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제주 보름살이

- 2024년 3월 12일 화요일

by 차거운

아침에 일어나서 늘 하는 묵주기도 20단을 하고 씻은 후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갔다. 주차비와 입장료를 합쳐 3,500원을 내고 천천히 삼나무 우거진 산속을 거닐었다. 비 온 뒤의 습습하면서도 청신한 공기가 좋다. 바닥은 다소 축축한 느낌을 준다. 절물오름에도 올라 순환로를 따라 돌고 내려와 기름을 넣고 제주 민속 5일장이 열리는 오라동 쪽으로 가서 주차를 했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은 중에도 자리가 있어 차를 대고 구경을 하다가 집사람이 보말칼국수를 노래하기에 적당한 곳을 찾아 들어가니 입구에서 사람들이 한참씩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장터 맛집이었다. 조금 기다려 자리를 잡으니 전형적인 천막 식당인데 메뉴가 꽤 다양하다. 나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칼국수 두 그릇을 시켰는데 나오고 보니 손으로 빚어 모양은 투박하지만 푸른 칼국수 국물이 진국처럼 보였고 국물은 기가 막히게 입에 착 붙는다. 무슨 마약을 섞은 것은 아닌지. 고혈압 환자인 내게 다소 간이 센 듯한 느낌도 있지만 김치랑 국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현금으로 송금해서 결제하고 나와서 못난이 한라봉, 천혜향을 우리 먹을 용도로 사서 담아 들고 나와서 함덕해변에 가서 거닐다가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바람을 피해 실내에서 바다를 원 없이 바라보고 앉았다. 가끔 적응이 잘 되지 않는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어떻게 나이를 먹고 있는지 외모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사실 잘 모르고 있다는 점과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어떨 때는 그 전형적인 표현인 ‘아버님’이라는 소리도 듣고. 엥! 아버님이라니. 이건 뭐지. 이 느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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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관광객들의 성지인 동문시장에 가서 광어랑 오징어 고춧가루 등을 부식으로 사서 들고 숙소로 귀환했다. 회쌈밥의 방식으로 늦은 점심을 간단히 먹고 매운탕을 끓여서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까지 해결하면 일석삼조(一石三鳥)가 되는 셈이다. 아침과 저녁은 숙소에서 해 먹고 점심 정도만 사서 먹어도 식사비가 적지 않게 드는 데 삼시 세 끼를 외식으로 해결하면 이건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도 아내는 생활의 달인이자 넉넉지 않은 수입에도 우리 집의 내실 있는 살림살이를 가능하게 한 주역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가 충동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많은 소비의 유혹을 막아서는 아내가 있어 알뜰한 생활이 가능한 셈이다. 가끔 국밥을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하긴 하지만. 지름신은 내게서 떠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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