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피렌체 투어 2일 차)
오늘은 피렌체 탐방 2일 차다. 오늘 목표는 시뇨리아 광장에 맞닿아 있는 우피치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인데 미리 예매를 하지는 않았기에 아침 새벽 줄 서기를 하기로 했다. 숙소가 가까운 관계로 일찍 매표소에 입장해서 표를 잘 구매했고 입장해서 미술책에서나 보던 그런 작품들을 보느라 눈이 호사를 누렸다. 유홍준 교수님과 같은 분이라면 입에 침을 튀기면서 자신의 전공 관련 작품들을 설명하듯 하겠지만 우리는 그 엄청난 작품의 숫자와 예술적 함의에 우선 압도되어 다리가 아픈 걸 무릅쓰고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애를 쓰면서 걸어 다녔다. 미술관 안에서 길을 잃을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다. 일행과 떨어질 수도 없는 단체인지라 결국 유사시에 어디에서 몇 시까지 만날 것인지 정해 놓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본 많은 작품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할 능력도 내게는 없지만 사진으로 찍어둔 것들을 보면서 두고두고 곱씹어 볼 수는 있겠다. 어쨌든 한 번 지나치면서 본 그 작품들을 다른 자료에서 본다면 더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좋은 경험이고 다른 경험으로 이어지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믿는다.
시뇨리아 광장 앞에서 사보나롤라의 화형과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든 공간은 제 나름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공간과 돌과 벽돌 한 장에도 사연이 있는 것이고 보잘것없는 깨진 기왓장 하나도 알고 보면 다 역사를 품고 있는 것이니 소홀히 걷어차고 지나다닐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이탈리아의 구석구석이 모두 그러하다. 사연이 맺히지 않은 곳이 어디 하나라도 있을까. 그 서사의 힘이 오늘을 있게 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과거 없이 현재는 없다. 두오모의 박물관에 들어가서 보고 성당 내부에도 들어가서 찬찬히 보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퇴실 시간이 되었다. 기차 시간이 아직 남아 있어서 숙소의 호스트에게 짐을 보관하고 있다가 빼도 되겠느냐고 이야기를 했더니 흔쾌히 허락한다. 그래서 숙소는 정리하고 짐은 다시 보관 공간에 옮겨 두고 기차 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두오모 박물관과 성당 등을 둘러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알뜰하게 시간을 잘 활용한 셈이다. 오후 6시 25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로마 테르미니역으로 돌아와서 역시 마중 나와주신 파올라 수녀님의 차를 타고 숙소로 귀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