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의 울릉도 독도 순례기

- 2024년 5월 25일 토요일

by 차거운

울릉도에는 뱀이 없단다. 지리산처럼 방사된 반달곰도 없고 멧돼지도 없다고 한다. 기껏 꿩이나 고양이 정도. 그래서 산을 걸을 때 긴장하지 않아도 좋다. 그 점은 참 마음에 든다. 북극곰이나 갈색곰, 회색곰 등이 출몰한다면, 혹은 맹독을 가진 독사가 악어와 같은 위협적인 자연의 피조물들이 호시탐탐 위협한다면 자연 속에서 오래도록 공포감을 느끼며 살아온 인간 존재로서의 불안감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기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 때는 배낭에 종을 매달고 소리를 내면서 걸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게다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힌 호식총의 증거를 강원도 태백에 살 때 본 적이 있기 때문일까. 아무튼 깊은 숲은 나에게 두려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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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로페즈의 수필을 읽으면서 미국인들이 늘 총기를 휴대하면서도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이고 자연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자연이 내포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수긍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자연을 인간의 기준에 맞춰 무균화하거나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소산이며 옳지 않은 접근법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의 경우 집 근처 북한산에서 산행을 하면서 멧돼지를 두 번 마주치고 보니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에 대해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겁이 많은 편이다. 그런 점에서 울릉도의 산행은 일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시간이다.

오늘은 울릉도의 울창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해담길 5-1, 5-2코스를 걷기로 한다. 하루를 온전히 산에서 보내기로 작정하고 아침을 지어먹고 나리분지의 지난번 주차했던 곳에 차를 두고 지난번에는 헤매는 상태에서 불편했던 길을 이제는 편안하게 걷기로 한다. 출발점에서 산책하듯 걸어가다가 하루 2만 톤의 물이 솟아난다는 용출소의 수원지를 지나 추산 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방향을 꺾어 출렁다리에서 깃대봉을 향해 산행을 한다. 깃대봉은 송곳봉과 알봉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해발 608m 정도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기가 막히다. 깃대봉에서 나리분지의 넓게 트인 평지를 바라보는 것도 좋고 멀리 송곳봉의 늠름한 모습을 지켜보다가 바다를 보다가 그렇게 맑은 날의 즐거움을 다 누리면서 가수 이장희 씨가 입도하여 지었다는 문화센터인 울릉천국을 향해 호기심 천국인 마음을 다잡고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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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을 미끄러지다시피 내려가니 3층 정도의 콘크리트 철골조로 튼튼하고 당당하게 지은 건물이 보인다. 정원도 아주 잘 조경해 두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택시나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3층에서 차도 마시고 정원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 떠난다. 우리도 잠시 그곳에 앉아 쉬다가 다시 온 길을 되짚어 올라간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으니 가능하면 오래 울릉도의 속살인 숲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한번 간 길이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걸린 것 같지 않고 길을 안다는 느낌으로 인해 금세 깃대봉에 복귀해서 잠시 쉬었다가 출렁다리 분기점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5-2코스를 택해 울릉도의 전통적 주거 형태인 투막집을 살펴본 후 나리분지 숲길을 산책하듯 걸어서 숲길 안내소를 지나 성인봉 등산을 위해 헤매던 나리마을을 능숙하게 지나 주차장의 차로 복귀했다. 아주 인상적이고 상큼한 경험으로 남는 걷기 일정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늦은 식사를 하고 쉬다가 마을을 천천히 걸어서 천부 수중 전망대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1인당 4,000원의 입장료가 있는데 제주에서 잠수함을 타는 비용을 생각하면 이게 훨씬 가성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등대처럼 생긴 구조물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수면 아래 5m 정도의 수심에 해당하는 장소에 도달하고 유리창을 통해 갖가지 어류를 관찰할 수 있다. 물론 관람객들이 텅 빈 공간에 대해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고기들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나 냄새를 유발하는 요소를 바구니에 담아 넣어 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제법 다양한 물고기가 유리창을 통해 관찰된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구조물이 바닷물을 수직으로 밀어내 빈 공간을 마련하고 거기 사람이 들어가 주변 물고기를 마주 보는 이런 상황은 홍해 바다를 정신없이 건너던 이스라엘인들이 차분하게 반추하면 떠올리게 될 장면과도 닮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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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 마을의 가게들을 살피고 골목길을 휘적휘적 휘돌아 숙소로 오다가 대가야라는 중국집에서 짬뽕을 먹었다. 이번에는 아내가 사는 걸로. 얻어먹는 음식이 더 맛있는 것은 왜일까. 들어와서 좀 씻고 내일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일단 토요일 저녁 7시 30분 특전 미사에 참석했다. 일기예보가 일요일과 월요일까지 점점 바람이 거세지는 것으로 안내가 되어 월요일 독도행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지만 일단 차분하게 기다려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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