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by 차거운

이방인들을 위해 선택된 사람

자신의 믿음과 신념으로 단단했던 사람

말에서 떨어지고

눈이 멀어 헤매다가

십자가 사형수의 목소리를 듣고

모든 것이 무너진 사람

새롭게 불사조처럼 믿음의

싸움꾼이 된 사람 벼리고 벼린 신앙의

칼날로 사자후를 토하며 세상을

베어 버린 사람이 잠들어 있는 곳

역대 교종들의 초상이 모두 있는 곳

비어 있는 몇 개의 공간

세상이 얼마나 더

지상의 순례를 걸어가게 될지

나는 모르지만

당신을 따라 달릴 길을 다 달려야

어딘가에 도달할 수 있음을

희망으로 희망하며 살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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