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머물다 (stay in it)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표현으로 인해 월터가 몽상에 빠지면 그것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 미리 짐작하면 오해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분야에 자신의 취향을 지닌다. 만약 내가 '나는 아무 음악이나 모두 잘 듣고, 좋아해'라고 한다면, 당신은 자신의 취향이 없다는 말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정말 그렇다. 아무 음악이나 잘 듣는다. 오늘 아침 출근 전 화장실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옷을 입을 때는 유행가를 듣고, 때로 트로트에 춤을 춘다. 출근해서 일을 할 때는 bts의 자판기와 마우스로 글을 쓴다. 짬이 나면 bts의 노래를 들으면 힘이 난다. 이렇게 나는 짬뽕 스타일이다. 그런 나도 음악에 관한 강의를 듣다가 배움이 한 가지 늘었다. 데이비드 보위라는 가수를 알게 되었다. 데이비드 보위의 인생 마인드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헤비메탈가처럼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스타일도 좋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궁금했다. 상당히 알려진 가수, 나에게는 생소한 가수다. 글램 록이라는데, 노래를 찾아들었더니 별로다. 확실히 나는 음악과 노래에 무지하다. 그렇다 해도 영화 속에서 음악이 멋지게 작용을 한다고 하니, 그 명 장면이 보고 싶다.
그런데 정말이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본 후로는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을 찾아서 자꾸 듣게 된다. 무지한 나에게도 음악이 와 닿는다.
이 문구는 숀 오커넬이 보낸 지갑에 쓰여 있는 글이자 월터의 회사 모토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정치도 포함해서 우리는 똑똑해져야 한다. 그리고 장애물은 넘으라고 있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조바심치지 말고, 저 너머에 있는 것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진다면 좋을 것 같다. 무지개를 보고 그것을 마구 쫓기보다는 즐기기를 원한다.
라이프지가 온라인화 된다고 한다. 그러자 유명한 사진가 숀 오코넬이 마지막 잡지 표지에 실릴 필름을 월터에게 보냈다. 월터만이 자신의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에 그에게 맡긴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디로 간 것인지 찾을 수가 없다. 그가 보낸 것은 두루마리 필름과 월터에게 선물로 준 지갑이 전부다. 아무리 필름을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보내온 필름을 단서로 필요한 필름을 찾아야만 한다.
한 번도 여행을 떠나 본 적 없는 월터, 언제나 몽상에 빠져있는 그는 숀 오커넬을 찾으러 떠나게 된다. 이는 고난과 역경의 시작임과 동시에 변화와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장면에서 꿈에 그리는 셰릴이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우주 비행사 톰. Space Oddiy>를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한다. 물론 월터의 상상이다. 너무 사실적으로 꿈과 현실이 존재하므로 어디까지가 꿈인지 잠시 혼돈될 수 있다. 카운트 다운하는 연출이 아주 기막히다.
영화 초반에 복선으로 월터가 어린 시절 스케이트 대회에서 상을 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영화 초반부터 월터는 상상에 빠져서 현실을 잠시 잊는 현상이 빈번하다. 이를 두고 구조조정을 나온 상사는 몽상가라 부르면서 "우주비행사 토드"라고 놀린다. 비유적으로 언급한 이 말은 곧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와 연결된다. 결정적으로 엄마가 해 줬던 중요한 이야기를 놓쳤던 이유도 상상에 빠진 탓이었다. 늘 멍하니 몽상에 빠져들곤 하던 월터, 이제 반대로 순간에 머무르기를 배우게 된다. 상상력은 창조적인 작업에 무한 긍정 요인이다. 그러나 다른 세계에 빠져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을 잊으면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