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2025년 4월 4일 작성)
이 글을 쓰는 시점은 2025년 4월 4일이다. 오늘 오전 11시에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지난 12.3.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을 느닷없이 선포한 20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 재판에서 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직 파면을 선고하였다. 지난 넉 달 가량의 시간은 온 국민에게 불면의 밤이었으며 트럼프 재집권 이후 격랑의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진로를 혼란에 빠뜨렸고 국민을 분열시켰으며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맹목적 대립과 폭력 사태와 흉흉한 사회적 정서와 극단적 언행의 횡행을 유발하였다.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사회적 규범인 헌법에 대한 몰이해와 정치의 무능력함이 모든 사회적 사안과 갈등을 법적인 절차에 넘김으로써 정치력의 부재와 사회적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승복하지 않는 태도. 구체적인 상황과 증거들이 명백하게 드러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음에도 견강부회적 논리를 통해 이를 왜곡하는 언행들은 정치가 사회를 묶고 방향을 제시하는 선도적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어 국민들을 절망과 한숨 섞인 탄식에 잠기게 하였고 이는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과 혼란을 지난 넉 달간 치르게 하였다. 다행하게도 오늘 판결을 통해 사회의 자정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고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사회가 건강하게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국민으로서 깨어 있어야 함을 다짐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지난 몇 달의 혼란 속에서 깨달았고 이 사회의 요소요소에 암세포처럼 적대와 무지와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폭력성이 잠복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성이 아닌 맹목적인 선동과 그릇된 미디어의 오용이 금전적인 이익과 맞물려 사회 구성원의 생각을 어떻게 오도할 수 있는지 처절하게 깨닫게 된다. 근거 없는 주장과 왜곡되고 조작된 유언비어성 자료들이 사람들에게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그것을 확신에 찬 태도로 선언하는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실과 거짓 정보를 걸러내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함도 깨닫게 된다. 찬란한 학벌과 요란한 이력을 내세워 사람들을 혹세무민하듯 선동하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이 모든 것에 우리 모두의 연대적 책임이 없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을 손가락질하고 타매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공동체의 선익을 위해 스스로의 이해를 초월해 행동할 수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정치인들의 선동적인 언행은 앞으로 유권자인 국민들에 의해서 두고두고 검토되고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책임을 묻지 않는 국민이 무책임한 정치인들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잠들면, 우리가 방심하면 현기영 작가의 말처럼 사회적 불의와 혼란이라는 독버섯이 자라게 마련이다. 그러니 눈 부릅뜨고 깨어서 지켜야 한다. 이 사회는 우리 국민이 역사의 굴곡을 거치면서도 희생과 눈물과 연대 의식을 통해 지켜낸 소중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노심초사하며 애를 태운 대한민국의 모든 깨어 있는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각자 자리에서 일상을 살면서 우리가 이 세상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자.
그렇다면 나는 또 어떻게 이 시간을 살아내야 할까? 이것이 과제다. 헌재의 판결은 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변화하고 앞으로 전진하기 위한 교두보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인간답게 살도록 하자. 사순절의 과정에서 신앙인으로서도 십자가의 신학, 고통의 신학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각자의 십자가의 고통 없이 영광의 부활도 없을지니. 이 세상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는지 시험받는 곳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살자. 종교를 빙자하여 정치적 목적이나 경제적 이익이나 개인적 욕망을 추구하는 저 광야의 유혹을 벗어나도록 하자. 열매를 보면 그 나무를 알 수 있는 법이다. 지금 광장에 서 있는 저 종교인들의 목소리가 저토록 이질적인 것은 그들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내어놓기 마련이다. 악한 자는 악한 언행으로. 선한 자는 자기희생과 사랑을 내어놓을 것이다.***
*** 이 글은 일기적인 성격의 글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스스로에 대한 자경문의 성격이 강합니다. 따라서 타인과의 논쟁을 염두에 둔 글이 애초에 아니기에 이를 감안하여 읽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이 쓰일 당시의 심경이 많이 답답했기 때문에 다소 강한 표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을 양해 부탁드리고 여행 중에 찍은 사진과 느낌을 함께 나누려는 뜻에서 솔직하게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