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호수 주립공원 캠핑장 #1 (2017년 5월 7일)
앞서 말했듯이, 보통 광역 밴쿠버에 있는 주립공원 캠핑장은 몇몇 (골드크릭, 포트코브 등)을 제외하고는, 겨울 동안 폐장을 하다가 4월 부활절 연휴나 5월 빅토리아 데이 연휴에 맞춰서 개장한 후, 여름을 거쳐 9월 노동절 연휴나 10월 추수감사절 연휴까지 운영하는데, 밴쿠버의 4, 5월은 뭔가 어정쩡해서 한낮 기온은 제법 높은 경우도 많지만 밤이 되면 여지없이 한 자릿수 기온으로 뚝 떨어지곤 한다. 때문에 RV 없이 텐트 캠핑이나 차박을 할 당시 4월, 5월 캠핑은 (여차하면 전기장판이나 난로를 쓸 수 있도록) 전기가 들어오는 포트코브나 앨리스 레이크를 선호하곤 했다.
포트코브의 경우 그 수려한 경관 덕에 언제 가더라도 정말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지만, 한 가지 단점으로는 캠핑장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놀 거리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2017년, 한창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아내에게는, 반짝이는 노을과 쏟아지는 별빛을 캠핑 의자에 앉아서 감상하는 것보다 당장 뛰어오르고 걸어 다닐 산책로가 더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2017년 5월 캠핑은 '스쿼미시 (Squamish)'에 있는 '앨리스 호수 주립공원 캠핑장 (Alice Lake Provincial Park Campground)'이었는데 그때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 그냥 길을 나서보는 것도 가능했었다. 코로나 19 이후 캠핑인구가 급증하면서 4개월 전 캠핑장 예약자체도 하늘에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진 지금은 꿈도 못 꿀 일이겠지만, 2017년만 해도 날씨가 아직 쌀쌀한 4~5월 하룻밤 캠핑에는 이렇게 예약 없이 캠핑장에 들어가 곧바로 자리를 잡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 경우엔 이땐 일요일, 월요일을 쉬었기 때문에 더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앨리스 호수 캠핑장에는 그전에도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온 적이 있었다. 캠핑장 절반에 해당하는 사이트들에서는 전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밤 날씨가 아직 쌀쌀한 매년 첫 캠핑장소로는 여러 가지로 적당했다. 특히 앨리스 호수 캠핑장은 (골든이어즈처럼)나름 고지대에 위치해 있고 사이트마다 빽빽한 침엽수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시사철 추운 걸로 유명한데, 그만큼이나 겨울 내내 그리웠던 모닥불 온기의 진가를 (그리고 화장실 난방의 온기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다.
캠핑장으로 오기 전에 스쿼미시 시내에서 간단한 먹거리 쇼핑 - 딱히 요리를 안 해도 되는 거로 - 을 한 다음 자리를 폈다. 자리를 편다고 해도 이 때는 텐트 없이 차박 시스템이었던 지라 ‘주차'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간단하게 빵과 샐러드로 점심을 먹은 후, 자전거를 끌고 산책로를 돌아보기로 했다.
앨리스 호수 주립공원 주변에는 앨리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1.5km 정도 길이의 산책로가 있지만, 아무래도 앨리스 호수와 함께 그 주변의 스텀프 호수 (Stump Lake), 포운 호수 (Fawn Lake), 에디쓰 호수 (Edith Lake) 등, 네 개 호수를 다 돌고 오는 6km 정도 길이의 ‘네 호수 산책로 (Four lakes Trail)’가 더 유명한데, 특히 5~6월이 되면 에디쓰 호수와 포운 호수를 잇는 자갈밭 길을 가로질러, 두꺼비 무리가 호수로부터 숲으로 이동하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이 자갈밭 길을 ‘두꺼비길 (Toad Alley)’라고 부른다. 예전에 왔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을 봤었는데, 이때 가보니 자전거로 ‘네 호수 산책로’에 진입하는 건 5월부터 금지된다고 되어 있었다. 게다가 산속 깊이 위치한 앨리스 캠핑장은 잦은 곰 출현으로도 유명한데, 마침 우리가 캠핑을 시작한 5월 일요일에는 동반할 만한 이웃 등산객이 없었기 때문에, 걸어서 간단하게 2km만 돌고 돌아왔다.
