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보 다리, 조감도

by 차거운

예전에 언젠가 유격훈련장에서 누가 나에게 묻대

애인 있나? 그래서 뭐! 000 올빼미 하강!

아득하게 아득하게 추락하던 그 기분

그때의 그 느낌처럼 예전에 없던 고소공포증이 생기고 있다

내부순환도로 성산대교 연결로를 달릴 때

손에 힘이 들고 머리가 어질어질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왜 이럴까 점점 살아가는 일이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먹을수록 높은 곳이 두렵고 추락에 대한 공포가 커지니

심장은 쪼그라들고 그렇다

여기 론다의 누에보 다리 교각에서 아래쪽을 찍으려다

주저앉을 뻔했다 이 무서움은 이유가 없다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은 두려움

퇴행할 것에 대한 두려움 독재자 프랑코는 여기서

누군가를 집어던졌다지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처럼

바다에 산 채로 던져진 사람들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들

마음속에서 오프 더 레코드로 떠드는 함성들

오시비엥침의 살 타는 냄새도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녹아내린 유리병과 낙진의 처참함도

그렇게 쉽게 잊힐 수 있는 것일까

또다시 수정의 밤과 같은 날들이 올까

작은 사랑들이 피라미들처럼 희박해진 산소로 숨 막혀

떠오르는 날들이 그런 두려운 날들이

헤겔의 말처럼 비극으로 희극으로 되풀이될까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것도 위태롭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위태롭다

이 위태로운 지점에서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상식에 대해서 작은 친절에 대해서

인간에 대한 믿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여기는 누에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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