우리 인간적으로 좀 삽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