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제주 한달살이(2025)

- 2025년 3월 23일 일요일

by 차거운

이제 우리의 올레길 걷기 여정은 조천 만세동산과 제주 도심의 김만덕 기념관 사이를 걷기에 이르렀다. 조천 만세동산 앞 조천 체육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화장실을 찾다가 올레길 안내센터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였다. 조천 올레 안내센터에 근무하시는 봉사자는 매우 친절하고 긍정적인 태도가 넘치는 분이다. 우리가 역방향으로 간다고 하니 해를 등지고 가는 길이라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신다. 그리고 우리 내외의 사진을 찍어 주시기를 자청하신다. 마음에 기운을 주는 그런 분이다. 이 구간의 거리는 거의 20km에 달한다.

조천연대를 지나 연북정을 거쳐 신촌 포구 고샅길을 해안선의 굴곡을 따라 차분히 감돌아 나아가는 길을 걷는다. 물빛도 곱고 신촌포구 주변의 집들도 정답다. 그리고 해안 부근에서 용출하는 민물을 관리하는 생활시설들이 잘 관리되어 있다. 조천진성의 모습도 잘 관리되어 있다. 수학여행을 와서 이곳을 둘러본 적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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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모루라는 곳도 지나게 되는데 이 부근 해안가에 바다에서 밀려온 어업 쓰레기들과 페트병, 스티로폼과 같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요인들이 길게 띠를 이으면서 쌓여 있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풍광만을 선택하여 사진을 찍게 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바다에는 폐어구를 비롯해서 유령어업이라 일컬어지는 현상과 함께 스티로품이 잘게 부서져 해양 생물이 이를 섭취하고 우리가 마시는 물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존재하고 있음이 점차 알려지고 있다. 아름다운 제주의 해안이 이러한 쓰레기들에 잠식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미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을 초과할 만한 플라스틱 섬이 부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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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지자체에서 해양 쓰레기 수거와 처리를 위해서 꾸준히 예산을 편성해서 집행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환경 정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일 수 있겠다. 이와 동시에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꾸준히 성찰하는 개인적, 공동체적 노력도 아울러 병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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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해수욕장을 지나가면서 중간 스탬프가 있는 지점을 지났다. 패러글라이딩과 비슷한 장비를 갖고 보드를 타는 사람의 모습이 멋스럽고 한가로워 보였다. 올레길에서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띈다. 별도연대를 지나고 곤을동 4.3. 유적을 지나면서 이제 제주시민의 휴식처인 사라봉 공원으로 들어서게 된다. 4.3.의 아픔은 제주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어 볼 때마다 새록새록 아픔을 되살아나게 한다. 그렇다고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 기억을 늘 잊지 말아야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갈 필요성을 자각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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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사라봉 공원에 사람이 참으로 많이 보인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함께 나온 부모들과 가족들을 통해서 여기 제주에 다니러 온 외지 사람인 우리의 시간이 아니라 일상의 궤적에 따라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의 제주 사람들의 시간을 엿보게 된다. 그렇다. 주말과 평일의 주기적인 리듬에 따라가는 삶을 나도 작년까지 보내지 않았던가. 사라봉 공원을 내려오면서 화북동 골목에서 만난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확실히 제주는 꽃이 일찍 피는 것 같다. 벚꽃 피는 것도 보고 가겠다는 카페 사장님의 말씀을 기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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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몸을 이끌고 제주항 근처로 내려오면서 만나게 되는 주정공장 4.3. 유적을 본다. 기록에 의하면 많은 제주 사람들을 여기에 수용해서 선별하고 육지의 감옥으로 이송하기 전에 대기시킨 곳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의 아픔과 제주 4.3의 고통이 이중으로 겹쳐 있는 그런 장소다. 아아 한잔을 편의점에서 나눠 마시고 터덜거리면 걸어오니 김만덕 객주 건물이 보인다. 김만덕이라는 전설적인 인물은 정조 무렵에 재산을 털어 굶주린 제주 사람들을 구제한 입지전적 인물로 당시 정조 임금의 조정에까지 그 선행이 알려져 궁궐에 불려 가서 금강산 구경을 하는 등 포상을 받았던 인물로 알고 있다. 진주의 김장하 선생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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