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전 이야기
지난번 처가 식구들과 이탈리아 여행 겸 성지순례를 하고 와서 그 기억이 좋았었기에 우리 4남매도 부부 동반으로 같이 어디라도 다녀오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작년 연말쯤에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왔다. 다들 찬성하는 기색이어서 그럼 우리도 모처럼 가족여행을 떠나보자고 의기투합이 이루어졌고 준비를 내가 해보기로 했다. 여행사 상품을 알아보니 최소한 100만 원은 잡아야 다녀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에는 그보다 적은 금액으로 유인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사를 통해 떠나는 여행 특유의 부자유함을 생각할 때 기동력이 떨어지고 편의성도 약하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소규모로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우리끼리 우선 1인당 80만 원으로 추진해 보기로 합의를 했고 며칠 뒤에 6인이 보낸 480만 원이 통장에 입금되었다.
해외여행의 경험이 거의 없었던 내가 작년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이렇게 세 나라를 집사람과 같이 다녀오면서 그래도 한 번 제대로 현실적인 체험을 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젊은 시절에는 돈도 없었고 아이들 키우느라고 마음의 여유도 또 직장 생활에 매여 시간도 없었기에 남들이 수시로 다녀온다는 해외여행을 떠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살아왔었다. 직장에서 일본에 두 번 정도 직원 연수나 자매학교 교류 행사로 다녀왔고 베트남 하노이 근처에 갔던 여행도 학교에서 보내준 연수였다. 이때는 집사람의 비용을 자비로 추가로 내어서 몇 쌍이 같이 갔었다. 그리고 백두산 천지와 연길 단둥 등을 돌아보는 여행도 역시 학교와 관련하여 다녀왔다. 퇴직 몇 년 전에는 네팔에 학생들을 인솔하여 트레킹과 현지 봉사활동 등의 명목으로 다녀온 적이 마지막 외국 여행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유럽에 처가 식구들과 로마의 수녀님 처형의 안내를 받아 이탈리아 성지와 명소를 둘러본 것, 그리고 집사람과 둘이서 스페인, 포르투갈을 다녀온 것이 퇴직 후의 첫 해외여행인 셈이다. 이제 우리 형제들과도 대만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이니 좋은 추억을 쌓게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이 더 강하다. 우리 형제들이 자라온 환경과 기억들을 떠올리면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이 더욱 뜻깊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타이베이시 다안구에 있는 방 세 개짜리 숙소를 잡았다. 다소 허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실제로 가서 보니 최근에 내부 수선 공사를 새로 했는지 깨끗했지만 예약할 당시에는 3박 4일 동안 세 개의 방을 둘씩 사용할 수 있고 꽤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식당과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 넓은 거실 등이 좋아 보여서 예약을 했다. 그리고 여행 관련 플랫폼을 통해서 중화항공 왕복 항공권을 취소가 가능한 조건으로 수수료를 조금 더 지불하고 6명 예약을 했다. 이곳은 작년에 유럽에 다녀올 때도 호텔과 항공권을 예매한 곳이라서 익숙한 부분이 있고 나름대로 편리성이 있어서 이제는 단골로 이용하게 되었다. 숙소와 항공권이 준비가 되었으니 여행의 기본적인 밑그림은 준비가 된 셈이다. 일정의 경우에는 여행 안내서를 한 권 사서 읽으면서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정보를 얻었고 여행사의 일정 등을 참고하여 꼭 가 볼 만한 곳을 몇 군데 선정하여 대략적인 우리의 일정을 만들었다. 안내서의 정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첫날 절실하게 깨닫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차차 하기로 한다.
숙소와 항공권을 준비한 후에는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기다리다가 우선 공용으로 대만 화폐를 환전해서 여행용 카드 계정에 넣어 두었다. 꼭 가야 할 명소의 입장료를 미리 예매를 해서 바우처의 형태로 받아 두었다. 대만 교통카드에 해당하는 이지카드 6장(400 NTD 충전), 그리고 국립고궁박물원과 101 타워 89층 전망대를 함께 묶은 입장권 6매, 마오콩 곤돌라 입장권 6매, 예류 지질공원 입장권 6매를 구입하였다. 여기에 여행자 보험까지 미리 국내에서 원화로 결제하고 나머지 잔액은 대만 화폐로 환전하여 현지에서 쓸 수 있게 준비한 상태에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유심이나 이심 등 현지 데이터 통신은 각자 준비하도록 이야기를 했고 트레블 카드를 가능하면 만들어 두도록 전달했다. 그리고 출발 전전날에는 대만입국신고서를 온라인에서 작성하여 처리 완료했다. 아마 이 정도가 어느 나라를 가든 사전에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번에 라운지를 처음으로 이용해 보았는데 여행을 떠날 때 식사를 하고 음료를 곁들이면서 쉬기에 아주 좋은 곳임을 알게 되었다. 다만 이용 시간에 제한이 있고 사람들이 많아서 오붓한 분위기는 솔직히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