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성당 주일미사

by 차거운

그라나다에서 프리힐리아나로 네르하로 론다로

다시 세비야로 이동하던 날은 일요일

세비야 성당의 마지막 미사가 8시

7시 넘은 낯선 도시의 밤거리를 헤매고 헤매다가

간신히 미사를 보고 난 뒤의 그 마음이란

간절한 배고픔을 채운 뒤의 포만감과 같아서

피곤하고 나른한 눈으로 눈길을 돌리니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중인지 우리는 또 누구인지

산다는 일은 밥을 먹는 일과

적당한 노동과 적당한 꿈을 버무려

밀랍으로 집을 짓는 꿀벌의 수고와도 같으니

8 자 춤을 추면서 어디로 가면

달콤한 영혼의 꿀을 채밀할 수 있는지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배고픔이 많은 세상이요

슬픔으로 멱을 감는 세상일진대

그 위에 더 많은 눈물을 보태지는 말 일이다

그러므로 간절히 기도하건대

우리가 착한 사마리아 인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지나갈 수 있기를

우리가 지나간 자리가 깨끗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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