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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Aug 10. 2021

천은사, 지리산 맑은 샘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

"러브가 무엇이오.?"

"그걸 왜 묻는 거요?"

"하고 싶어 그러오. 벼슬보다 좋은 거라 하더이다."


2018년 인기 드라마였던 tvN의 <미스터 선샤인>(극본 김은숙) 속 대사입니다.


김승일 작가(브런치 이웃 작가이자 책 '재미의 발견' 저자)는 이 부분을 콕 집어 책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와 책에 관해서는 따로 포스트 하겠습니다.


오늘 저는 바로 미스터 선샤인의 배경 중 한 곳인 천은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절 이야기하려는 데 불경스럽게 속세의 사랑을 먼저 올리게 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불자가 아니며 천은사를 찾는 이들 중 상당수가 그러하리라 여겨집니다. 미스터 선샤인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신미양요 때 아이들이었습니다. 후일 어른이 되어 일제에 항거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말씀드리니 어렵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이 드라마는 역사 왜곡으로 한동안 국민 청원까지 올라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다소 불편한 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 우리가 한글을 마음 편히 사용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특히 8월이 오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독립을 위해 피눈물을 흘린 많은 이들을 위해 묵념을 드립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소중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저의 지난 토요일 하루를 포스트 합니다.


지리산 자락의 절들


이번 주는 지리산 자락의 절로 떠나 볼까. 갈 곳이 정말 많은 지리산이다. 리스트를 작성했다.

천은사

대원사

연곡사

쌍계사

천은사를 조회하니 수홍루라는 곳이 예쁘고 소나무 숲 경관이 좋다. 대원사를 찾아보니 산청에 있고, 계곡이 아름답다. 절의 다층석탑이 유명한가 보다. 연곡사는 삼층석탑 이미지가 수두룩하며 구례 쪽으로 간다. 피아골 계곡과 가까운 듯하다. 쌍계사는 여러 번 가 봤기 때문에 패스하기로 한다.



천은사


나머지 절들은 차차로 가 보기로 한다. 천은사로 이른 아침 출발했다. 알고 보니 구례 화엄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https://www.templestay.com/temple_info.asp?t_id=choneunsa


천은사는 예로부터 ‘여름의 절’로 손꼽힌다고 한다. 드라마 이후 연인들이 즐겨 찾는 절이다. 구불길을 따라 올라가서 제일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은 정갈한 문이다.



‘남방 제일 선찰’이라고 쓰여 있다. 즉, 남쪽의 제일가는 참선을 위한 사찰이라는 뜻이란다.


주차장(주차장 위 편의 한옥사진 바로 오른편에 한옥 한 채가 더 있는데 그곳이 밥집이다.)


천은사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여느 절과 다르게 절의 초입부터 보이는 즐비한 가게들이 없다는 점이다. 주차장만 드넓고 깨끗하게 단장한 채, 새소리가 적막을 깬다. 한 편의 소나무에서 새가 노래하면 다른 편의 소나무에서 새가 화답한다. 주차장에 서서 잠시 새들의 이야기를 엿듣는다. 참으로 고요하다. 토요일 오전이라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절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부터 찾는 것이 습관이다. 세계 여행을 다녀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화장실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절대 빠지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예쁜 곳들이 많다.

주차장 옆 깨끗하고 예쁜 화장실




천은사 일주문


멀리 일주문이 보인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보면 벌써부터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일주문은 절에 들어가는 관문으로 ‘여기서부터 사찰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이라 한다.


딱히 달라진 것도 없지만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선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일주문에 들어서서, 문 건너편 속세를 한번 본다. 낮은 담장 역시 인상적이다.


조금 걸으니 인터넷에 가장 많이 나오는 곳, 수홍루가 나온다. ‘무지개가 드리워진 누각’을 의미한단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표현인데 그에 걸맞게 참으로 아름다운 누각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누각 아래로 흘러 저수지로 모인다. 어느 방향에서 찍어도 아름다워서 연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다.



천은사 수홍루




천은사 내부


이제 계단을 올라 사천왕 문을 통과하기로 한다. 어릴 적엔 무서워서 차마 보지 못하고 지나친 곳인데 이제 하나씩 잘 보면서 지나간다. 불자들은 합장을 한다.


사대 천왕문을 지나면 우뚝 솟은 은행나무가 있다. 몇 백 년은 되어 보인다.


절을 잘 모르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지나침이 없이 정갈하다. 단청을 새로 하지 않은 나무의 결이 이제 막 세수만 마치고 화장을 하지 않아 청초한 아름다움을 지닌 모습처럼 여겨진다. 나는 요즘 이 절에 가면 이곳이 제일 아름답다 하고 저 절에 가면 저 절이 가장 아름답다 한다. 그런데 지난번 은수사가 마이산 속 보석이라면, 천은사는 지리산 속 맑은 샘, 또는 맑은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샘이 숨었다 해서 천은사라 불려졌다 한다.)


