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은 트러블

마지막 회를 기념한 꼰대력 대방출 (2025년 10월 14일)

by 그래도 캠핑

한 5~6년 되었나? 여행 콘텐츠가 미디어의 대세로 자리 잡게 된 것이? 물론 그 이전에도 방송에서 여행 관련 프로그램은 있었긴 했지만. 그래도 아프리카나 유튜브를 통해 개인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동시에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여행에 대한 관심을 대리충족할 수 있는 공간의 수요가 촉매제 역할을 했던 걸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는 단지 여행지에 대한 인상이나 정보 제공을 넘어 각 크리에이터가 가지는 독창성 역시 중요하게 되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전문성이라든가, 혹은 오지탐험 또는 먹방, 길거리 피아노 연주와 같은 여러 가지 콘셉트가 난립하게 되었고, 마침내 공중파나 유명 방송인들도 같이 뛰어들면서 급격하게 팽창하게 된 것. 안테나 플러스의 뜬뜬 채널에서 하는 <풍향고>는 간판 프로 <핑계고>의 스핀오프 형식으로, 콘셉트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전예약 없이 그야말로 몸빵으로 때우며 여럿이 지도 보면서 다니는 여행이지만, 실제 지난 2 시즌을 보다 보면 서로 다른 성격의 여행 초보들이 어떻게 어울려 (육체적으로 피로한) 도보 여행을 하는가 - 자유여행 중 멤버들 간 아웅다웅 다툼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모두에게 사랑받고 노련한 진행을 자랑하는 방송인 유재석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없이는 만들 수 없는 기획이겠지만,


낯선 곳으로 자유여행 할 때 가장 지치는 것은 매 순간 아주 무거운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그 결정의 결과에 따라 막심한 비용이 발생하거나 신체의 피로도가 확 올라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아주 덥거나 아주 추운 날씨와 결합되어 몸이 더 피곤하다면, 수많은 다른 관광객, 바가지 상흔, 소음, 소매치기와 같은 범죄 등과 우발적으로 결합된다면 더욱 그렇다. <풍향고>에서도 더운 베트남이나 추운 동유럽에서 길을 찾아 헤매거나, 환전소를 찾거나,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는 것에 많은 갈등이 있는 걸로 비쳤고, 등장인물들의 코멘트에 따르면 편집에서 걸러진 내용은 더욱 첨예했던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건 여럿이 같이 낯선 곳으로 자유여행을 해 본 모든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상황일 것이다.


왜 여행을 하게 되면 꼭 싸우게 되는 걸까? 종종 하는 말 중에 "그 사람에 대해 알려면 같이 여행을 다녀라"라는 말이 있는데, 그건 특정인물의 성품에 대해 판단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연 나와 어느 정도 호흡이 맞느냐를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선 MBTI 열풍이 불어서 그걸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고 나와 얼마나 맞는지 판단하기도 하고 <풍향고>에서도 끊임없이 'J'와 'P'의 성격차이에 대한 언급이 계속 나오는데, 나와 아내의 경우 같은 J라고 할지라도 그 정도의 차이는 천양지차여서 이게 얼마나 호흡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MBTI를 전적으로 의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MBTI가 맞든 안 맞든 간에 여행을 같이 갔을 때 싸우게 되는 이유는 단지 구성원들의 성향차이에만 탓을 돌리기는 힘들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낯선 환경에 갑자기 던져진다는 자유여행의 본질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니 긴장하게 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 낯선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얼마나 관용이 있는지 잘 모르다 보니까 한 순간의 실수나 판단 착오가 커다란 낭패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생긴다. 내가 사는 곳 같다면 다리를 다쳐도, 술에 만취해도 지하철을 잘 타고 집으로 돌아올 자신이 있지만, 낯선 곳에서는 출발 30분 전에 역에 도착해도 이 열차가 목적지에 제대로 가는 건지 불안하기만 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폰으로 인스타를 보면서도 관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여행을 가면 매 순간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니 보수적으로 사는 게 훨씬 더 편합니다). 그러다 보니 결정 하나 내리는 것에 무척 힘들어지고, 또 그러다 보니 여행 도중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타인의 실수에 대해 더욱 엄격해진다. 이는 돌려 말하자면, 아무리 MBTI에 차이가 있더라도 실수나 실패에 너그러워질 수 있다면, 자신이 세운 계획이 얼마든지 틀어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면 싸울 일이 적어진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여행 (Travel)과 말썽 (Trouble)은 같은 라틴어 어원 '수고로움 (Travail)'에서 왔다고 하질 않나.


