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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oprlej Jun 13. 2019

01

내가 딱 서른이 되던 날 밤,

편지를 한 통 받았다.
A4지 다섯 장 정도 분량의 아주 긴 편지였는데,
작은 글씨가 빼곡했다.


제목은

서른 살이 된 서은이에게.


나는 마지막 장까지 꼭꼭 씹어 읽었고,
많이 울었고,
울다가 놓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몇 번이나 곱씹었다.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했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문장 하나 하나를 삼켜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우리가 이해 못할 이유들을 억지로 이해하고,
쌓인 오해들을 외면하고,

꾸역꾸역 소화하는 동안,
마음은 자꾸만 부서졌다.

그 길던 편지도
현관 옆 빨간 자전거도
테이블에 작은 쪽지 한 장 남겨놓고서

그 사람도 사라지던 날,
체온 대신 무언가가 있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
처음으로 수면제를 먹었다.


몇 번이나 꿈을 꿨는데,
그 사람은 꿈에서도 변명을 했고,
나는 꿈에서도 울었다.
건조한 그 눈빛이 내내 사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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