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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an 31. 2021

수선사, 정원이 아름다운 절

시절 인연

남사예담촌에서 가까운 곳에 수선사가 있다. 지난 글에서 남사예담촌을 떠나면서 "우리 어디 다른데 들렸다 가게요."라고 하신 지인의 말씀으로 방향을 틀어 수선사로 향한다. 修닦을 수禪좌선.


 수선사는 아주 높은 곳에 위치한 조그마한 절이다. 전국 '언택트 관광지 100'에 선정된 곳이라 한다.


주차 후 언덕길을 오르는 그들(왼편) 나의 생각에 한국에서 본 가장 멋진 화장실 건축물(왼편)

우리나라의 화장실은 가장 선진국형이라고 본다.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만큼 공공화장실의 시설과 편의성이 잘 된 경우는 찾기 힘들다. 내가 가 본 곳이 그리 많지는 않다. 열거하자면, 인도,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이다. 이러한 나라들 중에 우리나라가 가장 공공 화장실이 발달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의 특별하고 아름다운 화장실에서 우리 친구들 9명이 사진을 찍느라 40분이나 놀다 늦게 나와서 가이드가 정말 놀란 경우가 있다. 그때 다른 팀 없이 우리끼리 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금 심하기는 했다.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의 화장실이 조금 아름답기는 했다. 그러나 이 곳의 자연경관이 보이는 풍광이 어찌나 좋은지 그들은 명함을 내밀지 못할 것이다.



입구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외국인이 보면 깜짝 놀랄만한 상황이다. 일단 신발을 벗는 것부터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들어가면 길게 창이 있어서 실내에 외부 빛이 들어온다. 자연조명이 아름답다. 볼일 보는 공간인 화장실 내부는 정사각형 창이 나 있어 먼산의 뷰가 끝내준다. 만약 화장실이 아니라면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을 지경이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아래 보이는 논과 밭에서 경작을 한다면 그 색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도 아름다운 먼 산의 경치는 또 어떤가. 수선사에 와서 다들 일단 화장실 때문에 한번 놀란다고 한다. 그러니 나도 놀라서 화장실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게 되었다.


그다음 만나게 되는 장소가 연못이다. 놀랍게도 이 절의 주지스님이신 '여경'(법명, 거울처럼 살아가라는 뜻) 스님께서 홀로 정원과 연못을 가꾸어 오셨다고 전해진다.


1층 템플스테이, 3층 찻집 운영(왼쪽 건물), 건물의 옆에 있는 연못의 이름은 '시절 인연'이다. 사람인, 연꽃 연자를 썼다. 수련 위의 길은 나무로 만들었으며 정자의 지붕은 마치 너와집을 연상하게 한다. 너와집이란 나무껍질을 이용해 지붕을 덮는 방식이다. 계절이 겨울이라서 연잎이 자라거나 수련이 피어난 상태의 연못을 한번 상상해 본다.


연못을 지나 수선사로 올라가는 곳에 미소가 귀여우신 부처의 모습이 있다. 신앙을 뛰어넘어 산사의 절에 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며 얼굴에 인자함이 넘치신다.

수선사의 모습이다. 정말 아담한 절이다. 그런데 이 절을 혼자 가꾸신다는 것은 사실일까. 그것은 너무나 힘들어 보인다. 아주 작은 정원하나 가꾸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공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정갈한 잔디 위에 왼편의 윗부분 동산에는 수국이 가득하다. 하나하나 상상력을 발휘하자니 아름다운 모습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절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풍경소리, 그리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담는다.

연못에 가득 동전이 있다. 언제부터 우리가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었나? 그렇지만 그 물에 가득 하늘이 담겨있다.

나는 절에 가면 꼭 처마에서 달랑거리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하늘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소리가 아름답기도 하다.


절 앞의 정원에서 바로 이어지는 다리를 통과하면 3층의 커피숍이다. 주차장의 화장실, 위로 올라오면 연못정원, 그 위로 올라오면 절이 있다. 건축물 자체가 아름답게 구조화되어 있다.



수련과 연꽃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에 더욱 제 역할을 할 시절인연


대추차, 생강차,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마시며 아래 '시절 인연'을 바라본다. 연잎이 없는 연못은 덩그러니 볼품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제법 멋이 있다. 그 이유는 모든 것이 자연이고 나무로 엮어진  덕분인 듯하다.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다. 벌써 5시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멀리 보이는 봉우리 두 개, 바로 진안 마이산이다. 다음 글에서는 아름다운 봉우리 두 개의 마이산을 만나보기로 한다. <계속>



        https://youtu.be/ofkSf_lHM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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