그리고 동행한 구성원 모두가 반드시 모든 걸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도 문제. 자신이 원하는 일정에 동행하기만을 요구한다면 그건 동행인을 그냥 들러리 취급하는 일밖에 안 된다고 본다. 서로의 다른 취향을 인정하고 상대가 원하는 걸 즐길 수 있도록 자유시간을 곳곳에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의미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박 역시 여행일정을 악몽으로 만드는 주범 중 하나. 자신이 잘 알고 충분히 연습이 되어 있는 일상생활의 터전에서도 뭔가를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인데, 낯선 땅에 도착해서 자신의 계획을 차질 없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냥 욕심이고 아집일 뿐이다. 어처구니없는 돌발상황을 즐길 수 없다면 여행의 재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계획도 어그러지고, 통수도 맞고, 짐을 들고뛰는 일이 있어야 기억에 남지 않을까?


역시 같은 의미에서 여행에서까지 뭔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욕심 역시 여행 전체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현지에서 가성비 높은 염가 쇼핑 거리를 찾아다닌다든지, 어디 어디는 꼭 가봐야 하고, 어떤 음식은 꼭 먹어봐야지만 그 여행에 의미가 부여된다는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여행 가서도 그냥 한적한 곳에서 넷플릭스를 보거나 책을 읽고 싶어 할 수 있는데, "그럴 거면 여행은 왜 왔어!"라고 비난하는 일은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는 일일 뿐이다. 김밥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호텔 뷔페에 가서 김밥만으로 배 채우고 와도 행복한 법. 그걸 비난할 이유는 없다. 예전에 아내와 세계 일주를 할 때에도 비싼 돈 들여 여행을 하는 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뭔가 남겨야만 한다는 욕심 때문에 일정 내내 캠코더를 들이밀면서 영상을 남기느라 오히려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적도 있었다 (최초의 여행 유튜버가 되었을지도 ㅠㅠ). 여행은 그냥 비싼 쇼핑이자 사치스러운 유희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견지하지 못한다면, 여행 도중에도 무척 따지고, 재고, 잔머리를 굴려가면서 가성비만 추구하는, 혹은 승부욕만 뿜뿜하는 굴레에 갇히고 말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가짐의 문제는 자기 자신의 불쾌함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되겠으나, 이런 이유든 어떤 다른 연유가 있든 간에 여행 중 결정적으로 싸움을 촉발하는 건 결국 타인을 비난하는 일이었다. 자기 계획대로 욕심대로 여행일정이 안 흘러가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본인의 문제지만, 그런 걸로 타인을 비난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 여행은 지옥길로 바뀐다. 매 순간 결정을 해야 하는 여행에 있어서 완벽한 선택은 있을 수 없다. 종종 혼동되는 건, 본인은 뭔가를 결정할 생각은 없으면서, 그게 타인의 취향을 배려한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그걸 위해 희생한다고 착각하는 일이다. 이는 결국 그 결정이 안 좋은 - 몸이 피곤해지거나 돈을 더 내야 하는 - 결과를 낳았을 때 결정한 사람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차라리 그냥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따로 논다고 섭섭해할 것도 없다. 개인의 취향이 다 같을 수는 없다. 만일 자신이 결정하기 싫다면 타인에게 결정을 양보하고 그 결정을 불평 없이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결정의 상황 때문에 동행자와 사이가 안 좋아지는 걸 피할 수 없다면, 그냥 가이드 깃발을 따라다니면서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는 것도 싸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아예 여행을 안 가는 방법도 있고.


