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에키벤

그리고 일본역에서 탑승하기 (2025년 10월 10일)

by 그래도 캠핑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밤 9시 반에 라면을 한 그릇 먹고 나서 아무래도 그냥 잘 수는 없었다. 배탈이 문제가 아니라 매일같이 먹느라 불어난 몸무게를 버틸 무릎과 발목에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 무릎과 발목을 다치게 될까 봐 심사숙고 끝에 포기하고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리고 여행기록을 정리하다 보니 1시 넘어서 자게 되었다. 앗참. 유튜브도 봤습죠. 그러고 나서 또 6시에 눈을 뜨게 되니까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네. 다행히 배탈은 이제 완전히 나은 것 같았다.


삿포로로 출발하기 전 오전 일정을 짜기 위해 찾아본 유튜브에는 대체로 무로란의 야키토리에 대한 찬사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증언들에 반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어제 먹었던 야키토리는 이제까지 먹었던 것과 격이 달랐다. 어쩌면 성의 없는 상호명이라고 저어했던 식당이 알고 보니 숨은 맛집이었던 건지 모를 일이지만, '우치우라 만 (内浦湾)'과 태평양 사이에 튀어나온 '에토모 반도 (絵鞆半島)'에 있는 이 도시에서 먹은 야키토리가 최고였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래전부터 '강철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철강산업이 발달해 있었고 주변 포장마차에서 노동자들 대상으로 판매하던 것이 그 원류라고 하는데, 현재도 일본제철과 같은 대규모 제조업이 있고 근처에 관련회사들이 많아서 수많은 직장인들의 회식을 거쳐 완성된 것일지도.


그리고 무로란의 또 다른 별미음식은 바로 카레 라멘. 삿포로의 미소 라멘, 아사히카와의 소유 라멘, 하코다테의 시오 라멘으로 구성되는 홋카이도 3대 라멘에는 꼽히지 못한 마니악한 라멘이지만, 역시나 땀 흘리는 제조업 관련 종사자들 대상으로 좀 더 강렬한 국물요리가 필요했다고 상상하자 카레 라멘의 존재는 너무나 당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호텔 조식으로 야키토리랑 카레 라멘이 나온다지 뭐예요. 헤헤.




바로 전날 배탈을 심하게 앓았던 사람의 밥상



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요즘 일본에서는, 특히 예전부터 돼지고기를 많이 먹어 온 홋카이도 지역에서는 야키토리에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무로란이나 하코다테와 같은 홋카이도 남부지역에서는 야키토리는 당연히 돼지고기(와 양파)로 만드는 게 상식이라고 한다. 예전에 침략전쟁을 준비하던 당시 군화 가죽이나 식량 증산을 위해 홋카이도 지역에서 양돈을 권장했었고, 그로 인해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했었다는 설이 있는데... 아무튼, 이 날 아침에 호텔 조식으로 나온 야키토리도 돼지 목살을 이용한 것이었고 소금간만으로도 기름의 고소한 맛이 잘 살아있었다.


그리고.. 카레 라멘은... 뭐랄까, 일본 카레보다는 한국 카레 맛에 더 가깝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강황의 맛이 강했다. 어릴 적 먹었던 과자 B29처럼 강황과 맛소금, 양파가루와 조미료로 가득한 느낌이어서 몇 술 뜨고 나서 곧바로 속이 얼얼해지는 걸 느꼈다. 그나저나, 카레랑 간수를 넣어 만든 전통방식의 라면 국수, 그리고 시금치까지 이렇게나 잘 어울렸구나.


식사를 마치고 떠꺼언한 물에 몸을 한번 더 담근 후 마사지 의자로 달려간다. 여행동안 아침에 온천욕을 하는 걸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뜨거운 물로 근육을 한껏 풀어낸 후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 졸음이 소복소복 쌓일 정도로. 복권 당첨되면 뭣보다 마사지 의자부터 하나 장만하리라는 다짐을 한다. 그런데 그걸 어디다 두나... 걱정을 미리 하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복권은 사지도 않으면서.


