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 18일 화요일
오늘은 다시 우리의 올레길 행진이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가 걸을 길은 13코스로 용수포구에서 저지오름 아래 있는 종점까지다. 바다에서 중산간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차를 종점인 저지 올레 안내센터에 두고 버스로 용수포구 근처까지 갔다. 한 번이라도 가본 곳은 마음이 편안하게 찾아갈 수 있다. 용수포구를 벗어나 길가에 펼쳐진 농작지를 지나 용수저수지를 지난다.
가다 보면 좁은 문이 있고 어쩌면 제주에서 가장 작다고 할 만한 앙증맞은 교회가 있다. 이름하여 순례자의 교회로 2011년에 김태헌 목사님이 기도 중에 깨달은 바를 바탕으로 세운 교회라는 설명이 있다. 진정으로 간절하게 믿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목소리는 언제나 열려 있을 수밖에 없다. 당신께서는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어떤 종교든 종교인이 세상의 잣대로 차별을 부추기고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에 함몰되어 사회적 갈등을 격화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 심히 유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요즘처럼 000이라는 사람의 이름이 이 사회를 들썩이게 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기독교는 그런 가르침을 담고 있지 않다. 기독교의 정신은 자신을 죽이는 길을 가는 것이며 비폭력의 길을 용기 있게 타협하지 않고 가는 길이다. 예수님께서 걸으신 그 길은 그 뒤를 따르는 사람에게 전철이 되는 것이다.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그러니 언젠가 그에 대한 응보가 있지 않겠는가. 또한 두려운 일이다. 사랑 없는 종교는 세상에 짠맛을 잃은 소금일 뿐이다. 교회 안에 들어가 보니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으니 꽉 차는 느낌이다. 그래도 그 분위기는 대형 교회의 웅장함에 비할 데가 없이 아늑하고 편안하다. 주님은 어디에나 계시리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곳에. 평화가 있는 곳에. 내 영혼이여 고통과 번민 중에서도 평화로움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
올레길에서는 용변 문제가 원활하게 잘 해결되어 좋다. 곳곳에 해우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전립선 비대증으로 잦은 요의와 불규칙한 생리작용으로 곤란한 적이 많다. 지리산 둘레길에서도 겪은 바 있는 인간적인 어려움이다. 요의로 몸을 뒤틀 만한 지점이 되면 나타나는 화장실은 수십 년을 헤어졌던 임을 만난 듯 반갑기만 하다. 화장실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선진국임을 명실공히 자랑해도 될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서명숙 올레 재단 이사장님과 제주도의 모든 행정기관과 주민들께 올레꾼으로서 감사드리는 바이다. 이건 그냥 공치사가 절대로 아니다.
고사리 숲길을 통과해서 낙천의자공원에 도달한 후 또 한 번 화장실을 찾아 헤매었다. 공사 중이어서인지 이곳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주 멋진 팽나무를 보기도 하면서 길을 재촉하는데 날씨가 요란스럽고 을씨년스럽다. 저지오름 주차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도시락 위로 우박이 양념처럼 떨어지고 바람이 모질게 분다. 아, 제주의 바람. 밥 먹기를 포기하고 저지오름으로 오른다. 저지오름은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그런 곳으로 잘 손질되어 있다. 정상에서도 날씨가 사나워 벼락이라도 맞을까 겁이 나서 빨리 내려가기로 한다. 역시 지은 죄가 많기는 한 것 같다. 주차한 곳에 가보니 공사하는 트럭들이 차를 에워싸고 주차가 되어 있어 차에서 못 먹은 점심이나 먹기로 한다. 뒷좌석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근처 메가 커피점에서 차 한잔 마시고 나오니 앞을 막았던 트럭이 없어졌다. 감사하게 여기며 차를 움직여 숙소로 이동했다. 저지오름에서 집(숙소)까지는 아주 가까운 거리다. 근거리 퇴근길의 즐거움을 곱씹으며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도 보람이 있었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