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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an 18. 2021

카톡 프로필 사진

나랑 놀아줘

카톡 프로필 사진


카톡의 프사를 정리하다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사람들의 카톡 사진은 연령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자기 사진에서 꽃 사진으로 바뀌다가 손주 사진을 올린다고 한다. 그 말이 참으로 이해가 간다. 나는 아직도 가끔 내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올리는 때가 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만 보기'로 바꾸게 된다. 아니면 뒷모습을 올린다. 참으로 쑥스럽게 느껴져서다. 그리고 나무나 풍경 꽃 사진을 업로드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달프 사진을 올린다. 반려동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것도 바로 '나만 보기'로 남긴다. 어떤 때 카톡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사진과 이야기할 때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다. 남편 얼굴을 올리는 지인이 있었다. 상대와 이야기를 하는데  마치 그녀의 남편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딸아이는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를 공부하던 중이었다. 나는 관심도 없거니와 한 줄 읽기도 어려운 성학에 대해 공부하는 딸이 신기할 따름이다. 늘 학업에 바쁜 누나가 안 놀아주니 달프가 책위에 슬그머니 팔을 올린다.

나랑 놀아줘~


이렇게 애교작전을 펼치면 놀아줄 수밖에 없다. 달프는 개냥이(개와 비슷한 성격의 고양이)과는 아니다. 지금도 자기가 관심 없고 혼자 지내고 싶으면 한쪽에 가서 자기 세상에 빠져 지낸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생물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달프는 여전히 내가 가면 숨는다. 그러다가 기어 나와서 어슬렁 거리고 놀아주면 좋아한다.




반려동물 혐오자, 잘못된 표현



내가 한때 '반려동물 혐오자'였다는 부분은 좀 더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반려동물 주인 혐오자'였다. 이제는 바뀐 생각이니 밝히도록 한다. 그러나 주인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에는 변함이 없다.


어릴 때부터 우리집은 강아지와 큰 개를 키웠다. 남의 집 큰 개는 무섭지만 조그만 강아지는 귀여웠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반려동물들을 싫어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반려동물의 주인들의 문제 행동 때문이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반려견은 물고 빨면서, 정작 사람의 아기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라든지, 산책하고 뒤처리를 하지 않는 잘못된 모양새를 너무 많이 겪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터 개만 봐도 혐오감이 생기는 것이었다.


두 가지 일화가 떠 오른다.


아이가 어릴 적에 야외 피크닉을 갔을 때 만났던 3마리의 견주 아주머니가 먼저 떠 오른다. 목줄도 안 해서 우리 쪽에 와서 짖어대고 달려들려고 해서 막고 소리쳤더니 그 견주와 와서 오히려 우리에게 화를 냈었다. 자기 개가 놀랐다나. 하마터면 우리 아이를 물 뻔해서 식겁했었다.


또 다른 일화는 가족 다섯 팀이 모여서 일박을 한 경우다. 모두 개를 좋아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 중에는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한 가족이 슈나우져를 데리고 왔다. 그때 우리는 커다란 방에서 함께 자게 되었다. 당연히 목줄도 하지 않았었다. 그 개가 갑자기 짖어대더니 일행 중 3살 난 여자아이의 하얀 얼굴을 할퀴었다. 하마터면 더 큰일이 날 뻔했었다. 그때 내가 그 견주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 엄마 심정이 골백번 이해가 갔다. 내 아이였다면 당장 나는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결국 그 여자아이 가족은 우리 모임에서 빠지셨다. 그 아이는 얼굴이 하얗고 가냘프고 귀여운 아이였다. 내 마음까지 아팠다.


그런 저런 이유로 나는 개 이야기하면 온갖 일화가 떠 올라서 싫어했다. 고양이는 무서웠다. 처음 딸아이가 길 고양이를 서울의 작은 룸에서 키우겠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섰다. 한 번씩 가서 자야 하는데 어찌한단 말인가.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특히 사람을 많이 귀찮게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강아지에 비해서 하는 말이지 고양이도 자기랑 놀아주기를 원한다. 혼자놀이의 귀재이지만 하루에 한 번은 놀아줘야 한단다. 놀아주지 않으면 계속 바라보면서 운다. 어린아이 칭얼거리는 것 같다.


달프를 키운 이후 나의 가치관도 바뀌었고, 또한 아이들이 서울로 다 가버리고 나니 어느 날부터 반려동물 샾을 서성이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정말로 덜컥 크림색 미니 푸들을 데려왔다. 그런데 너무나 명랑하고 너무나 달라붙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비혼으로 사시는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보내게 되었다. 그 당시 하필이면 직장에서 매일 10시 퇴근을 했다. 어린 아기 푸들이 외로워서 행동이상이 올 정도였다.  일주일 동안 우여곡절이 있었다. 내가 퇴직을 한 이후에나 생각해 볼 일이었다.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그 아이는 새로운 주인과 아주 행복하게 지낸다. 사진과 영상을 일 년 정도 보내오셨다.


 너는 여행을 좋아해서 반려동물은 무리야


라는 친구들 말을 고려하면 나는 반려동물을 데려올 자격이 없다. 고양이는 길게는 4일까지는 혼자 잘 지낸다고 한다. 먼치킨이 하도 귀여워서 데려오려니 고양이는 털이 온 집안을 장식한다는 말에 놀라서 못했다. 달프는 내가 직접 키우는 것이 아니니 손주 격이다. 달프는 단모인 편이라서 털이 아주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청소는 열심히 해야 한다.

 

사람들이 손주를 예뻐한다는 데 그 가장 큰 이유가 책임을 지지 않고 사랑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프가 예쁜 이유다. 어제 서울에서 내려온 딸이 보여준 동영상을 보니 귀여움이 뿜 뿜이다. 나의 딸들이 장차 결혼을 할지 말지 모르겠다. 사람 아기, 나에게 언젠가 진짜 손주가 생긴다면 그 흥분이야 말할 수 없겠지만 우선 달프에게 만족한다. 귀여운 달프가 오래도록 딸 옆에서 애교 부리고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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