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박물관에서

by 차거운

사람만이 무덤을 갖는 것은 아니다

바티칸 박물관에 새벽 일찍 줄을 만들며

기다리는 이 사람들은

모두 과거의 후손들이다

종교가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른 시간의 자식들

존재했던 것들 남아 있는 유산들

로마는 진정 하루아침에 세워진 도시가

아니라는 걸 여기 남은 문명의 유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저마다의 무늬로

빛나는 시간의 잔해들 속에

무너지지 않을 희망을 본다

그러므로 누구도 자신의 기억에

침을 뱉을 수 없다

오래된 것들 앞에서

조용히 침묵 속에 혀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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