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성 수산나 공원

by 차거운

산티아고에서 마드리드로 떠나는 아침 미사 후에

성 수산나 공원을 거닐다가 거기

스페인의 가을이 내려앉은 걸 보았네

사람 사는 곳의 풍경은 다 거기서 거기

노랗게 플라타너스 넓은 잎 떨어져 땅 위에 쌓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으니

허락된 만큼의 시간을 누리며 살다가

떠나야 하는 인생과도 같은 여행이기에

그리운 것들 곁으로

익숙한 풍경 속으로

운명에 대한 사랑을 품고

견뎌야 할 것들을 견디고

품어야 할 것들을 품어 내기 위해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여기서는 거기를 그리워할 것이고

거기서는 여기를 기억할 것이니

사람의 삶이란 같은 공간과 시간 위에

두 번 다시 설 수는 없는 법

매 순간을 사랑하고

매 순간을 감사하며

뜨겁게 살아야 하는 것이니

그동안 길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흘린

작은 마음의 빵조각들

시간의 비둘기들이 쪼아 먹도록 두고

돌아가자 가서 살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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