(지금까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더라구요. ㅠㅠ)













마지막 날 아침. 공항쇼핑과 귀국의 날.


체크아웃을 늦게 하겠다고 미리 조정을 해둬서 실컷 늦잠을 잘 수 있으려니 했는데, 6시 반에 밥 먹으러 가자며 깨운다.


여전히 물이 제일 맛있었던 신치토세 공항 공항호텔 조식뷔페





하지만 뭐, 오늘은 또 휴일의 특권이 있으니까. 아침 먹고 다시 드러누워 자는 일. 아내가 공항에서 '과자(!)' 쇼핑을 하는 동안 냉큼 돌아와 다시 잔다. 8시 되기 전부터 시작해서 10시 반까지 거의 3시간 가까이 숙면을 취했다. ㅎㅎㅎ 여독이 어지간히 쌓였던 듯. 피곤했을 만도 하지



일본 여행 가서 과자만 사오는 사람




느지막이 일어나 쇼핑구역 구경을 잠시 하다가 온천으로 향한다. 아마도 한동안 또 못 가게 될 대중목욕탕. 활주로를 보면서 즐기는 특이한 노천탕이긴 하지만. 온천을 마치고 나오니 우유 자판기가 있었네. 이제껏 몰랐다. 그러고 보니 일본 동네 목욕탕인 센토(銭湯)를 배경으로 하는 많은 만화에서 목욕을 마치면 활기차게 우유를 마시는 장면이 항상 나왔었지. <어서 와 수평선>에서도 그랬고... 왠지 바나나 우유를 마셔야 하나 찾아봤지만 고건 없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온천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이 회사원들로 바글바글해진다. 오오오. 말하자면 공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직원식당이나 백반집 개념인가? 돈까스 정식이 1250엔 하는 걸 보면 딱히 싼 것도 아닌데 직원할인가라도 있는 걸까? 이 정도로 사람이 많으면 왠지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만, 그러기엔 메뉴에 가짓수가 너무 많다. 타코야키, 마파두부, 위스키 하이볼에 라면도 종류별로 다 있다. 이런 집이 심야식당의 분위기로 몇몇만 둘러앉아 먹는 거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만, 딱 봐도 테이블이 20개가 넘는 광장 같은 곳이라서 더욱 신뢰가 안 간다. 아침 먹고 곧바로 자는 바람에 아직 고프지 않은 배를 부여잡고 돌아섰다.






귀국 짐을 싸는 일. 어젯밤에 대충 짐을 싸놓아서 출발 전에 간단하게 정리만 하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컨베이어 벨트에 배낭을 보호하기 위해 싸 놓는 배낭 커버가 맨 바닥에 들어있었다. 하긴 그동안 쓸 일이 없었지. 다 끄집어낸 후 처음부터 다시 차곡차곡 집어넣는다. 이 놈의 헛스윙은 정말 끊이질 않네.





그리고 이제 집으로





항공사 카운터에 가서 짐을 먼저 체크인하는데, 이번에는 중간에 하네다 공항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올 때는 입국 신고를 하는 하네다에서 검역을 마쳐야 했으니 그걸 찾은 후 들고뛰어야 했었지만, 갈 때는 어차피 최종 도착지 밴쿠버에서 검역을 해서 그런 듯. 당연한 일이지만 왠지 개이득이다 싶었다. 혹시 늦더라도 완전군장 구보는 할 필요 없겠구나. 한바탕 짐 가지고 씨름을 했더니 이제 그럭저럭 뭔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하여 이번 일본 여행의 마지막 음식은 수프카레. 삿포로 시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가라쿠 수프카레'의 매장이 이곳 신치토세 공항에도 있었던 것. 아내의 말에 의하면 삿포로 시내보다 조금 더 비싸다고는 하는데, 만일 맛이 같다면 줄 서서 기다리는 일을 덜 할 수 있는 공항이 더 낫지 싶었다 (공항이니 회전도 빨리 될 것 같았고). 그래도 워낙에 인기 식당이라 그런지, 점심시간은 한참 지나서 2시가 넘었음에도 30분 정도는 줄을 서야 했다. 자리를 잡고 나서도 돈까스 카레는 20분 정도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아직 비행시간까지는 철철 남는지라.








