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제주 한달살이(2025)

- 2025년 3월 27일 목요일

by 차거운

오늘은 정00 선생과 함께 걷는 두 번째 올레길로 20코스에 해당한다. 제주해녀박물관이 종점이고 시점은 김녕 서포구다. 먼저 차를 제주해녀박물관에 주차하고 201번 버스를 타고 남흘동 정류장으로 이동해서 출발하기로 한다. 해녀박물관 올레길 안내소 담당자께서도 사진을 찍어주신다. 우리 세 사람이 함께하는 이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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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구로 가면서 어제 찍지 못한 조형물 사진을 몇 장 남기고 20코스 정방향 걷기를 시작했다.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어서 불길로 등대처럼 길을 밝히는 도대불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김녕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제주는 모든 곳이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라고 할 수 있다. 모래만 좀 쌓여 있으면 물빛도 환상적으로 보인다. 성세기 태역길을 지나 계속 걷고 또 걷는다. 낯선 지명과 풍경 등이 하루아침에 익숙한 무엇이 되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지나고 나면 나의 잠재의식 속에서 이 풍경은 삭고 삭아서 잊히지 않는 하나의 장면들로 단단하게 자리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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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호이호이 용암대지를 지나 월정해수욕장을 지날 때 비가 내려서 쾌적하지는 않지만 우산을 쓰고 배낭 덮개를 씌우고 화장실이 있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가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춥고 어설픈 가운데 그래도 밥맛은 좋다. 우리야 익숙하지만 정00 선생은 어떨지. 식사를 마친 후 계속 걸어서 중간 스탬프를 찍는 지점을 지나 좌가연대에 닿는다. 세화 오일장터를 지나기 전에 세화포구 앞 편의점에서 커피를 한 잔씩 하니 몸이 좀 풀린다.

잠시 후 그리 머지않은 곳에 있는 오늘의 목적지 제주해녀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을 관람하기로 하고 젖은 우산 등은 차에 넣고 박물관 구내로 들어간다. 외국인들이 꽤 여럿 방문해 있다. 박물관 안에서 반갑게 마주한 것은 바로 박수기정을 앞두고 마을 어귀에서 만났던 바로 그런 방식의 조형물이었다. 철망으로 뼈대를 구성하고 얼굴과 손과 발은 사실적으로 구체화한 몸체 안에 해물이 들어 있는 그런 조형작품이다. 이젠 놀라지 않는다. 익숙함이란 반복적 경험을 통해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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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척박한 환경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생활자료들이 실물을 통해 제시되어 있어 한 번쯤 찬찬히 돌아보면 제주 여인들 특히 해녀들의 삶을 성찰할 만한 기회를 가질 수 있으리라 본다. 삶은 힘겨운 것이지만 돌아보면 그것도 모두 의미 깊은 흔적들로 남는다. 누구의 삶인들 함부로 무시할 수 있으랴.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에 대한 경외심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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