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가족과 함께한 여행
한 해의 마무리를 위해 동료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한 곳에 오래 머문 이들의 특권이다. 우리들은 한 곳에서 오래도록 생활하기 때문에 서로 화해하고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특히, 한 해 동안 특별한 생활을 했다면 더욱 여행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내면을 마무리하고 조화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를 위해 일 년간 조금씩 공동 저축을 한다. 올 해는 갈 수 없기에,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위안을 얻는다.
우리의 1박 2일 일정은 다음과 같다. 제주는 못 갈 망정, 증도 엘도라도에서 일박하는 것이 소원이라 노래 부르는 나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거금을 들여 숙소를 예약했다. 우리가 여행한 주요 장소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기로 한다.
집결: 09:30 - 녹두장군 휴게소, 무안 사거리 반점 11:30 (점심 식사), 우전해수욕장 13:20, 슬로시티 센터 13:40, 엘도라도 리조트 14:00, 화두 노두길 14:50, 태평염전, 소금박물관, 염생식물 탐방원 15:40, 짱둥어 다리 17:00, 석식 농어회 왕바위 식당 - 저녁 식사, 엘도라도 숙식, 조식 뷔페 09:00, 불갑사 10:30, 할머니 보리밥 11:30, 녹두장군 휴게소, 집으로~
선생님들의 특징 중 하나가 계획표를 잘 짜는 것이다. 이번 여행도 계획표 만점 선생님께서 한몫을 하셨다.
첫 번째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인생의 맛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전남 무안 낙지 짬뽕집으로 유명한 '무안 사거리 반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 집은 인간 극장에도 나왔다고 한다. 다채로운 짬뽕과 더불어 라이브 음악이 있는 곳이다. 웃음이 가득한 쥔장 두 분의 무한 긍정 얼굴들이 계속 떠 오른다.
즉석 라이브 공연도 해 주셨다. 정말 흥이 나는 가게가 아닐 수 없다.
어머님께서 시와 그림을 그리신다.
낙지 짬뽕 18000원 문어 짬뽕은 13000원. 이 기회에 문어 짬뽕 한번 맛보자는 심산으로 우리 모두 문어 짬뽕을 주문한다. 아뿔싸! 엄청나게 커다란 문어가 반이 턱 얹혀서 나온다. 양이 많은 남자도 한 그릇을 모두 비우기 힘들다.
나는 문어를 잘라서 씹다가 면발은 한 가닥도 못 먹었다. 문어가 다소 질기다. 결국 먹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찹쌀 탕수육은 맛있었다. 문어 짬뽕시키려면 한 그릇만 시켜서 가위로 잘라 둘셋이 나눠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거 왜 이리 질겨, 거기 가위 좀 줘봐요. 샘, 이거 더 드실래요? 내 것도 많아요. 그런데 탕수육 정말 맛있네요. 와! 라이브 해 주네요.
우리도 같이 할까요? 문어 씹다 노래하는 팀 봤습니까? 하하하
화도 노둣길을 따라 걷다가 신구가 나왔다는 드라마 '고맙습니다'촬영지에 들른다. 아래 사진의 평화롭게 보이는 집이 바로 그곳이다.
소금 아이스크림, 달달 짭짤해서 맛있다.
차를 렌트해서 한 선생님이 운전해 주셨다. 힘들 때는 다른 분이 교대로 운전해 주셨다. 운전을 싫어하는 나는 이들이 참으로 고맙다.
아이가 되어 뛰어다니면서 한해의 모든 힘든 일들을 바다 멀리 저 편에 날려버린다. 바다로 걷는 한 선생님의 뒷모습은 나와 닮아있다. 우리는 그렇게 비슷한 모습으로 나이 들어간다.
바다는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지치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곳이라 그런 것 같다.
숙소 엘도라도에서 바라본 전경이다. 동료와 와도 좋지만 가족끼리 오면 더 좋을 것 같은 욕실 분위기다.
아침 식사하는 곳에서 창밖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피라칸타와 동백꽃이 아름답다. 한해의 짐을 덜어내니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이 구멍 따라 들어가면 짱뚱어들이 잠자고 있을까. 바닷물이 빠지면서 길을 남겼다.
불갑사는 꽃무릇이 예쁘다는데, 겨울이라 꽃들도 없어 조용하다. 꽃 대신 나무 문살 모양이 특별하다.
그때 옆에서 국사 선생님이 불갑사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 순간 설명이 더해져서 꽤 진지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이제 한 해가 가고 있다. 올 해는 아무 곳도 함께 할 수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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