유튜브에서 본 다른 집들도 그렇고, 여행 초반 아카렌가 테라스에서 갔었던 그 집도 그렇고, 보통 수프카레 집에서는 베이스 되는 국물을 고를 수 있는 옵션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가라쿠는 단 한 가지 국물에 국물의 맵기 정도와 메인 토핑을 고르는 옵션밖에 없었다. 그렇다 해도 온몸이 무척이나 시원해지는 맛이었지만. 그나저나 각종 재료를 하나하나 다 따로 볶거나 튀긴 후 다 같이 얼큰한 카레 국물에 섞어 먹는 요리라니 정말 호사스럽기 짝이 없구나. 카레 계의 진주 육전 비빔밥이라고 해야 하나. 지난번 먹었을 때는 숙취해소에만 정신이 팔려서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어려웠는데, 홋카이도 여행 오기 전에는 절대로 안 먹을 것 같던 음식이 이렇게나 감동적일 수 있다니. 왠지 밴쿠버 돌아가면 가끔 생각날 것만 같은 맛이었다. (그런데, 밴쿠버에도 지점이 있더라구요. 호호홋)










속이 좀 얼얼한 것 같아 우유를 한 팩씩 마시면서 탑승을 기다린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영어 안내 방송을 안 하는 것인지. 국내선이라고 너무 하는 것 아닌가? 한국에서 국내선 여객기를 타본 적이 너무나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원래 국내선만 다니는 공항에서는 영어 안내 방송을 안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뭐 사실, 영어 안내를 할지 안 할지는 서비스 업장 사업주가 알아서 정할 일이고, 그게 아쉬운 사람이 이쪽 언어를 배워야 하는 게 맞는 일이겠지. 그래도 해외 관광객 입장에서, 그것도 여행 동안 식당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은 사람 입장에서 살짝 마음이 뾰족해진다 (그나저나 내가 이리도 영어를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하네다에서 국내선을 타고 올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비행기 연착 때문에 가방을 들쳐업고 정신없이 뛰다가 간신히 탑승한 국내선에서, 아내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본어로 잔뜩 설명을 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아내가 일본어 못 한다는 말을 꺼낼 틈도 없이. 뭐 따지자면, 우리 때문에 늦게 출발하는 것이었으니 그쪽도 마음이 어지간히 다급 했겠지만, 상대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줄줄줄 늘어놓는 것이 좀 야속하다 느낀 적이 있었다. 결국 큰 소리로 "쏘리, 캔 유 스피크 잉글리시 플리즈!"라고 버럭 해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어버렸다 ㅠㅠ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저 콧소리 앵앵 대는 안내 방송 말투조차 신경에 거슬리네. 일본 사회에 짜증을 내는 외국인 관광객이 되는 건 정말 한순간이구나. 탑승순서를 안내하면서 '그루뿌이찌방'만 먼저 탑승하라고 얘기하는 걸 못 알아듣는 척하고, 그룹 4가 쓰인 보딩패스를 들고 휘리릭 들어가 버린다. 걸리면 뭐. 몰랐다 그러믄 되지. 새가슴인 아내는 덜덜 떨면서 따라 들어오다가 딱 걸리고 말았는데, 웃으며 '투게더, 투게더!'를 시전 하니 그냥 보내주었다. 헤헤.


