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제주 한달살이(2025)

- 2025년 3월 26일 수요일

by 차거운

오늘은 정00 선생과 함께 셋이서 올레길 19코스를 걷기로 했다. 우선 종점인 김녕 서포구에 차를 주차하고 남흘동 주차장에서 조천 만세동산으로 이동했다. 조천 올레 안내소의 근무자는 오늘도 역시 친절하게 우리 세 사람을 반겨주면서 사진을 찍어주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 바다를 끼고 돌아가는 풍광이 시내의 번잡한 영역을 걷는 것에 비해 훨씬 시원하고 호젓한 맛을 풍긴다. 제주도 전체를 돌아가며 환해장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 때 이 성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력이 들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신흥리 백사장을 돌아 아이들이 놀기 좋은 해수욕장을 보면서 길을 재촉한다. 물빛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만치 곱고 맑다. 우리 마음도 저렇게 투명하고 맑았으면 좋겠다. 방사탑이라는 것은 사악한 액운을 물리치고 막는 그런 의미로 세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마을 어귀에 있는 장승 벅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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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해수욕장의 깨끗한 물빛은 언제 보아도 좋다. 수학여행 인솔 시 단골로 들르는 해수욕장이기도 하고 인기가 좋은 방문지이기도 하다. 해변을 지나 서우봉을 올라간다. 서우봉에 올라가면서 함덕해수욕장을 내려다보면 그 깨끗하고 맑은 연초록 바닷물이 보석처럼 펼쳐진다. 이제 제주에는 온갖 꽃들이 앞다투어 피기 시작한다. 서울에는 아직 그렇지 않을 터인데 제주는 벌써 걷잡을 수 없이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봄은 대세다. 그렇다. 한번 앞으로 전진한 사회적 삶과 가치와 수준은 결코 강제적 물리력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요 순리인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자.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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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을 돌아 내려오면 북촌 너븐숭이 4.3 기념관이 있다. 예전에 체험학습으로 아이들을 인솔하고 왔을 때 이곳을 방문지로 삼고 현기영의 ‘순이 삼촌’이라는 작품을 사전 학습하고 온 적이 있다. 이곳 역시 4.3.과 관련한 학살의 현장이다. 누은 비석에는 순이 삼촌에서 따온 구절들이 새겨져 있고 아이들 무덤도 그대로 있다. 기념관 안에는 당시 희생된 사람들의 명단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다. 제주는 그 자체가 죽음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죽은 자의 넋이 산 자들 사이를 걸어 다니는 느낌이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단체가 이 장소에 대해서 안내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잠시 안에 들어가 살펴보고 우리는 길을 다시 걷기 시작한다.

저 멀리 육지에 이어지다시피 한 다려도의 모습이 보인다. 작은 해변도 있고 뭍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가릿당이라는 곳을 지나간다. 제주에는 바다를 안고 기대어 살다 보니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들을 감당하기 위한 염원에서인지 당집이 많다. 원래 바닷가는 샤머니즘적인 의식이 성한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거친 자연 속에서 인간이 생존을 영위하기 위해 의지할 수 있는 초월적인 힘에 기대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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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포구 등명대는 일종의 등대가 아닐까. 뭍에서 애타게 고기잡이 떠난 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고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그 마음을 불로 밝힌 곳이 아니었겠는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은 살아 있는 한 잊히지 않을 것이다. 순이 삼촌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 아니고 무엇이며 ‘작별하지 않는다’의 내용 또한 그럴 것이다. 세월호와 이태원과 광주 역시 그런 상처들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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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소를 지나는 숲길을 지난다. 13호 풍력발전기의 윙윙거리는 풍절음을 들으면서 김녕 서포구로 들어간다. 오늘의 일정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차를 움직여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정00 선생이 희망하는 대로 동문시장엘 들러가기로 한다. 정00 선생은 동문시장에서 이런저런 구경에 푹 빠진 느낌이다. 우리는 한 번도 사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음식을 사서 같이 지하에 가서 먹고 00이 몫으로 음식을 조금 사서 포장하여 돌아왔다. 아무쪼록 정00 선생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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