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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an 12. 2021

축복

눈사람과 나

미니어처 눈사람을 만들고, 모자와 목도리를 만들어 줍니다.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니 눈코 입이 없다 합니다.


너희 상상으로 만들어줘~

오래전 장영희 선생님의  해설집  권을 사서 가끔 속이 시끄러울  꺼내 읽습니다. <축복> <생일>입니다. 영시 번역이 매끄럽고 어휘 선택이 감탄스럽습니다.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 해설이 쉽고 정감이 갑니다.


특히 삶을 관조하는 그녀의 느낌이 좋습니다. 장영희 선생님께서는 투병생활을 시면서 마지막까지 원고를 보셨던 분으로 알려져 있지요. 무엇보다 그녀를 잊지 못하는 것은 항상 '희망', '사랑'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따라 여기저기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와서 심란했습니다. 저와 가까운 이 중에서 이모님의 병세가 위독하시다고 저의 엄가가 울먹이시며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의 언니도 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충만한 삶을 느끼려면 죽음을 생각하라지만 자꾸 우울해지려고 합니다. 그래서 죽음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이야기 한 작가의 책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축복>에 실린 두 편의 시를 소개합니다.


눈사람



윌러스 스티븐스


사람은 겨울 마음 가져야 하네.

서리와 얼음옷 입은 소나무 가지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오랫동안 추위에 떨면서

얼음 덮여 가지 늘어진 로뎀나무와

1월의 햇빛 속에 아득히 반짝이는

가문비나무 보기 위해서는.

바람 속, 부대끼는 이파리 소리 속

비참함을 잊기 위해서는.

그것은 육지의 소리

늘 같은 황량한 장소에서

늘 같은 바람만 가득 부는.



작가 장영희 선생님은 '눈사람'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시인은 사랑과 위로가 없는 겨울같이 차가운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하지만 우리가 비참한 것은 눈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슴속 깊이 보석처럼 숨겨놓은 따뜻한 심장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



이별을 고하며



월트 휘트먼


나는 공기처럼 떠납니다.

도망가는 해를 향해 내 백발을 흔들며.

내 몸은 썰물에 흩어져 울퉁불퉁한 바위 끝에 떠돕니다.

내가 사랑하는 풀이 되고자 나를 낮추어 흙으로 갑니다.

나를 다시 원한다면 당신의 구두 밑창 아래서 찾으십시오.

처음에 못 만나더라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어느 한 곳에 내가 없으면 다른 곳을 찾으십시오.

나는 어딘가 멈추어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위의 시는 책 <축복>의 마지막 시였습니다. 마지막 시를 두고 작가는 말합니다.


"시인과 마찬가지로 이제 저도 떠날 준비를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시 산책, 참 행복했습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어딘가 멈추어 당신을 기다리는" 시인이 있는 것처럼, 시를 읽는 마음은 나는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어쩌면 바로 내 구두 밑창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사랑과 행복을 찾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플 때는 격려를, 기쁠 때는 사랑을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눈사람을 따뜻한 곳으로 데려 보았습니다.

눈사람은 따뜻한 곳에서 살 수 없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내놓아야 합니다. 눈사람이 추워 보이는 것은 그들의 마음이 아니라 나의 마음입니다. 따뜻하게 해 주고 싶은 것도 나의 마음입니다. 산타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니 든든하게 보입니다.

"삶은
욕심 때문에
무겁고

죽음은
그 욕심이
제거 되니
가벼운 거징

웰다잉
죽음에도
계획이  필요햐~"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참 현명한 친구입니다.

오늘 우리 친구 셋은 삶과 죽음을 논한 후에 내년에는 무조건 떠나서 '외국에서 한 달 살기' 도전을 해 보자고 갑작스러운 설계를 해 보았습니다.


삶의 희망을 노래하던 장영희 선생님과 고인이 된 사랑했던 사람들의 명복을 빕니다. 심장을 내놓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말씀하신 그녀를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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