아침에 그렇게 잤는데도 짐 올리고 안전벨트 매자마자 졸음에 빠진다. 이건 뭐, 이산화탄소 중독인가? 어쩌면 이렇게 밀집한 공간에 들어가기만 하면 자는 건지. 한 30분 지났나? 아내가 쿡쿡 찔러 깨우는데, 아직도 출발 안 했다고 입이 댓발 나와있네. 하하하 뭘 또 그래. 뛰면 되지, 좋네. 운동도 할 수 있고. 이래서 일본이 장수국가가 되는 거였구나. 뭐. 그래도 이번엔 큰 짐 없이 가볍게 뛰겠네.


그래도 과속운행을 해주신 덕택인지, 하네다 도착은 15분 정도만 연착되었다. 아직 연결 편 탑승까지는 한 시간 정도 남아서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뛴다. 일단 뛴다. 제3 터미널 환승 방향으로. ㅎㅎㅎㅎㅎ. 우리가 허겁지겁 뛰어오는 걸 본 지상 직원 한 명이 어디로 가는 중이냐고 다급하게 묻는다. 제3 터미널로 간다고 하니까 1층 도착장으로 내려간 후 밖으로 나가 9번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라고 안내한다. 넹? 올 때는 분명 전철이 더 빠르다고 했던 것 같은데? 혹시 전철을 타면 안 되냐고 물으니, 절대로 버스가 더 빠르다고 한다. 아.. 이럴 땐 정말 갈등이다. 밴쿠버에서 어느 친절한 사람이 가르쳐 준 길 따라가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다수 있는지라 더 그렇다. 하지만, 저 단호한 얼굴. 가슴에 꽂은 ANA 항공의 배지를 믿기로 한다. 그럼 일단 도착장으로. 또 뛰어.


도착장 밖애서 9번 승차장을 찾았는데, 버스 시간표를 보니 금방 온다고 되어있다. 하하하하. 그렇군. 역시 믿고 사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 하핫. 근데... 엥? 다음 버스는 85분 후에 온다는데요? 아. 이 버스는 그야말로 환승전용 버스였구나. 비행기 시간 맞춰 다니는 버스. 그런데 지난번에는 너무 늦게 도착해서 이 버스를 놓친 거였구나. 그때 전철 타라고 한 이유가 있었네. ㅎㅎㅎㅎㅎㅎ 표까지 끊어줘 가면서. 사실 삿포로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토록 엉망이었던 ANA 항공의 연착 승객 관리 체계에 대해 불만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그 지상 직원분이 정말 최선을 다해 도와줬었구나 싶다.


앉아서 한 십분 정도 가니까 제3 터미널에 도착한다. 그러고는 출국장 3층으로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니 비로 검색대였다. 올 때 전철 탔을 때는 무척이나 정신없이 헤매었었던 것 같은데 버스 타기 참 잘했네. 간단한 소지품 검색을 마치고 탑승장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 이제 정말 일본을 뜨는구나














이걸로 제가 쓰는 홋카이도 여행 기록 연재를 마칩니다. 지난해 11월 8일에 첫 글을 올렸으니 꼭 4개월 동안 주 2회씩 글을 올린 셈이 되는군요. 꼴랑 17일간의 여행 기록을 가지고 4개월 동안이나 울궈먹다니 (그렇게 여행하면서 손익 따지지 말자고 다짐했으면서) 왠지 개이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여행의 본질이 아닌가 싶어요. 꽉 압축된 경험. 낯선 곳에서 스스로 좌충우돌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같이 놀아준 친구들부터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까지, 정말이지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안전하고 재미난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일일이 거론하는 건 너무 수상 소감 같아 보일까 봐 그냥 쿨하게 끝내려 합니다. 그래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곳곳의 정보를 얻는데 도움을 받은 여행 유튜버 분들과 블로거 분들께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일본여행 전문 유튜버 오다마 님과 삭휘 님의 클립에서 정말 많은 꿀팁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