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집짓기
두 번째 공간으로 단독주택을 구입한 후, 끊임없이 드는 생각이 있다. 빚도 자산이라는 데, 멈추지 않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 정말 그런가? 현재 나는 땅도 많고 집도 두 채인데 빚도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주택을 구입하려고 할 때는 목적성과 접근성 그리고 변동적인 자금 문제 등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도심 주택을 구입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퇴직 후 원하는 주택을 사려면 이미 땅값은 올라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퇴직 전 10년을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고자 했다. 물론 그전에 퇴직을 할 수도 있으니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는 필수다. 둘째, 공방을 운영하려면 사람들의 접근성이 용이해야 한다. 셋째, 나이가 들수록 병원 등이 가까운 곳이 좋다. 특히 아이를 낳은 후 잔병치레가 잦다. 넷째, 운전이 싫다. 시내는 이동거리가 짧고 여차하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다섯째, 도심이라도 나무와 꽃을 가꾸고 싶다.
주택을 팔든 유지하든 마당이라도 좀 더 깨끗한 상태로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해 겨울, 어지러운 마당을 정리하고 높고 약한 상태의 담장을 철거했다.
우리가 담장을 철거하면 디자인 소장 M이 담장을 해 주는 조건이었다. 디자인 소장 M에 대한 일화는 <폐허로 돌려받은 땅>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
그런데 M이 편하게 상담하라고 보낸 M의 친구 인테리어 사장이 견적서를 나에게 보냈다. 800만 원이었다. 견적서 자체를 나에게 보낸 것에 어이가 없어 M에게 전화했다. M은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왔으므로 함께 부담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만일에 원하는 대로 갖추기 어렵다면, 시멘트 블록이어도 괜찮고 나무로 해도 되니 울타리는 책임지고 해 주기를 원했다.
M소장은 본인이 남편에게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11월 말경의 대화였다. 그 후 그는 나의 전화나 카톡에 묵묵부답을 일관해 오고 있다. 남편에게도 전화나 문자로 답변해 오지 않았다. M소장을 생각하면 속이 터질 것 같으니 또 예쁜 꽃을 한번 들여다보기로 한다. 크로커스 히야신스가 봄의 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첫 공간에 가꾼 정원이다.
낡은 집, 17평 남짓의 60년 된 시멘트 블록 조 건물을 리모델링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 수 있다. 낡은 주택 리모델링은 거의 같은 평수의 건물을 신축하는 경비의 1/2에 해당하는 자금이 든다. 한마디로 1/2의 자금이 부족해서 작은 평수조차 다시 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처음 주택을 샀을 때는 낡고 작은 주택을 헐어버리려고 했다. 그리고 아파트를 처분하여 생길 자금으로 정원이 있는 상가주택을 지을 생각이었다. 상가는 나의 공방으로 하고 가족이 머물 주택 공간을 위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았기에 자금줄이 막혔다. 임대비 대신 인테리어를 해 준다던 M 소장은 집을 더욱 심각한 상태로 만들어 폐허처럼 된 집에 서서 망연자실했다.
사실 그때 주택에 정이 떨어져서 팔려고 부동산에 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내부 공사 중 전기와 보일러 설비, 창호 새시 및 철거비 등에 이미 1600만 원 정도가 들어간 상태였다. 그래서 산 가격에 들어간 경비를 포함해서 부동산에 내놓았다.
그러나 매입자의 입장은 건물의 설비 등이 큰 의미가 없다. 자신의 취향으로 리모델링을 하거나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가구 2 주택인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주택(건물이 있는 상태)보다 대지만 원한다. 낡고 볼품없는 작은 주택을 허물고 주택 말소를 하면 대지만 남는다. 그래서 일부러 시내의 허름한 집, 대지에 비해 건평이 작아서 쉽게 허물수 있는 집이 나은 것이다. 가격이 다른 주택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전주가 부동산 조정 지구에 들어간 이후 2021년 현재는 주택 담보 대출이 까다로워졌다. 1가구 2 주택인 경우 주택 자금 대출은 거의 막힌 상태라고 한다.
2019년 대출 관련해서 알아보았을 때도 건물이 있는 것보다 없는 시내의 대지의 경우, 오히려 대출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었다. 주택 내 방이 여러 개 있으면 있을수록 대출이 불리하다. 내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알아볼 당시 주택 내 방이 세 개나 있었다. 방 두 개는 화가 이중섭이 제주도에서 머물렀다는 크기만 했다. 만약 신축을 하면 상가로 지으면 된다. 그러면 주택이 아니라서 1가구 2 주택은 면피가 되며 대출도 주택인 상황보다는 낫다.
