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 듯 흐릿한 하늘이라
구름이 짙게 그림자를 드리운 곳에 단순한 형상으로
십자가가 서 있고 구 성전을 향해
광장을 바라보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종이 부복하고 있네
1984년 여의도 광장 103위 시성식
1989년 세계성체대회에 우리나라를 찾아온 교종
간암으로 복수가 차서 조금씩 이울던 아버지의 생명
폴란드 땅에 내려 대지에 입 맞추던 모습
동구권 철의 장막이 허물어지고 파티마의 당부가 현실이 되던 순간들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안으로부터 무너지던 냉전의 벽들
모세의 쳐들린 손이 이스라엘의 힘이 되었던 것처럼
파티마 로사리오의 모후의 당부가 여리고 성곽을 무너뜨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믿는다는 것은 해석하는 일이기에
모든 일의 이면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에 대한 믿음 없이
삶과 죽음의 문제는 넘어갈 수 없으니
그 옆에는 성 바오로 6세 교종의 동상도 있어
어두워가는 하늘 아래 조용히 침묵에 잠겨 있고
아직 희망의 순례를 지상의 순례를 마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여기에 올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해 주셨으니 남은 길도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