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3월 21일 목요일
서귀포 근처에서 3일째 머물고 있다. 오늘은 어제처럼 아랑조을거리 주차장에 주차 후 7구간을 걷기로 한다. 7구간은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이며 아름답기도 한 구간이다. 수학여행을 아마 전국에서 가장 빨리 온 것 같은 00고 아이들을 만났는데 감회가 새롭다. 지난해 시월까지만 해도 나 역시 고등학생들을 인솔하고 이렇게 수학여행을 제주로 왔었는데 올 2월로 자발적인 은퇴를 하고 보니 앞으로의 시간에 적응하는 문제와 함께 삶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찾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절실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남은 생을 보낼 것인가? 그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우리 가족들 특히 아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아이들은 자신의 두 발로 단단히 서서 살아갈 수 있을까? 등등. 많은 걱정과 불안이 있지만 내가 어쩌지 못하는 영역의 문제는 접어두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하자.
서귀포 칠십리 공원을 거쳐 삼매봉, 외돌개를 거치는 구간이기도 하다. 강정마을은 강정 민관 합동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갈등이 지속된 공간이고 금호 리조트를 지나 월평 포구를 지나 종점에 다다른다. 거대한 크루즈 선이 강정항에 입항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반복하지만 바다는 푸르고 유채밭은 노랑과 초록이 다 같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살아있다는 사실이 이런 순간에는 너무나 감사하다. 고단한 인생살이지만 잠깐잠깐 황홀한 꿈을 꾸는 듯한 그런 시간이다. 잘 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네 손에 들린 한 모금의 포도주를 즐기도록 하라. 내일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