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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Dec 21. 2020

엘도라도를 향하여

제3의 가족과 함께한 여행

직장 동료는 제3의 가족이다. 제3의 가족이란 가족도 아니지만 단순한 일터의 사람도 아닌 그 중간의 어디에 해당한다. 그들과 함께 한 시간 중 기억나는 특별한 짬뽕집이 있다.


한 해의 마무리를 위해 동료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한 곳에 오래 머문 이들의 특권이다. 우리들은 한 곳에서 오래도록 생활하기 때문에 서로 화해하고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특히, 한 해 동안 특별한 생활을 했다면 더욱 여행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내면을 마무리하고 조화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를 위해 일 년간 조금씩 공동 저축을 한다.  올 해는 갈 수 없기에,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위안을 얻는다.


우리의 1박 2일 일정은 다음과 같다. 제주는 못 갈 망정, 증도 엘도라도에서 일박하는 것이 소원이라 노래 부르는 나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거금을 들여 숙소를 예약했다. 우리가 여행한 주요 장소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기로 한다.

집결: 09:30 - 녹두장군 휴게소, 무안 사거리 반점 11:30 (점심 식사), 우전해수욕장 13:20, 슬로시티 센터 13:40, 엘도라도 리조트 14:00, 화두 노두길 14:50, 태평염전, 소금박물관, 염생식물 탐방원 15:40, 짱둥어 다리 17:00, 석식 농어회 왕바위 식당 - 저녁 식사, 엘도라도 숙식, 조식 뷔페 09:00, 불갑사 10:30, 할머니 보리밥 11:30, 녹두장군 휴게소, 집으로~


선생님들의 특징 중 하나가 계획표를 잘 짜는 것이다. 이번 여행도 계획표 만점 선생님께서 한몫을 하셨다.


첫 번째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인생의 맛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전남 무안 낙지 짬뽕집으로 유명한 '무안 사거리 반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 집은 인간 극장에도 나왔다고 한다. 다채로운 짬뽕과 더불어 라이브 음악이 있는 곳이다. 웃음이 가득한 쥔장 두 분의 무한 긍정 얼굴들이 계속 떠 오른다.


즉석 라이브 공연도 해 주셨다. 정말 흥이 나는 가게가 아닐 수 없다.

어머님께서 시와 그림을 그리신다.

낙지 짬뽕 18000원 문어 짬뽕은 13000원. 이 기회에 문어 짬뽕 한번 맛보자는 심산으로 우리 모두 문어 짬뽕을 주문한다. 아뿔싸! 엄청나게 커다란 문어가 반이 턱 얹혀서 나온다. 양이 많은 남자도 한 그릇을 모두 비우기 힘들다.

나는 문어를 잘라서 씹다가 면발은 한 가닥도 못 먹었다. 문어가 다소 질기다. 결국 먹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찹쌀 탕수육은 맛있었다. 문어 짬뽕시키려면 한 그릇만 시켜서 가위로 잘라 둘셋이 나눠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거 왜 이리 질겨, 거기 가위 좀 줘봐요. 샘, 이거 더 드실래요? 내 것도 많아요. 그런데 탕수육 정말 맛있네요. 와! 라이브 해 주네요.
우리도 같이 할까요? 문어 씹다 노래하는 팀 봤습니까? 하하하

               

화도 노둣길을 따라 걷다가 신구가 나왔다는 드라마 '고맙습니다'촬영지에 들른다. 아래 사진의 평화롭게 보이는 집이 바로 그곳이다.

소금 아이스크림, 달달 짭짤해서 맛있다.

차를 렌트해서 한 선생님이 운전해 주셨다. 힘들 때는 다른 분이 교대로 운전해 주셨다. 운전을 싫어하는 나는 이들이 참으로 고맙다.

아이가 되어 뛰어다니면서 한해의 모든 힘든 일들을 바다 멀리 저 편에 날려버린다. 바다로 걷는 한 선생님의 뒷모습은 나와 닮아있다. 우리는 그렇게 비슷한 모습으로 나이 들어간다.

바다는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지치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곳이라 그런 것 같다.


숙소 엘도라도에서 바라본 전경이다. 동료와 와도 좋지만 가족끼리 오면 더 좋을 것 같은 욕실 분위기다.

아침 식사하는 곳에서 창밖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피라칸타와 동백꽃이 아름답다. 한해의 짐을 덜어내니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짱뚱어 다리를 걷는다. 모습이 꽤나 귀엽게 생겼다. 짱뚱어가 놀기 좋은 날에 오면 갯벌에 짱뚱어들이 보인다는데 오늘은 햇볕이 좋으나 너무 춥다. 모두 안에 꽁꽁 숨었다.

이 구멍 따라 들어가면 짱뚱어들이 잠자고 있을까. 바닷물이 빠지면서 길을 남겼다.

불갑사는 꽃무릇이 예쁘다는데, 겨울이라 꽃들도 없어 조용하다. 꽃 대신 나무 문살 모양이 특별하다.

그때 옆에서 국사 선생님이 불갑사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 순간 설명이 더해져서 꽤 진지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이제 한 해가 가고 있다. 올 해는 아무 곳도 함께 할 수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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