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꿈
봄의 전령 크로커스 역시 다양한 얼굴을 한다.
지난봄 향기가 진했던 분꽃은 올 겨울같이 추웠던 상황에도 싹을 틔우는 중이다. 화분에서도 살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올봄이 지나면 새로운 공방으로 이사시켜야겠다.
2021 이른 봄, ** 종묘사에서 만난 동백, 온실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화사하지만 곧 부서질 것 같이 여린 아가씨의 모습이다.
내가 키운 동백, 처음엔 겹동백인 꽃동백이 예뻐 보였다. 장미 같은 느낌이다. 이제는 위의 재래종 홑 동백이 더 마음에 든다.
팬지는 피어나고 또 피어나고 가을까지 핀다. 그래서 예쁜 꽃이다. 오래가기 때문이다.
<** 종묘사>는 한때 다람쥐 제집 드나들듯 드나든 곳이다. 봄이면 모든 종사자들이 저녁 늦게까지 일한다. 면적이 아주 넓고 종류가 많아서 한 바퀴 돌면 운동된다. 솔직히 서비스 면에서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가장 황당했던 경우는 써머 레이디라는 장미를 사서 심었다. 열심히 땅을 파서 심고 꽃이 핀 얼굴을 보니 장미 봉오리 받침 주변이 탄저병(습하여 생기는 희끄무레한 병)이 있는 것이다. 관리가 잘못된 것을 사 온 경우다. 잘 살펴보지 않고 들고 온 나도 잘못이다.
장미 키우기 유튜브를 보니 아픈 장미를 사 오면 주변에 번져 다른 것들이 아프게 된단다. 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하니까 그럼 캐 오라는 것이다. 아니면 어차피 흔한 병이니 약 사다가 뿌려주면 된단다.
그래도 열심히 키우니 예쁘기는 예뻤다. 정성 들여 키운 써머 레이디가 이름만큼 아름답다.
그 후에 한 번은 노랑 장미가 너무 예뻐서 화분에 열심히 물을 주고 햇빛 줘서 애지중지 꽃 피기를 기다리니 흑장미가 나오는 것이었다. 물론 흑장미도 아름답다. 대학시절에 엄청 좋아한 장미다. 그러나 생각해 보시라. 노랑을 기대했는데 빨강이 나왔을 때의 황당함을...... 그런데 답은 같았다. 어차피 둘 다 가격이 같다. 그럼 캐 오시라.
그런 불친절함으로 인해 그곳에 가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인터넷에는 대림 종묘가 인기다. 10만 원이 넘으면 배달도 무료라고 한다. 그래도 현장을 돌며 보는 재미가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구경을 가고 구경을 하다 보면 뭐 하나가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게 된다. 그래도 전체를 돌며 구경하는 데 구경비는 공짜니 그것만 해도 고맙다 생각이 든다.
**식물원은 내가 하도 뻔질나게 드나들어서 주인들이 아신다. 그곳을 한 바퀴 돌기만 해도 어느 사이 내 몸에 엔도르핀이 생긴다. 나는 다육이는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다. 잎이 나거나 꽃이 피어나는 나무나 식물이 좋다. 더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하는 식물을 좋아한다.
어제 나는 또 일을 냈다. 전주사랑 카드를 만들었다. 3월 말까지 50만 원을 사용하면 5만 원이 환급된다. 전주시 지원으로 소상공인 살리기 운동의 하나이다. 소비자에도 10퍼센트 환급이 되니 좋다. 그렇지 않아도 식물러인 나는 통 크게 소비를 하게 되었다. 645,000원.
어서 빨리 새 주택에 심고 싶다.
그런데 S 대표 말이 현재 자갈을 너무 많이 깔아서 양쪽에 잔디밭이나 화단을 일구기 위해서 가운데의 자갈을 긁어내야 한단다. 동생이 애써줬는데 장비를 또다시 불러야 한다니 참...
또한 집과 마당의 자갈 높이가 같으면 안 된다고 한다. 정원 만들기 위해서는 꼭 배수 관계를 잘 정비해야 한다.
주택 내부 공사를 마무리한 후 외부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결국 최대 기간인 2주간 식물병원에 맡겨두기로 했다. 남편 몰래 산 것이다. 자꾸 눈치가 보인다. 작업이 모두 끝난 후 사라는데 먼저 일을 저질러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나무가 한참 나올 때가 있어서 적기에 사야 좋은 것을 고르지'라고 나에게 변명해 본다.