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5월 24일 금요일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도동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잠시 내수전 일출전망대에 들렀다가 내려와서 차를 도동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세워두고 도동 시내를 탐방하는 일정을 시작했다. 2시 30분에 섬 일주 유람선을 예약을 했고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그전까지는 옛 울릉군수 관사에 마련된 1962 박정희 방문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이 공간은 1962년, 5.16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방문했던 자료를 중심으로 울릉도의 역사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울릉군청, 울릉읍사무소, 울릉경찰서 등 관공서가 밀집되어 있는 중심가를 지나 도동성당으로 이동해서 독도 방향을 향해 서 있는 성모상을 향해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잠시 주변 경관을 바라보았더니 독도 박물관 케이블카 전망대와 마주 보는 위치임을 알게 된다. 14처를 살펴보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베어진 자리를 한참 바라보기도 하고 간혹 어린이집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투명하게 쨍그랑거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가롭게 해찰하고 있다가 내려와서 다른 골목으로 가서 점심 식사로 용궁횟집에 들러 물회를 먹었다. 처음에는 물이 하나도 없다가 얼음이 녹으면서 국물이 생겨 거기에 밥을 말아서 배가 부르게 먹었다. 물회 2만 원. 울릉도에서 웬만한 한 끼 식사는 가격이 비슷하다.
점심 후에는 배의 운항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골목에 있는 오래된 일본식 가옥을 매입해서 역사 문화 체험센터로 꾸민 곳에 들어가 차를 한잔하면서 60년대 제작된 울릉도 관련 영화를 보았는데 울릉도에서의 삶을 약간의 각색을 거친 방식으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연세가 지긋한 분들 같은데 꾸밈새나 응대하는 모습은 아주 젊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의식은 사람을 그렇게 활기 있게 하는 모양이다.
유람선에 탑승해서 섬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는 일주를 2시간 정도 하였는데 섬에서 바다를 면해 바라보는 관점을 뒤집어 바다의 선상에서 섬의 해안선을 일람하는 것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동항을 출발해서 와록사 해안산책로를 지나 사동항, 사동공항 공사 현장을 지나 거북바위, 통구미항, 얼굴바위, 우산국박물관이 있는 남양리, 우리가 첫날 묵었던 국민 여가 캠핑장, 곰바위, 태하항, 모노레일, 태하동 해안산책로 태하등대 등을 지나 대풍감이라는 곳을 돌아서니 이는 섬의 북쪽 면에 해당한다. 독도 해양 기지에 대한 소개를 받고 예림원, 현포항을 지나 공암이라고도 하는 코끼리바위를 살펴보는데 육지 쪽에서 볼 때는 코가 있는 부분이 가려서 잘 드러나지는 않는데 배에서는 명확하게 잘 볼 수 있었다. 곧이어 송곳봉의 자태가 우람하게 하늘로 솟구쳐 뾰족하니 돌출되어 있는 모습이 눈길을 잡아끈다. 성불사, 용출소를 지나 우리의 숙소가 있고 나리분지로 출입하는 입구가 있는 천부항을 지나면서 해중전망대가 나타나는데 천부항의 명소라고 할 수 있겠다. 울릉도에서는 꼭 한 번쯤 가봐야 할 곳이고 숙소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이니 언제 산책하듯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배는 딴바위를 지나 유명한 삼선암을 지나 관음도의 뒷면에 커다란 동굴 두 개를 관찰하면서 섬목선착장을 지나간다. 예전에는 아마 여기서 내수전 저동까지 배로 이동하든가 아니면 뒤로 돌아 길을 되짚어 나와야 했으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던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와달리 터널과 내수전 터널이 길게 뚫려 차들이 시원하게 저동까지 곧장 달린다. 울릉도가 아주 좋아지고 있다. 관음도를 뒤로 돌아 죽도에 대한 소개를 들으면서 내수전 일출전망대에 들러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북저바위를 지나 촛대바위를 눈으로 확인하니 첫날 걸었던 해안산책로가 보이고 도동 선착장으로 복귀하여 유람선의 항해가 끝난다. 1인당 3만 원이라는 비용이 그리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 번은 경험해 볼 필요가 있는 일정이다.
저녁에는 7시 30분에 미사가 있어서 참석하기로 하고 숙소로 귀환했다. 도착한 첫날인 23일 저녁 미사 소리를 들으면서 9시가 넘어 끝나는 것을 보고 기함을 했었는데 사실 그날은 5월 성모의 밤 행사를 겸해서 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미사에 참석하니 일반적인 예상대로 30여 분 정도 걸린다. 신부님이 강론을 울림이 있게 잘하신다. 지난 제주에서 조천 성당의 미사가 생각난다.
가톨릭의 장점 중의 하나는 하나이고 공번된 교회라는 그 정신과 함께 세계 어느 곳에서든 동일한 방식의 미사가 언어적 차이는 있을지라도 진행된다는 점이다.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외적인 표지는 내적인 감응을 수반해야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도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미사 후 어두워진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근처 바다의 풍경과 바람 소리와 바다 내음이 마음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한다. 내 영혼에까지 그 평화가 깊이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무의식의 저 깊은 꿈속에까지 그렇게 온전하게 평화에 잠기기를 이 천부 성당의 귀퉁이에서 소망하며 잠이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