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5월 27일 월요일
오늘은 독도행 일정이 일단 취소되었고 내일은 어떨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니 의미 있게 하루를 보내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된다. 밤새도록 마음을 심란하게 하던 바람과 비는 어제 일요일 밤을 지나면서 조금씩 약해지고 오후에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전에는 성인봉을 가기로 했는데 집사람이 몸이 쾌적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여 의사를 물었더니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이번에는 도동 방향에서 울릉 KBS 중계소를 지나 성인봉 주차장에 차를 대어 놓고 3.8km가량 된다는 등산길을 시작했다. 가는 길이 그리 험하지는 않았고 나리분지에서 장재로 올라서는 길보다 완만하고 숲길 분위기가 나는 것이 좋다. 삼림욕을 하기에는 좋은 날이고 날씨도 다소 먼바다의 바람에 의한 너울성 파도나 풍랑이 있으리라는 안내와 달리 육상에서의 체감은 나쁘지 않다. 사람들이 이쪽으로 등산을 꽤 하는 것 같아 중간중간에 등산객을 자주 만나게 된다.
성인봉에 도착하니 며칠 전에 장재를 거쳐 갔을 때 공사를 하던 덱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모습인 채 통제 테이프에 둘러싸여 있었다. 성인봉에 올라 사진에 시큰둥한 아내를 채근하여 사진을 남기니 다른 사람들이 서로 데면데면한 것으로 오해하는 듯한 농을 건넨다. 낯선 사람들의 관계나 상황을 이렇게 허물없이 언급하고 훅 들어와 평가하는 언사를 농담 삼아 던지는 모습을 외국인들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첫날 점심 식사를 했던 식당에서도 말없이 식사만 한다고 흉 잡힌(?) 기억이 떠오른다.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적 경향은 좋은 점과 다시 생각할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다는 성찰을 하게 된다. 간식을 간단히 먹고는 하산하니 꽤 피곤하다.
오후에는 느긋하게 일정을 잡기로 하고 사동 쪽으로 가다가 와록사 해안 산책로를 살펴보고 사동항 언덕에 위치한 울릉 자생식물원에 방문해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사동항과 공항 건설 현장 너머의 바다를 편안하게 살펴보니 마음이 여유롭고 좋다. 공사 관련자들 숙소도 여기에 있는 것 같고 언덕 위에 상당히 아늑한 평지가 있고 정원도 장미가 피어 있는 등 잘 가꾸어져 있다. 숙소로 귀환해서 쉬고 저녁 먹고 천부 마을을 산책하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아, 울릉 알리미와 안내 문자를 통해 내일 28일 화요일 독도행 쾌속선이 정상적으로 출항한다는 내용의 안내가 떠 있다. 다행이다. 다만 더 욕심을 부리자면 독도 선착장에 무사히 접안해서 발을 독도에 디디고 사진도 찍고 눈으로 차분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탈없이 주어지기를 기원하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