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파라솔 전망대를 지나 살바도르 성당에 가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낯선 도시의 아침을 열고
비둘기 몇 마리 오렌지 나무 아래 종종거리며 걷고 있다
세비야 대성당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서
이 모든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누구일까
어디에서 왔을까 서울에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일정이 잡힌 마지막 도시 마드리드까지
무엇하러 왔을까 희망의 순례자로 혹은 여행자로
잠시 머무는 이 시간 그렇게
아침 해에 몸피만큼의 제 그림자를 드리우고
지나가는 발걸음의 주인공이 되어
카메라를 들지만 투명한 것들은 결코 피사체로 잡히지 않는다는 걸
왜 모르겠는가 예를 들어 한숨이라든가 고통스러운 심장의 떨림이라든가
삶의 환희와 좌절이라든가 증오라든가 용서라든가
마음의 태풍이 불어오는 방향도 그 뿌리도
렌즈에도 눈에도 잡히지 않는다는 걸 나도 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도 같이
저기 고개를 한 손으로 받치고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고 있는
저분이 나의 구세주라는 걸
땀과 피에 젖어 있는 양 냄새나는 선한 목자라는 걸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있고
그의 한숨을 들을 수 있기를
빵과 포도주의 마르셀리노처럼 순수하게
노래할 수 있기를 인간의 노래가
신을 위로할 수 있다면
인간의 사랑이 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오 복된 탓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