어라, 근데 아침에는 공짜 아이스크림이 없네. 대신 공짜 요구르트를 준다. 어쩐지 아침 목욕 후에는 이런 꿀떠럭꿀떠럭 음료수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쉬었다가 또 짐을 싸기 시작한다. 아이고. 이번엔 어쩌면 이렇게 짐을 많이 싸는 것 같냐. 이상하다. 분명히 처음에는 3 도시 이상 찍지 말자고 했던 것 같은데. 어찌 된 영문인지. 뭐 어쨌건 짐을 맡기고 열차 시간까지 동네 탐방을 하러 나선다. 이번에는 역 반대편 방향으로. 주택가 구경을 하러.


시내와 가까워서 그런지 이곳의 건물들이나 도로 사정은 하코다테에 비해 훨씬 좋아 보였다. 번듯한 건물들도 많았고 커다란 공공시설물 밖으로 에어컨 실외기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관광 중심지를 벗어난 거주지 건물이나 도로가 매우 낙후되어 있던 하코다테와 무척 상반된 모습. 역시, 아직은 관광산업보다 제조업이 도시 재정을 부유하게 만드는 것인가?


그나저나, 웬만한 공공시설이나 상가들 모두 '히가시 무로란'이라는 지명 대신 '나카지마 (中島)'라는 지명을 사용한다. 어젯밤 식당을 찾으러 다니다가 지나친 공원도 나카지마 공원이었고, 그 앞에 있던 신사 이름 역시 나카지마 신사였다. 어쩌면 하코다테와 삿포로를 연결하는 철도망인 하코다테 본선에 '히가시 무로란 역 (東室蘭駅)'을 만들어 마을 전체가 히가시 무로란으로 통칭되기 전까지는 이 고장의 전통적인 이름은 나카지마가 아니었을까 추측을 해본다. 그러기엔 주변에 호수도 없고 여길 섬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여하튼 현재 무로란의 중심 상업지구는 시청이 있는 구도심에서 나카지마라고 불리는 이 지역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일본제철과 무로란 공대까지의 접근이 더 쉬워서 그런 걸지도.


호수는 없지만 나카지마 지역에는 실개천이 하나 있었다. '치리베쓰가와 (知利別川)'라는 작은 하천으로 나카지마 대로 (中島大通)를 양 옆으로 두고 이 지역을 횡단하다가 일본제철 공장지대와 그 앞바다 (무로란 항)까지 이어진다. '강에 오리 무리가 모여 있다'라는 의미의 아이누어의 "칠레 펫"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데, 주변으로 조성된 작은 다리와 산책로들이 무척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같은 사람들이 매주 나와 청소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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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날도 무척 좋아서...









메가돈키 무로란-나카지마 지점은 그냥 돈키호테 매장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3층 규모의 복합상가로, 전자제품 매장, 의류매장, 다이소 및 게임센터 등이 모두 입점해 있었다. 이 역시 갓 만들어진 상업지구들의 전형적인 모습. 밴쿠버에서도 도심 외곽에 새로운 택지들이 조성될 때마다 그 주변으로 이런 대형 복합상가들이 같이 만들어지는데, 주민들 입장에서는 거주지로부터 시끄러운 쇼핑시설이 떨어져 있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우유 한 병 사려고 해도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그나마 편의점이라도 근처에 있다면 다행이지만.


메가돈키 길 건너편에 있는 전자 양판점 '야마다 전기 테크랜드 (ヤマダデンキテックランド室蘭店)'는 일본 유일의 전국 규모 양판점 체인이자 매출 1위를 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아직 금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무로란 지점의 넓은 매장은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아니, 단지 주중이라서 그렇다기엔 일하는 사람들도, 진열 상품도 별로 없었고 진열대 간격도 무척 띄엄띄엄 있어서 전체적으로 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내의 휴대폰 액세서리를 사러 들러 봤지만, 왠지 이걸 여기서 사도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 마저 들 정도로.



tempImageZhLYYj.heic 그래도 한산했던 덕분에 신형 아이폰 에어 님을 직접 손으로 만져 볼 기회가...




