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건물을 떠올리게 하는 여기
세비야 메트로 파라솔
버섯이 갓을 피워 우산을 쓴 것도 같고
꿀벌들이 꿀을 담기 위해 만든 밀랍으로 된 벌집과도 같으니
사람들에게 길을 알리는 이정표와도 같은 장소가 되어
나그네의 발길을 붙들어 쉬어가라 하네
보이지 않는 뿌리 속에는 시장이 숨어 있고
사람들의 일상과 한숨과 희로애락이 있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크레바스
있어야 할 것과 있는 것 사이의 틈을 엿보게 하고
유토피아와 무하유지향과 무릉도원으로 난 길들을
가리키는 손가락들 빨간 립스틱을 닮은 건물 사이로
길을 잃을 듯 위태로운 마음의 고요를 딛고 오르면
동서남북 흩어지는 한숨들
성당 첨탑 사이로 솟아오르네
격자구조의 판재와 볼트와 너트로 조여진 이 전망대에서
작은 것들이 뭉쳐서 만들어낸 아름다운 세상을
생각하네 거대한 흰개미집과 인간의 도시
저렇게 단단하게 새겨 넣은 시간의 흔적들
허물어지면서 단단해지는 기억들 마음들 냄새들
무엇이 이 삶들을 떠받치고 있는가 문득
깨닫게 하는 여기는 세비야 메트로 파라솔 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