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by 차거운

열네 시간을 허공에 떠서

구름 위를 달리고 달려

지상에 착지하면 이곳에서 나는 이방인

말이 달라 귀 멀고

풍경이 낯설어 눈머니

골목들은 수상한 표정으로

꼬리를 감추고 건물 사이로 사라지고

낯선 이 도시

마음이여 겸손해져라

마음이 쉬면 삶도 쉬는 법

오드리 헵번처럼

나는 공주도 왕자도 아니지만

지문 없이 맨들 해진 당신의 손 잡고

로마를 걸으리라

우리에겐 오늘이 휴일이니까

삶이 늘상 난기류에 부딪칠 때

두려워지는 심장도 간도

양지바른 곳에 널어놓고

그렇게 걷자꾸나

황홀하게 황홀하게 쌍무지개

뜨는 이 시간


보라 하늘이 열리고 있다

새로운 날이니 사무치게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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