그래서 결국 다시 메가돈키로. 아까 왔을 때 1층에 식품부가 있는 걸 눈여겨봐뒀거든요. 마치 한국의 대형마트처럼. 다른 게 있다면, 여기서 파는 고로께, 초밥, 샌드위치, 멘치카츠 등의 가격은 놀랍도록 저렴했다는 것. 그리고. 흑흑흑. 군고구마가 있지 뭐예요. 아흑. 이렇게 이번 시즌 1호 군고구마를 일본에서 먹게 되는구나. 역 구내에서 비싸게 파는 차가운 에키벤보다, 여기 식품매장에서 먹고 싶은 거 사가지고 가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황송하게도 군고구마 님을 영접하게 되다니. 아... 여기 어제 누가 배탈 난 사람이 있었나요?



식품매장에서 팔던 군고구마.




어라? 근데... 계산대는 어디인가요?


안 그래도 어제 요구르트를 샀던 코옵 삿포로 슈퍼에서도 계산하는 방법을 몰라 헤맨 적이 있었다. 셀프 계산대라고 있어서 갔더니 바코드를 찍으라고 화면에 뜬다. 물건의 바코드를 갖다 대어봐도 요지부동. 결국 다시 캐셔 앞에 줄을 서서 계산을 마쳤는데, 바코드가 있는 영수증을 건네주더니 결재는 아까 그 기계에다 하면 된다고 한다 (세미셀프 방식). 네? 그러니까 캐셔는 물건 바코드 찍는 일만 하고, 카드 결제는 기계가 대신해 주는 건가요? 오오오. 이런 식으로 하면 Ai가 도입되더라도 고용은 안정적으로 계승이 되겠군요. 역시 첨단기술로 도장을 대신 찍어주는 로봇을 만들어 내는 일본 답다. 그나저나 이곳 메가돈키에선 계산을 어떻게 하는가? 열차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입술이 바짝 말라 들어갔다.


다행히 양손에 고로께와 멘치카츠, 초밥, 당고, 군고구마 등을 들고 어벙하게 두리번두리번거리던 외국인 커플을 눈치 빠른 직원 한 명이 캐치했다. 나에게 뭔가를 물어왔는데, 혼신의 눈치빨을 세워서 무슨 말을 하는지 추정을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우리가 딱 봐도 계산대를 찾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든지.. 좌우간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매장 천장에 커다랗게 매달린 글자가 보였다.



お会計 (오카이케, 계산)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가는군요. 앞으로 답답하면 하늘을 한 번씩 보겠습니다.










먹을 걸 싸 들고 짐을 쳐 업고 무사히 히가시 무로란 역에 도착했다. 좌석에 앉자마자 군고구마를 먹을 생각에 들떠서. 근데 3호차라는 건 아는데, 그게 승강장 어느 부분에서 탑승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놔. 일본의 기차 승강장에는 뭔 놈의 번호들이 이렇게 많은가? 지난번 도야 역에서 기차를 탈 때엔 탑승장소를 번호와 색깔로 표시를 해 두더니 히가시 무로란 역에서는 그런 잔소리는 찾을 수가 없다. 이런 건 왜 통일이 안 되는 건가요? 기차가 올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내 폰에 있는 모든 Ai 앱에 문의를 해보지만, JR 홋카이도에 대해선 아직 구글도 챗지피티도 정보가 없는 건지, 대답이 애매하기 짝이 없다. 대충이나마 1번이라고 쓰여 있는 곳에서부터 대강의 차량 길이를 추정한 다음 3번이 설 만한 곳에서 기다려 본다. 자칫하다간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뛰어야 할 상황이다. 이 많은 식량들도 같이 들고.