나의 주택은 그전에 아저씨 한분이 세를 들어 사셨는데, 넓은 마당에 채소를 키우시고 솥단지 하나 정원 한편에 걸어서 야영하듯이 요리도 해 드신 정겨운 모습이 있었다. 시내지만 꼭 시골집 같은 풍경이었다. 아직도 오수관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 구청에 전화하니 내년에 할지 내 후년에 할지 모르겠지만 하기는 한다는 애매한 답변만 들었다. 지금 정화조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시골이나 정화조를 사용하는 줄 알았다. 그래도 하기는 해 준다니 믿고 기다려 봐얄 듯하다.
도심의 땅을 원하는 이들의 목적은 두 가지 중 하나다. 투자 또는 투기이다. 둘 사이는 분명 차이점이 있다.
나의 경우, 미래의 꿈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땅은 그 크기가 정해져 있으니 언젠가는 땅 값이 오르게 되어있다. 오래전에는 퇴직 이후 외국에 살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아니면 집이란 것은 팔아치우고 팔도를 돌면서 한 달 혹은 일 년씩 살아 볼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을 때 더욱 행복했던 것 같다. 장기 여행에 대한 꿈을 접기로 한 이유 중에는 건강 염려도 한몫한다.
투자라고 본다면 땅이나 주택은 장기 투자에 속한다. 대지(땅)를 사려고 하는 이들은 10년 후를 내다보고 사는 경우가 많다. 시골 땅의 경우 농사나 밭을 직접 일구지 않으면 세금을 심하게 징수한다고 한다. 나의 시골 땅은 남편이 늘 그곳에서 일을 한다. 도심의 경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땅에 대해 토지세만 내면 된다. 주택의 경우 세를 놓는다.
즉, 1가구 2 주택이라 하더라도 공시지가가 낮은 경우 취득세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낙후한 도심에 빈집이 느는 것이다. 그대로 두어도 벌금이 징수되지 않는다. 더구나 건축물을 말소하여 건축물 말소등기가 된다면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공시지가에 의거하여 토지세만 낸다.
이 같은 맥락에서 단기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의 경우 아파트로 몰리게 된다. 하나마나 한 소리지만 서울이나 여타 대도시와 비교할 상황은 아니다. 서울뿐 아니다. 서울 주변 신도시들도 마찬가지다.
내 친구와 나의 여동생은 동탄에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 분양과 동시에 가격이 몇 억이 껑충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그곳이 생활 터전이기에 삶을 위한 투자이지 투기가 아니다.
요즘 전주의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에서 주춤한다고 매체에서 논의되지만 여전히 상승세다. 특히 전주 신도시의 아파트는 그 인기가 하늘을 치솟을 정도다. 그런데 아파트가 몇 억이 된다 한들 그곳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 한 투자의 가치는 없다고 본다.
아파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이 다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 시간이란 10년 혹은 20년 후를 말한다. 나의 현재 아파트도 한때는 꽤 잘 나갔다. 현재 거래가가 최상위인 에코시티에 비할바는 아니다. 다만 인기 있을 때에 비해 현재 우리 아파트 거래가가 4천만 원이 떨어진 상태다. 건축물은 시간이 흐르면 수리에 끊임없이 돈이 든다.
생각해보면 전주 인구에 비해 아파트가 과밀한 상태라는 것을 누구든 알 수 있다. 실제 거주의 목적을 띤 사람들이 대다수이겠지만 그 사이에 투기꾼이 붙어 사상초유의 가격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들이 농간을 부리며 빠져나간 후가 문제다. 아이 양육과 미래를 위해 오른 가격에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들은 순수 투자자다. 아무래도 밀집지역에 있어야 교육여건이 나을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부대시설이 많이 생기고 일상생활이 편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경우 아이 학원 문제라든지 등등 여러 조건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부동산이 과열되어 몇 억이 튄다더라는 뉴스에 혹하여 뒤늦게 부동산에 발을 들인 후발주자들은 어찌 될지 불 보듯 뻔하다. 투기란 부동산을 교란시키고 서민을 철거민으로 만들어 집도 없게 만드는 경우다. 도심의 빈집 문제와 재계발 문제를 거론하려면 입이 아플 정도다.
그래서 진득한 투자자들은 차라리 대지를 원하는 것이다. 또는 재계발이 될만한 땅에 투자한다. 투자의 경우 자신의 역량 안에서 그간 저축한 자금을 이용하든 대출을 해서 그것을 갚아나가는 것을 이른다. 자기 자본으로 빚이 하나도 없이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는 경우는 드물다. 지인 중에 대출을 모두 갚았더니 세금이 엄청 나오더라는 경우가 있다. 주택자금 대출을 받고 갚아나가다 보면 연말정산 시 세액 공제도 된다. 그러니 능력 한도 내에서 약간의 대출금은 오히려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나의 경우 대출이 과한 상태다.