이 당시에는 어떤 연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아내와 둘이서 캠핑을 가고, 또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쌈질로 번지기 십상이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캠핑장에 초청해서 놀다 보면 둘만 있었을 때 쉽게 타협되지 않던 분쟁도 압도적인 다수결로 쉽게 쉽게 해결되었건만, 다시 둘만 남게 되면 감정의 앙금이 다시 표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또, 아무리 부부가 오래 같이 살아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이날도,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어떤 이유로 쓸데없이 감정 소모를 하면서, 캠핑의 오후 반나절을 다 날려버리게 되었다. 아직 젊어서 그런 건지, 싸운 이유도, 절차도 생각나지 않지만 기분 나쁜 것만 마음에 남는.. 그런 시간 낭비 같은 일이 잦았었다. 그래도 모닥불이 피우고 거기에 소시지를 같이 구워 먹긴 했지만…
'스쿼미시' 라는 도시는 2010년대 들어와서, 산악 스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젊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게 되었는데, (마치 ‘롱비치 Long Beach’를 가진 토피노가 전 세계 써퍼들의 성지가 된 것처럼) 특히 ‘치프산 (Stawamus Chief Mountain)’을 중심으로 도시 앞에 병풍처럼 넓게 펼쳐진 절벽산들이 세계적인 암벽등반의 메카로 선전되고 있었고, 동시에 산악자전거 주행으로도 위슬러만큼이나 유명해져 있었다. 그렇게 스포츠 / 건강에 진심인 동네가 되어서인지, 시내에 있는 작은 빵집에서도 건강을 고려한 저탄/고단백 음식들을 팔고 있어서, 다음 날 아침에는 캠핑장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 나가서 그 식당에 들러보기로 했다. 편도 8Km면 체크아웃 시간인 11시 전에 가뿐히 다녀올 수 있겠다 싶었는데, 출발하자마자 캠핑장 입구에서 큰길 나올 때까지 매우 가파른 내리막이어서 멘붕이 왔었다. 아니 이렇게 내려가면…. 어떻게 올라오지??
게다가 마침 당시 스쿼미시 시내로 들어가는 99번 고속도로 (Sea to Sky Highway)에서 확장공사를 하던 중이라, 약간 뒤쪽 우회로를 이용했었는데.. 어라? 이게 갑자기 무슨… 왜.. 억새밭으로 가고 있지? 가다 보니 곰 똥도 보이고, 그걸 벗어나니 완전 자갈밭이라 자전거가 힘들어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구글맵에 의하면 캠핑장에서 시내까지 늦어도 30분 안에 도착하는 거로 되어 있었는데, 이래저래 돌아가다 보니 한 시간이 넘어서야 빵집에 간신히 도착하게 되었다.
눈 덮인 산을 보면서 간단하게 파니니와 랩 등을 사서 커피와 함께 먹었지만, 그 오르막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낭만은커녕 목이 꽉 메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끌바를 하자니, 체크아웃 시간에 못 맞출 것 같았고… 결국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소형차 트렁크에 자전거 두 대가 다 들어가는 걸 보니 그 와중에도 접는 자전거를 산 보람을 느꼈다. 차로 올라가니 10분도 안 걸리는구나. 캠핑장 정리를 하고, 어제 일부만 돌았던 산책로를 다시 걷고, 호숫가에 캠핑 의자를 놓고 앉아서 노닥노닥, 그리고 투닥투닥거리면서 2017년 캠핑의 스타트를 끊었다.
앨리스 호수 주립공원 (Alice Lake Provincial Park https://bcparks.ca/alice-lake-park/) : 스쿼미시 시내로부터 99번 고속도로를 타고 위슬러 방향으로 13km 정도 북쪽에 위치한 주립공원으로, 96개의 자동차 캠핑 사이트와 12개의 워크인 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잠자리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진 모양으로 캠프 사이트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호수를 바라보는 위치에서 오른쪽 날개 50여 사이트가 A 캠핑장 (Campground A)으로 전기가 공급되고, 왼쪽 날개 40여 사이트인 B 캠핑장 (Campground B)에는 전기 공급이 없다. 당연히 전기가 공급되는 캠프 사이트는 하룻밤에 8불씩 전기 사용료를 더 내야 한다.
전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포트코브에 이어서 광역 밴쿠버 사람들이 사랑하는 주립공원 캠핑장 순위 2위에 자리한다. 하지만, 사이트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때때로 미션의 '롤리 호수 (Rolley Lake) 캠핑장보다 조금 늦게까지 사이트가 남아있기도 한다.
앨리스 호수 자체도 캠핑 휴양지로, 피크닉 장소로도 유명한 터라 광역 밴쿠버나 스쿼미시 지역 주민들이 주말마다 잘 찾게 되는 곳이어서, 여름 주말에는 호수 앞 주차장에 차를 대기 위해선 아침 일찍 오지 않으면 자릴 잡을 수 없다. 딱히 캠퍼들만을 위한 해변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호숫가와 호수 주변 공원은 캠퍼들과 피크닉 관광객 모두 공용으로 사용하고, 때때로 매우 혼잡하다. 앨리스 호수와 주변에 다른 세 호수를 모두 관통하는 ‘네 호수 산책로 (Four Lakes Trail)’가 가장 유명하다.
워낙에 사시사철 항상 추운 곳이어서, 캠핑을 하려면 날씨와 상관없이 난방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와야 한다. 캠핑 음식 역시, 스테이크를 구운 후 잘라서 서빙한다든지, 돼지 수육을 삶은 후 썰어서 서빙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면, 서빙한 지 5분 만에 차갑게 굳어있는 고깃기름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까운 시내 : 스쿼미시
광역 밴쿠버로부터 접근성 : 4/5
이동통신 / 데이터 : 비교적 잘됨. 부분적으로 불통
프라이버시 : 4/5
수세식 화장실 / 샤워실 : 있음
시설 관리 / 순찰 : 4/5
RV 정화조 : 있음
RV 급수 시설 : 있음, 좋은 수압
캠핑 사이트 크기 : 3/5 ~ 4/5
나무 우거짐 : 4/5
호숫가 / 강변 / 해변 : 있음
햇볕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