그런데 일군의 회사원들이 들어서더니 플랫폼 한참 반대편에 선다. 응? 왜 저기에 있는 거지? 단순히 의자가 있는 곳으로 간 건지, 아니면 기차가 그쪽에 정차할 걸 알고 선 건지 가늠할 수 없다. 내 계산 상으로는 저 1번으로부터 차량 3대 지난 지점이 요기가 맞는데... 하며 끙끙대기만 하다가, 기차를 향해 뛰더라도 같이 뛰면 혹시라도 더 기다려 줄 것 같아서 저들과 합류하기로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열차는 새로 옮겨간 곳까지 가서 정차했고 다행스럽게 약간만 뛰고 나서 3호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아놔. 오늘 하루는 눈치빨이 날 살리는구나.


나중에 삿포로 역에 가서 봤더니, 모든 종류의 열차, 각 방면의 열차마다 탑승장소가 다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말하자면 분명 같은 장소임에도 '특급 토카치' 열차는 2호차, '특급 호쿠토' 열차는 4호차, '특급 오오조라' 열차는 3호 차량을 탑승하는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아니 그럼, 모든 역에 저런 안내문이라도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네? 답답할 땐 하늘을 봤어야 했다구요?







그래도 한바탕 뛰고 나니 군고구마는 더 맛나더군요. 포슬포슬하니.












1970년대 말, 삿포로 시에서 아사히카와 시로 가는 길 중간쯤에 있는 '소라치 (空知)' 지청. 그 지역의 '카미스나가와 쵸(上砂川町)'에 소재했던 삿포로 맥주 원료 개발 연구소에서는 편백나무의 향을 강하게 간직한 이른바 '전설의 홉 (Hop 맥주원료)'을 개발하고 그 지역 이름을 따서 '소라치 에이스 홉'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러곤 1984년, 그 홉을 사용해서 맥주를 출시해 봤지만 너무나 새로운 맛에 시장의 반응은 냉담. 그냥 쫄딱 망하고 말았는데... 이후 2천 년대 들어서 미국 브루클린의 양조장에서 이 홉을 바탕으로 공전의 대히트를 치는 역작을 만들어냈으니, 그게 바로 '브루클린 소라치 에이스 (Brooklyn Sorachi ACE)'였다. 그리고 이 맥주가 일본으로 역수입되면서 시장의 반응이 확인되자, 삿포로 맥주는 다시 공을 들여 내수시장의 입맛에 맞는 맥주를 '소라치 1984'라는 이름으로 2019년에 출시했고, 그게 이후 삿포로 맥주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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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소라치 에이스와 삿포로 맥주의 소라치 1984




삿포로 맥주 공홈에도, 그리고 구글 검색에서도 이 소라치 1984가 캔맥주 형태로 편의점에 있다고 나오던데 그동안의 음주 탐험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뭐 사실, 평소에도 눈썰미가 있어서 물건을 잘 찾는 편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편의점 직원들에게 그 맥주가 있는지 물어볼 주변머리가 있는 편도 아니었지만. 지난번 도야 호수 리조트 저녁 뷔페에서 한번 마셔본 것 외에는 - 헤페바이젠 비슷한 맛이었다는 기억 외엔 - 또 한 번 그 '전설의 홉'을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삿포로 역에 '비어 스탠드 소라치'가 있었지 뭡니까.


'소라치 1984' 맥주를 '최적'의 온도에서 보관하고, '최고'의 기술로 서빙해 준다는 (광고방식이 무척 일본스럽네요) '비어 스탠드 소라치'. 손님이 원한다면 마셨던 컵을 세척해서 선물로 준다는 '비어 스탠드 소라치'. 처음 홋카이도에 도착해서 치토세 공항을 떠돌아다닐 때 봤었는데, 그땐 정말 줄이 미친 듯이 길어서 거기에 합류할 생각을 못 했었다. 이고 진 짐도 잔뜩 있었으니. 그런데 여기 삿포로 역에도 있었던 것. 심지어 (평일 낮이라서 그런지) 대기 줄도 전혀 없이. 어머 이건 꼭 마셔줘야 해. 그동안 하도 내 집 마냥 들락거려서 삿포로 역에 대해선 이제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다 아는 줄 알았는데, 하하하, 역시 배움의 길은 끝이 없네요.