일부가 아니라 너무 많은 짐을 지게 된 지금으로서는 열심히 대출금의 일부를 갚아 나갈 수밖에 없다.
일주일 전에 종일 나의 자산에 대해 정리하고 얼마의 빚을 같아야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남편이 주택을 처분하자 말하자 숫자에 약했던 나는 조금 강인해졌다.
사실 아파트의 편리점들이 많다. 그러니 우선은 아파트에 머물면서 단독주택을 꾸며보기로 한다.
기존 주택을 수리하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급적 조그맣게라도 예쁘고 깨끗하게 짓기를 원했다. 더구나 지금 주택은 상가가 아니라 추후 영업을 위해서는 근린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신축을 하려면 정말 어려운 과정이 있다. 주택을 허물고 말소처리를 한 후에 정확한 지적측량을 통해 대지 경계를 알아야 한다. 또한 신축의 경우 정원의 나무 종류 및 수량 등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기존 주택을 최대한 이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게다가 까다로운 신건축법에 따라야 하며 내진 설계도 되어야 한다. 아예 일을 크게 벌이지 않을 바에는 리모델링이 답이다.
알아보니 커피숍을 하지 않는다면 굳이 상가 전환이 필요가 없다. 동네 단독주택 꽃집도 상가가 아닌 주택이다. 인스타로 주로 예약을 받아 판매하는 형식인 것 같다. 내가 언젠가 공방을 운영하면서 소품을 판매한다 하여도 사업자 등록 후, 전자상거래 신고를 하면 된다고 한다. 나의 꿈의 공방은 아이템이 나무 소품, 패브릭, 꽃이다. 체험 수강은 컬러링 수업과 자수 바느질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꿈을 구체화하고 있다.
상가의 경우 주택에 비해 수도세가 비싼 편이고, 전기요금은 7만 원 정도 이상인 경우 낮은 편이다. 만약 화초를 키우고자 한다면 수도세가 그 크기에 비해 많이 나오는 경우를 봐 왔다. 물론 시골은 예외다. 그래서 도심지에서 빗물을 이용한 우수시설의 장려가 된다면 좋을 듯하다.
사실 몇 달간은 주택에 가지 않았다. 남동생에게 봄까지 네가 알아서 그곳에서 놀던지 어쩌든지 하라고 했다. 봄까지 안 팔리면 내가 리모델링하겠다고 했다.
남동생은 집안에 변기도 놓고 개수대도 설치하고 냉장고 소파 등등을 들여놓았다. 난장판인 벽에 커튼을 친 후 한 번씩 와서 휴식을 취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아무래도 땅에 흙이 너무 난리니까 마당에 자갈을 깔아 정리하자고 했다. 물론 모든 경비부담은 동생이 했다. 원래 착한 동생이다. 그래서 마당 정리 작업을 했다.
남동생 말에 의하면 소금을 이렇게 뿌려야 잡풀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가운데 부분은 차가 들어 올 곳으로 강 자갈을 깔고 양쪽으로 잔디를 후에 깔기로 했다. 자갈을 깔지 말지에 대해 아주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깔끔하게 해 준다는 말에 그리고 자기 돈 들여서 해 주겠다는데 고마워서 그리하자 했다.
우리가 리모델링을 계획했을 때 천정이 낮아 천정을 뜯어 놓았다. 중심 천정에 남동생이 아쉬운 대로 등을 설치했다. 임시방편이었다. 시커먼 소파도 가져다 놓았으며 곳곳에 커튼을 쳐 놓았다. 무엇을 하든 나는 그곳에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2월 말에 접어들어서도 집은 팔리지 않았다. 잠을 자는 주택으로 사용하기는 무리라서 나의 공방으로 하기로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 동생이 모든 짐을 뺏다. 내 공간이 될 운명이었나 보다.
낡은 주택과 아파트의 리모델링을 동시에 진행했다. 특히 아파트 부엌이 심각하여 부엌 부분만 리모델링을 했다.
단독주택의 공사는 시공 대표 S에게 맡기기로 했다. S는 디자인 감각이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라 해도 성실한 사람이다. 또한 이미 여러 차례 커피숍 리모델링을 해서 디자인 감각도 좋아졌을 것이라 여긴다. 작지만 솔솔 경비가 들어가는 나의 주택은 이제 예뻐질 일만 남았다.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하자마자 꽃나무를 사랑하는 나는 정원을 열심히 가꾸기 시작했다.
모든 사진 출처:
루씨가 키우거나, 키웠거나, 예뻐서 찍은 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