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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Dec 24. 2020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순간에 머물다 (stay in it)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 제목은 <월터 미티의 비밀스러운 삶>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이다. 벤 스틸러가 감독이자 그 자신이 주연으로 월터 미티 역을 연기한다.

한국 제목이 상당히 구미가 당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 제목에 끌려서, 진즉부터 호시탐탐 영화를 위한 시간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표현으로 인해 월터가 몽상에 빠지면 그것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 미리 짐작하면 오해다.


명 장면, 명대사가 많이 등장하는 영화다. 영화를 두 번 보게 된다. 책을 읽듯이 화면을 잠시 멈춰놓게 된다. 월터를 통해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아주 많지만 그중 몇 가지만 언급하기로 한다.

첫째, 음악이 영화를 살린 건지 영화가 음악을 살린 것인지 기막힌 배경음악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분야에 자신의 취향을 지닌다. 만약 내가 '나는 아무 음악이나 모두 잘 듣고, 좋아해'라고 한다면, 당신은 자신의 취향이 없다는 말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정말 그렇다. 아무 음악이나 잘 듣는다. 오늘 아침 출근 전 화장실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옷을 입을 때는 유행가를 듣고, 때로 트로트에 춤을 춘다. 출근해서 일을 할 때는 bts의 자판기와 마우스로 글을 쓴다. 짬이 나면 bts의 노래를 들으면 힘이 난다. 이렇게 나는 짬뽕 스타일이다. 그런 나도 음악에 관한 강의를 듣다가 배움이 한 가지 늘었다. 데이비드 보위라는 가수를 알게 되었다. 데이비드 보위의  인생 마인드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헤비메탈가처럼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스타일도 좋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궁금했다. 상당히 알려진 가수, 나에게는 생소한 가수다. 글램 록이라는데, 노래를 찾아들었더니 별로다. 확실히 나는 음악과 노래에 무지하다. 그렇다 해도 영화 속에서 음악이 멋지게 작용을 한다고 하니, 그 명 장면이 보고 싶다.


그런데 정말이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본 후로는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을 찾아서 자꾸 듣게 된다. 무지한 나에게도 음악이 와 닿는다.


둘째,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 LIFE의 목적이다.'라는 글귀가 와 닿는다.


이 문구는 숀 오커넬이 보낸 지갑에 쓰여 있는 글이자 월터의 회사 모토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정치도 포함해서 우리는 똑똑해져야 한다. 그리고 장애물은 넘으라고 있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조바심치지 말고, 저 너머에 있는 것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진다면 좋을 것 같다. 무지개를 보고 그것을 마구 쫓기보다는 즐기기를 원한다.


셋째, 월터가 가방을 들고 회사를 걸어 나가는 장면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라이프지가 온라인화 된다고 한다. 그러자 유명한 사진가 숀 오코넬이 마지막 잡지 표지에 실릴 필름을 월터에게 보냈다. 월터만이 자신의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에 그에게 맡긴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디로 간 것인지 찾을 수가 없다. 그가 보낸 것은 두루마리 필름과 월터에게 선물로 준 지갑이 전부다. 아무리 필름을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보내온 필름을 단서로 필요한 필름을 찾아야만 한다.


한 번도 여행을 떠나 본 적 없는 월터, 언제나 몽상에 빠져있는 그는 숀 오커넬을 찾으러 떠나게 된다. 이는 고난과 역경의 시작임과 동시에 변화와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라이프지의 사진들이 한국에서 전시된 적이 있다고 한다.

넷째, 술 취한 조종사가 운전하는 헬리콥터에 월터가 뛰어오르는 순간이다.


이 장면에서 꿈에 그리는 셰릴이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우주 비행사 톰. Space Oddiy>를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한다. 물론 월터의 상상이다. 너무 사실적으로 꿈과 현실이 존재하므로 어디까지가 꿈인지 잠시 혼돈될 수 있다. 카운트 다운하는 연출이 아주 기막히다.

다섯째, 월터가 이방인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 화산이 폭발하는 곳으로 롱보드를 타고 질주하는 부분이다.

영화 초반에 복선으로 월터가 어린 시절 스케이트 대회에서 상을 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여섯째, 사진작가 숀 오커넬의 말이다. 유령 표범, 그를 기다린 지 오래되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사진을 찍지 않고 그저 지켜본다.

내 말은, 나는, 개인적으로...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에 머무르고 싶지 Stay in it."

영화 초반부터 월터는 상상에 빠져서 현실을 잠시 잊는 현상이 빈번하다. 이를 두고 구조조정을 나온 상사는 몽상가라 부르면서 "우주비행사 토드"라고 놀린다. 비유적으로 언급한 이 말은 곧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와 연결된다. 결정적으로 엄마가 해 줬던 중요한 이야기를 놓쳤던 이유도 상상에 빠진 탓이었다. 늘 멍하니 몽상에 빠져들곤 하던 월터, 이제 반대로 순간에 머무르기를 배우게 된다. 상상력은 창조적인 작업에 무한 긍정 요인이다. 그러나 다른 세계에 빠져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을 잊으면 안 되겠다.


다만, 그저 그 순간에 머무르고 싶을 만큼 그런 순간이 자주 일어나면 좋겠다. '그 순간에 머무르다 Stay in it'은 카르페디엠 Carpedium 또는 시즈 더 데이 Seize the Day와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 날 하루를 잡아라! 그 순간에 최선을 다 해라.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지금 이 영화를 놓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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