일단 지금도 짐을 잔뜩 들고 있으니 숙소에 짐을 맡겨두고 다시 나오기로 한다. 지난번 숙소와 같은 JR Inn 삿포로 미나미. 그땐 숙취로 방향감각을 완전 상실한 상태였지만 이번에는 지하도를 이용해서 어느 출구로 나와 어느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아, 이제 너무 우리 동네 같구나. 그래도 소라치 1984 생각에 짐만 남긴 채 얼렁 뛰쳐나온다. 컵도 꼭 받아야지 하면서. 그렇게 삿포로 역에 갔더니,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고, 주변 상가를 다 뒤져 봐도 없다. 이제 부창부수를 넘어 부부가 쌍으로 헛것을 본 것인가. 결국, 기차에서 내려서 나왔던 길을 역으로 거슬러 돌아가봤는데,


아니, 개찰구 안 쪽에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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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치면 검색대를 지나 출국장 안에 있는 것처럼.


저 맥주를 마시기 위해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는 표를 하나 끊어야 하는가... 를 1초 정도 생각하다가,

결국 후일을 기약하고 만다. 정 마시고 싶다면 돌아가는 길에 치토세 공항에서 마시는 걸로...












오늘 가족들과 다시 만나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날. 처제와 동서가 은혜롭게도 식사장소를 만두집으로 정해두었다. 삿포로 교자 제조소'는 삿포로 시내에만 6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전문 만두집인데, 도톰하고 쫄깃한 만두피와 육즙 넘치는 만두소로 유명했다. 금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타누키코지 지점은 이미 사람들로 북실댔지만 어쩐 일인지 생각보다 빨리 창가 카운터 석을 얻을 수 있었다. 어쩌면 관광 / 쇼핑 중심지인 이곳은 이 지역 주민보다 그룹 관광객들 손님이 많다 보니 비교적 소규모인 우리들에게 먼저 자리가 돌아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 그런데, 대(大) 자 맥주가 있다. 그동안 다닌 식당이나 이자카야 어느 곳에서도 대(大) 자 맥주는 보지 못했었는데, 왕년에 한국에서 1,000cc 맥주를 마시던 기억을 소환해서 시켜봤었는데.. 헛헛헛... 대(大) 자 맥주의 맥주잔은 차갑지가 않더군요. 아마도 맥주잔 냉동고에 들어가지 않는 모양. 그리고 같은 이유로 다른 이자카야나 식당에서는 대(大) 자 맥주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는 족족 먹어 버리는 바람에 만두 사진은 없...




새우교자는 한 접시에 3개 나와야 하는데, 2개 먼저 나오고 나중에 하나 더 준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점보교자 (접시당 4개)와 헷갈려서, 한 개를 더 받는 순간 하나가 아니라 2개가 모자라다고 영어로 막 따지는 어처구니없는 진상짓이 있었지만.. 점보교자, 일반교자, 물만두, 새우교자 모두 만족스러웠다 (사실 웬만한 만두는 다 좋아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난데없이 외국인에게 영어로 봉변당한 그 직원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접니다. 그때 그 국제진상.


이 정도 먹었으면 좀 칼로리를 빼야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푸짐하게 먹고 나와 숙소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가는 길에 소세이가와 공원 밤산책도 빠지지 않는다. 적당한 취기에 가족들 모두 업된 분위기였다.


여럿이 다니니 이렇게 여행 와서 밤길 다니는 일도 많구나. 밤공기가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