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피치 미술관 근처에서

by 차거운

사람의 파도란 이런 걸까 인산인해다

무엇이 세상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남부여대하여 나그네로 떠돌게 하는가

오는 사람 그리고 가는 사람

웃는 사람 슬픈 사람

피렌체 두오모와

시뇨리아 광장 그리고 우피치의 그림들

다비드가 골리앗을 쓰러뜨리고

유디트가 입술을 다문 채

홀로페르네스의 꺾인 목을 베고 있다

그림과 그림자들

희망과 사랑의 갖가지 피그말리온

누군가 나를 그렸고 그리고 조각한다면

우주의 한 모퉁이 거대한 이야기의 성전에

내 생도 하나의 자리를 차지한 채

서 있을 수 있을까 비어 있는

두오모의 빈 벽감들이 무언가로 채워질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치며

그림을 밟았다고 조용히 손을 내민다

씁쓸하게 아니라고 돌아서서 생각한다

세상의 허기는 쉽게 채워지지 않으리라는

그런 예감 속에서 메두사의 잘린 머리

살로메가 들고 있는 쟁반 위의 머리

효수된 산 미니아토 성인의 손에 들린 잘린 머리

언젠가 생의 모든 목마름이

채워지기고 더 이상 인간이 길 잃을

두려움이 없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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