점점 화려 해지며 현대화되는 절들 속에서 참으로 단아한 멋이 있다.

배롱나무(목 백일홍)가 뙤약볕에서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저 정도 되려면 역시 꽤 나이를 먹었으리라 여긴다.

매력을 발하는 절의 문살들을 볼 때마다 사진을 찍는다. 단순한 선의 만남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천은사 산책로


이제 산으로 통하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천은사 주변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소나무들이 자랐었다고 한다. 한그루가 그 증거로 남아 있다. 경제 부흥을 위해 잘려나갔을 소나무를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


산길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그런데 등산로는 현재 금지되었다. 등산은 못 할 듯하다.


소나무가 장관이다.


천은사 저수지 둘레길 걷기


저수지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땡볕이다. 그래도 한번 걷자. 저수지 아래 마을과 도로가 보인다. 차도가 나서 이렇게 올라올 수 있게 된 절임을 실감한다.




오늘 하늘 참 맑다. 구름이 뭉개 뭉개 걷는 내내 하늘 한번, 물 한번, 나무 한번 바라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저수지 둘레길을 돌면 다시 '남방 제일 선찰'이라 써진 문이 나온다. 절에 다녀온 후라서 그런지 수긍하게 되는 문장이다.



산천이 맑고 깨끗하다. 물만 조금 더 차올라 있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둘레길을 걷다 풍뎅이를 발견했다. 뒤집어져서 낑낑거리고 날지 못한다. 그 옛날 철부지였던 내가 생각난다. 쪼그리고 앉아서 "힘내~!"하고 풍뎅이에게 말했다. 그런데도 뒤집지를 못한다. 그래서 뒤집어 주니 아주 잘 날아갔다. 다행이다.


나무 푯말의 글귀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어 옮기기로 한다.


"


절 아래 약수터 그리고 가게 하나의 모습이다. 가게에서 산쑥으로 만든 절편을 잘라 콩고물이 묻힌 떡을 입에 쏙 넣어본다. 목이 말라 시원한 물 한번 마신다. 솔직히 샘물의 바가지를 이용하지는 못했다. 준비한 생수를 마셨다. 그렇지만 샘물이 솟는 광경은 아름다워 찰칵해 본다.



다시, 수홍루


이렇게 돌고 나니 다시 수홍루가 나온다. 다른 각도에서 보는 수홍루다. 산자락을 타고 계곡물이 흐르면 그 물이 바로 수홍루 아래로 모여서 저수지로 흐른다. 요즘 가물어서 물이 조금밖에 없어 아쉽다. 그래도 누각 아래로 저수지 물이 보인다.





천은사 주차장 밥집


주차장으로 돌아와 단 하나, 깔끔한 형상으로 있는 밥집에 들어간다.


과거에는 절에서 운영했으나 현재 사설 가게가 되었다고 한다. 공양간이라고 쓰여 있는데 실내가 엄청나게 깨끗하다. 막걸리를 팔아서 절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님을 알았다. 산수유 막걸리, 뒷면에 쓰여 있는 글을 읽으니 산수유는 고작 1퍼센트도 넘지 않았다. 그래도 색이 아름다워 기분 좋게 한잔 하고 나머지는 배낭에 넣는다.




화엄사로 향하는 길


천은사와 화엄사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천은사가 백배 만배 아름다웠지만 국보가 있는 화엄사는 그 위용을 자랑할 만하다.


등산을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남은 에너지로 여름 화엄사에 한번 들리기로 한다. 마침 가까운 거리에 있어 목적지를 '화엄사'로 설정한다. 차창밖의 모습을 보니 엊그제 모내기한 것 같은데, 어느새 훌쩍 자란 벼의 모습이 보인다. 매년 들이닥치는 가을 태풍이 저들을 비껴가기를 기도한다.



오늘(2021.8.10.) 비가 내렸다는데 지금 쯤 수홍루 아래로 물이 제법 흐를 수 있겠습니다. 계곡의 물이 많이 흐를 때, 수홍루에 올라 아래를 한번 본다면 참 좋을 듯합니다. 절을 방문하는 연인들이 조금 예의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일었습니다. 사진을 찍는다고 요란을 떠는 모습, 보기에 민망한 점이 있었습니다. 아쉬운 모습입니다.


천은사가 여름의 절로 유명하나 지금부터 가을까지가 절경이라 합니다.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물든 가을 정취 또한 멋스러울 듯합니다.


어릴 적 풍뎅이 일화를 첨부합니다.

https://brunch.co.kr/@campo/33




https://brunch.co.kr/brunchbook/memories-of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https://brunch.co.kr/brunchbook/house-n-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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