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 6일 목요일
오늘은 올레길 3코스를 걷기로 한다. 온평포구에서 표선의 제주민속촌주차장 입구 종점까지 도달하는 구간에 해당하는 길이다. 작년에 비해 올레길 안내소가 더 많이 늘어나고 안내 관련 인력이 더 충원된 느낌이다. 작년과 달리 그날 구간의 종점에 차를 주차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시점으로 이동 후 정방향으로 걷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물론 주차장 형편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경우에는 유연하게 주차 지점을 변경하기로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해당 구간을 다 걷고 진이 빠진 상태에서 주차된 차에 올라 바로 숙소로 귀환할 수 있다는 점이 좋기 때문이다. 지친 상태에서 대중교통을 기다리고 움직이는 것이 아침의 경우보다 더 힘이 든다는 체감적 정서 때문이기도 하다.
온평포구의 환해장성 유적은 비교적 그 형태가 온전해서 인상적이다. 올레길 3코스에는 A, B 두 개의 선택지가 있는데 A코스는 통오름을 거쳐 김영갑 갤러리가 있는 두모악을 거쳐서 본선에 합류하고 B코스의 경우는 해안선을 따라 신산포구를 거쳐 죽 걸어가는 길이다. 우리는 B코스를 선택해서 걷기로 했다. 이번에 걷지 못한 구간은 다음에 다시 3코스를 걷게 된다면 차후에 선택하기로 한다. 표선에 이르는 길은 오름길을 선택한 것에 비해 거리도 비교적 짧고 바다를 접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광어 양식장을 많이 접할 수 있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표선해수욕장은 어마어마한 면적을 갖고 있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영역이 매우 넓어 바닷물이 빠진 뒤의 백사장은 아득하니 넓게 보인다. 짧은 코스를 택하게 되는 이유는 집사람이 체력적으로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하고자 하는 의미가 일차적이다. 길게 걸어야 하기 때문에 또 두 사람이 모두 완주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지리산에서처럼 중간에 손을 드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A코스에 속한 볼거리에 해당하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을 가기로 했다. 제주에서 방문할 장소로 많이 거론되는 장소이기에 이번에 돌아보고 싶었다. 두모악은 폐교를 활용한 것으로 보이며 주차장이 꽤 널찍하니 준비되어 있고 전기자동차 충전기도 있다. 김영갑 씨는 루게릭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으나 오름 사진 작업을 주로 하였고 사진을 보면 오름이 주는 다양한 풍경과 울림을 잘 포착하고 있다. 마치 한 폭의 회화처럼 보이는 것들이어서 때론 수묵화, 때로는 유화와도 같은 질감과 여운을 주는 사진들이다.
무엇이든 한 우물을 파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삶을 살면서 한 가지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그 자체로 세상이 얼마나 흥미롭고 풍요로운 곳인지를 간접적으로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호기심에 차서 바라보는 사람 앞에 하느님께서 창조한 세상은 환하게 열려 있는 것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면 무엇인가 가치가 있는 것을 추구하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것은 다시 이런 경구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원하는 일을 하라.’ 여운이 있는 장소다. 같은 세상, 같은 풍경을 보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얼마나 다른 인식을 지니고 살아가게 되는지 생각하면 우리의 감각을 최대한 활성화할 필요를 느낀다. 영적인 차원이든 물리적인 차원이든 사회적 차원이든 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