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도나(DONNA), 잘 지내고 있는지요.
새해 인사를 나눈 후 벌써 몇 개월이 흘렀어요. 도나의 큰 아들 GC가 세상을 떠난 지 여러 해 되었지만 여전히 어미의 애간장은 타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수의대를 졸업하자마자 그런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다니요. 저도 자식을 둔 어미로서 할 말이 없어요. 그저 위로할 뿐이지요.
오늘 갑자기 도나가 생각났어요. 도나가 새 집으로 이사를 한 후, 집의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보냈는데 저는 새 집 리모델링으로 분주해서 연락을 못하고 지냈네요. 영어로 말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이제 언어를 잊어버릴 지경이에요. 도나를 생각하며 한글로 쓰니 그것도 조금 낯설게 느껴지네요.
오늘 핸드폰을 뒤적이다가 고양이 사진 한 장을 발견했어요. 바로 GC가 남긴 고양이 두 마리. 오지 않는 GC를 기다리듯이 한동안 해 질 녘이 되면 창가에 이렇게 앉아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그 애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도나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요.
한국을 몹시도 좋아해 제2의 고향이라 불렀지요. 그리도 좋아하는 한국을 떠난 지 어느덧 15년이 되었네요. 도나가 한국에 있을 때 나이보다 저는 이제 더 나이가 들었어요.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본국인 미국으로 갈 때 울면서 발길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한국음식을 너무나 좋아해서 우리는 화상통화로 한국 요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지요. 마지막 통화했을 때 '사랑의 불시착'과 '미스터 선샤인'이란 한국 드라마를 추천해 주었더니, 열심히 시청했다고 너무나 좋은 드라마라고 했지요. 현빈과 손예진이 실제로 사귀게 되었다고 놀랄 일도 아니라고 했지요. 그 후로 그들이 나오는 한국 드라마의 팬이 되었다면서 오히려 저에게 추천해 주기도 했으니, 정말이지 한국 드라마 찐 팬이 되고 말았네요.
도나의 고양이 미스터 키티와 GC가 남긴 두 마리의 고양이까지 셋을 키우느라 힘들지는 않은지요. 셋이 다투지 않고 잘 지낸다고 하니 다행이에요.
새침데기에다가 사람만 나타나면 사라지는 부끄럼쟁이, 미스터 키티도 나이가 참 많이 들었겠어요. 오늘은 꼭 전화할게요. 통화가 잘 될지 모르겠네요. 도나가 우울해하면 제 집 마당의 꽃들을 보여줄게요. 사슴이 마당에 출현해서 꽃 하나 심지 못한다고 속상해 한 도나를 위해서요.
도나, 둘째 아들과 손자가 주변에 산다니 참으로 다행이에요.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가야지요. 그게 살아있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고 말한 루소의 <에밀>을 읽는 중이에요. 저도 그의 말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요. 우리 독서모임도 참 재밌게 했었는데, 혹시 <에밀> 읽었는지요? 책 이야기나 아니면 한국 드라마 이야기나 아무 이야기나 하게요.
항상 건강하세요. 도나가 좋아하는 부다처럼 우리 마음의 무거움은 내려놓고 살게요.
당신의 친구, 루씨.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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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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