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 2024년 4월 26일 금요일

by 차거운

오늘은 금요일이라 육식을 피하려고 하다 보니 식사가 조금 부실해 보인다. 힘겨운 노동(?)을 하는 중이라 좀 관대하게 보아도 되려나 싶지만 가능하면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싶어진다. 그게 도리이지 싶다. 오늘은 역시 두 구간을 걸어야 하는데 운리-덕산, 덕산-위태까지 이렇게다. 덕산을 지나 위태까지 가면서 산청군에서 하동군으로 행정구역이 바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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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리마을을 떠나 지리산의 유명한 백운계곡을 거쳐 가는 길은 숲속으로 난 길이라 풍광이 좋다. 이제 반달곰과 멧돼지와 조우할 걱정은 다소 줄어들었다. 물론 가능성이야 있지만 그간의 둘레길이 산자락이라 굳이 만날 확률 면에서 적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마근담 입구를 지나 덕산에 도착하니 여기는 남명 조식 선생의 자취가 묵직하게 자리한 곳이다. 덕천서원은 좀 떨어진 곳에 따로 있고 여기에는 산천재와 남명기념관 등이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의 문하에서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 수두룩하게 나와 그의 학맥이 지닌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두류산 양단수를’로 시작하는 시조를 가르치던 기억이 나고 퇴계 선생과 함께 영남의 대표적인 유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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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하거니와 지리산 자락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 사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은 후세에 자취로 남아 더러운 오명이든 아름다운 삶의 향기든 사람들이 기억하고 반추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삼가 조심히 살아갈 일이다. 산천재 마루에 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며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기념관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새로운 앎을 여는 기쁨을 누린다. 그러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덕산에서 위태를 가는 길은 빤히 보이는 물길을 따라 디귿자로 돌아가는 길이다.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어리석은 일이겠으나 찬찬히 둘러보는 순례자의 입장에서는 초심자답게 겸손하게 따르기로 한다. 산청군 일대에 가득한 감나무밭을 따라 길게 걸어 중태재를 향해 간다. 중태 안내소에서는 거기 지킴이께서 친절하게 커피도 한잔하라고 권하시는 데다가 고구마도 쪄놓은 것을 권하신다. 감사하게 잘 얻어먹고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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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태재를 지나면서 군 단위의 행정구역이 바뀌게 된다. 예로부터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고 했거늘 재는 이 마을과 저 마을을 이어주는 지름길의 역할을 한 것이겠다. 차를 이용한 빠른 지나침 속에 우리가 보지 못하던 풍경과 삶의 속살을 걷기는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그리고 느린 걸음걸이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삶을 둘러싼 배경이 되는 자연과 눈높이를 맞추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걸으면서 농촌의 인구소멸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정말 이제 연세 드신 분들만이 시골의 마을을 지키고 계신다. 고사리를 꺾으려고 길옆에 세워둔 전동휠체어는 노인분들의 자가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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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 마을에 도착하니 여기는 버스 정류장 표시가 있는 장소라 공간이 협소하고 차를 댈 만한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내일은 삼화실에 주차하고 거꾸로 되짚어 오는 길을 선택하기로 한다. 수원에서 혼자 걷기를 하신 분을 만나 함께 타고 가는 조건으로 2만 원에 택시를 타고 운리에 도착해서 차를 갖고 숙소로 귀환했다. 내일은 여기를 떠나야 한다. 저녁은 어묵 가락국수인데 오늘은 면을 두 끼나 먹었다. 고기 먹고 싶다. 나이 들면(?) 잘 먹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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