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량대교를 바라보며
섬진강을 휘감고 지리산을 벗어나 하동 끝자락 바다에 이르면
남해섬 겨울바람에 취해 다소곳이 엎드려
노량대교 교각에 흰머리 늘어뜨린 채
잔잔한 파도 장단에 육자배기 한 자락 흥얼거리고
역마살 도진 화개장터 장꾼들 같은 멸치 떼 기다리며
겨울 바다는 자꾸만 젖몸살에 몸을 뒤채고
간도로 떠나는 최 참판댁 손녀 아기
지금쯤 평사리 떠났을끼라
갈매기 선창 위를 날며 끼룩거리는데
우체통 같은 저 등댓불 깜빡이는 밤이 오기 전
멀리서부터 시나브로 불콰해지는 하늘 밑
숭어 떼 학익진 펼치며 교각 아래로 스쳐가고
누군가의 마음에는 승전보처럼
피어오르는 한 줄기 희망 같은 봄소식
어디에서 너는 파발을 띄우는 것인지
종일토록 포구의 배들 머리채를 흔드니
아니 아니 그래 그래
그렇지 그렇지 아무렴
든바다에 또렷이 찍히는 '입춘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