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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Feb 02. 2021

노란 등대가 아름다운 곳, 솔섬 가는 길 궁항마을

제 철에 맛보는 조개구이

그렇게 자주 부안 둘레길을 향해 운전을 하건만 늘 헤맨다. 오늘도 길을 잘못 들었다. 안다고 생각하니 네비를 켜지 않는 것이 말썽이다. 그런데 마을이 조용하고 너무 예쁘다. 이미 지나쳐서 차창 밖을 우선 찍어본다.


궁항마을


얼른 맵을 찾아보니 등대가 보이던 궁항마을을 이미 지났고 두포 갯벌체험마을 지나고 있다.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던 사람들이 물 때를 피해 나오는 중이었다. 솔섬을 목적지로 했기 때문에 우선 가 보기로 한다.




솔섬에 도착했다. 전북 학생 해양 수련원에 주차를 하면 된다. 그러니 혹시 솔섬에 방문하고 싶다면 <전북 해양 수련원>을 검색해서 오면 된다. 주차장에서 바로 내려가면 솔섬이 보인다.


언젠가 솔섬에서 바닷길을 따라 걷다가 하마터면 바위 위에 갇힐 뻔한 적이 있다. 밀물이 그렇게 초고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경험한 후, 밀물 시간에는 바닷가로 난 길은 피한다. 항상 물때를 체크했는데 오늘 하루 그냥 왔더니만 하필 밀물 시간에 딱 맞췄다.


해가 보였다가 찌뿌둥했다가 하늘은 자기 마음이다.

솔섬의 해변은 몽돌이다. 검은색과 갈색의 몽돌이 반들반들 예쁜 곳이다.


바다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있는 중이다.




내가 캔 것 줄테니 네가 캐 왔다고 말혀~


얼핏 들으니 노인께서 새댁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그리 말한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바다라는 무대에서 앞쪽으로 퇴장하는 그들의 모습이 앵글에 잡힌다. 젊은 여인네의 이마와 콧등이 빛나는데 개인 이미지를 올릴 수 없어 얼굴은 어둡게 처리한다. 바다에서 조개를 캐는 이들은 생업으로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바다에서 퇴장하는 할머니와 새댁



그들과 더불어 나 역시 오늘은 솔섬에서 퇴장하기로 한다. 솔섬 편은 후일 다루기로 한다. 지나쳐 온 궁항마을의 등대가 아른거려 다시 되돌아 가기로 한다.



궁항마을에 내려 멀리 등대로 걷기 시작한다. 왼편의 바다에도 이제 바닷물이 가득하다. 조금 전 조막만 한 아이가 아빠 손을 잡고 웃으면서 걷던 갯벌이 사라졌다.

궁항마을에서 보이는 등대로 향하면서 본 왼편, 물이 들어오지 않는 시각이면 걸어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배와 더불어 사는 고둥의 모습이다. 오랜 세월 조업을 한 배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바닷소리를 달고 있는 배의 아래 부분이다. 마치 고래 등에 붙은 고둥 같다.

한창 하역 작업 중이다.
바람이 매섭다. 잠시 나온 햇살이 사라졌다.


갑자기 배가 너무 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아침도 먹지 않은 뱃속이 성화다.


궁항 마을에서 차를 돌려 채석강으로 향한다. 그렇게 많던 조개구이 하는 집이 눈에 띄지 않는다. 코로나 여파인 듯하다. 채석강 수산시장이 위치한 곳에서 가까이에 한 곳이 눈에 띄어 들어간다.


한 팀이 있다. 멀찍이 앉는다. 요즘 어디 가면 거의 이런 식이다. 하긴 이동을 자제하라고 했으니 당연하다. 그나마 커피숍도 1시간은 규제가 풀렸고 우리도 5인 이하이니 조용히 먹고 드라이브하는 정도는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항상 조심하고 있는 중이다.


바지락 칼국수, 백합죽, 조개구이. 모두 먹고 싶다.



'아저씨~ 여기 피가 너무 많아요. 이상한데요."

"그거 건강에 좋다고 남들은 그냥도 마셔요."

"헉, 어떻게 이걸."


몸에 좋다는 말씀에 얼른 내려놓는다. 대신 우리는 구워 먹기로 한다. 나는 항상 이 피조개에 적응을 못하겠다.

방금 구워냔 꼬막과 석화(왼쪽) 오동통한 석화가 입안을 사로잡는다.

조개가 구워지기 기다리다 배고픔을 못 이겨 주문한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 칼국수도 맛있기는 했지만 정말 맛있는 바지락 칼국수 집의 맛을 알기에 이 곳의 평점은 '그냥 괜찮네' 정도다. 언젠가 비응도의 바지락 칼국수 집을 소개해얄 것 같다. 그런데 이 집의 장점은 바로 조개구이다. 조개들이 모두 신선도가 좋아서 배불리 먹어도 자꾸 들어간다. 잘 까지 못하는 나를 위해 주인 아주머님이 직접 여러 개를 시연해 주셨다. 친절하신 사장님 내외시다.


하마터면 석화를 태울 뻔했다. 실제로 어떤 것은 태웠다. 조개는 익으면 입을 벌리는 데 석화는 입 주변의 물기가 마르면 다 익었다는 증거라고 한다. 태우면 급작스럽게 펑하고 튀기 때문에 석화를 구울 때 조심해야 한다. 다른 것들은 튈 염려가 없다.


조금 남긴 조개를 속만 따로 모아서 가져오기로 한다. 집에 가서 저녁은 라면에 콩나물과 조개 남은 것을 넣고  끓여 먹어야겠다.





후기 글


주말에 여행한 곳을 써 봅니다. 역시 직장에 다니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힘들군요. 그래서 <여행하기 좋은 날> 매거진은 그림은 그리지 않을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이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벌써 저녁 10시가 넘었습니다. 이번 등대 그림은 수채화로 그릴 요량이었는데 화구와 이젤을 꺼내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언젠가는 앉아서 종이에 스케치를 하게 되겠지요. 항상 등대를 보면 혼자 감상에 젖게 됩니다.


바다를 무대로 생계를 이어가시는 어부 분들은 농부들보다 부유한 경우가 많다고들 합니다. 사실일까요.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농부도 힘들지만 어부는 생명을 담보로 조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엊그제도 군산 앞바다에서 무동력 선박이 전복되어 선원 한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부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맛있는 생선과 조개를 먹고 있습니다. 하필 제가 바다에 가서 감상에 젖다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마음으로 그분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그 날, 날이 좋지 않고 바람이 몹시 불었기 때문에 대부분 배들이 정박되어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사고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등대는 어부들이 돌아올 곳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등대를 보면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오늘 조금 힘든 날이었지만 길을 잃고 헤맨 지난날의 마음의 등대를 그려 보았습니다. 평안한 오늘의 삶에 감사합니다.


저의 브런치에 구독으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백 번째 구독을 눌러 주셨을 때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마음을 위로해 주시는 라이킷과 따뜻한 댓글을 주시는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지친 마음에 엄청난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https://youtu.be/KogpELh63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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